기자명 박헌석 기자
  • 입력 2026.11.04 13:18
  • 수정 2026.11.04 13:25

올해 채무조정 직전 7만 9,701건 카드 결제 급증
연체율 44% 돌파 속 재산 은닉 등 악용 사례 속출
대출 요건 완화 앞두고 부실 심화 및 기금 고갈 우려

AI 생성이미지.

정부가 취약계층의 금융 안전망을 명분으로 공급을 늘려온 서민 정책대출과 채무조정 제도가 심각한 구조적 부실에 직면했다. 빚을 갚기 어려운 한계 차주를 구제한다는 본래의 취지와 달리 상환 심사와 사후 검증이 부실한 틈을 타 악용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정책금융의 연체율이 치솟는 가운데, 정부는 도덕적 해이 방지 장치 없이 대출 문턱을 낮추는 데만 치중해 기금 잠식을 가속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소액 생계비를 빌려주는 정책금융은 회수 불능 위기에 놓였다. 서민금융진흥원 소액생계비대출의 전체 대출잔액 3,140억 원 중 1개월 이상 원리금이 밀린 연체 잔액은 1,391억 원에 이른다. 이 상품의 연체율은 2023년 말 11.7%에서 올해 6월 말 42%로 치솟은 뒤 9월 말에는 44% 선마저 넘어섰다. 빌려준 자금 10건 중 4건 이상에서 회수에 차질이 빚어지는 셈이다. 대표적 서민 정책금융인 햇살론 3종의 올해 8월까지 누적 대위변제 건수 역시 10만 건을 돌파했다.

부실의 뇌관은 경제적 자립 기반이 취약한 청년층에 집중돼 있다. 연령대별로 보면 20대 이하 차주의 연체율이 50.7%로 모든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높았다. 이어 30대 45.5%, 40대 43.4%, 50대 41.4%, 60대 39.4%, 70대 이상 38.9% 순으로 연령이 낮을수록 연체율이 상승하는 역진적 구조를 보였다. 불법 대부업체 유입을 막기 위해 1인당 최대 100만 원을 지원했지만, 20대 차주 둘 중 한 명은 소액 생계비조차 갚지 못하는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벼랑 끝에 몰린 차주를 살려야 할 채무조정 제도가 부채 탕감을 노린 일부 이용자의 도덕적 해이 창구로 변질되고 있다는 점이다. 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실이 신한, 삼성, 현대, KB국민, 롯데, 하나, 우리, BC카드 등 8개 전업 카드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접수된 개인회생 및 개인워크아웃 신청 36만 531건 중 22.1%에 달하는 7만 9,701건이 신청 직전 1~2개월간의 월평균 카드 사용액을 이전 3~6개월보다 늘렸다. 채무조정을 목전에 둔 5명 중 1명이 오히려 지출을 공격적으로 확대한 것이다.

이들의 소비 행태는 필수 생계비 지출과 거리가 멀었다. 카드 사용액을 늘린 신청자 집단의 월평균 결제액은 종전 66만 6,814원에서 신청 직전 160만 5,691원으로 2.4배 폭증했다. 특히 시계, 귀금속, 가방 등 사치품 결제액은 월평균 6만 3,000원에서 77만 7,000원으로 12배 넘게 급증했다. 실제로 한 40대 차주는 채무조정 신청 한 달 전 카드 할부로 1,400만 원 상당의 귀금속을 사들인 뒤 채무조정을 통해 원금 1,900만 원 감면을 확정받았다. 5,500만 원이 넘는 고급 승용차를 카드 할부로 구매한 뒤 수개월 만에 빚 탕감을 신청한 사례도 확인됐다.

소상공인 재기를 명분으로 내건 새출발기금에서도 재산 은닉 등 부정 수급 정황이 드러났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따르면 기금 출범 이후 올해 8월까지 수억 원대 부동산 등 재산을 숨겨놓고 채무조정을 받았다가 적발돼 약정이 취소된 차주는 16명에 달했다. 이들이 부당하게 탕감받으려 했던 원금만 10억 5,500만 원에 이른다. 취약계층 구제라는 명분 아래 운영되는 공적 채무조정 시스템이 사후 검증 장치를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면서 고의적 연체와 무분별한 탕감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런 상황에도 금융당국은 연체율 상승과 도덕적 해이 논란에 대한 엄격한 보완책 없이 대출 공급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당국은 내년부터 소액생계비대출을 케이(K)-민생지킴대출로 개편해 지원 대상을 신용평점 하위 50%까지 대폭 늘리고 금리는 연 4.5%, 상환 기간은 최장 10년으로 연장할 방침이다. 상환 능력에 대한 정밀한 평가 없이 만기만 늘리고 지원 대상만 확대할 경우, 차주의 빚 의존성을 심화시키고 정책금융 기금의 잠식 속도만 가속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서민금융의 본래 취지를 살리려면 자금 공급에 앞서 차주의 실질적 상환 능력을 회복할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 앞으로 금융당국이 대출 실행 단계에서 일자리 및 복지 연계 프로그램을 강화할지, 채무조정 신청 직전 발생한 비정상적 카드 결제나 재산 은닉 행위에 대한 강력한 감면 배제 기준을 확립할 수 있을지가 공적 금융 시스템 정상화의 핵심 지표가 될 전망이다.

※ 이 기사는 랑펀미디어 AI 시스템을 통해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저작권자 © 한국신용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