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6.11.01 10:42
- 수정 2026.11.01 10:45
3분기 전국 평균 농지 낙찰가율 42.3%로 급락
담보인정비율 밑돌아 지역농협 대출 원금 손실 현실화
4분기 8조 5,626억 원 만기 도래 앞두고 건전성 대책 시급

농지 경매 낙찰가율이 감정가의 40% 안팎으로 급락하면서 농협상호금융의 70조 원대 농지담보대출이 부실 위기를 맞고 있다. 담보를 처분해 대출금을 회수한다는 금융기관의 기본 전제가 흔들리며 지역농협의 건전성 지표가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1일 농협중앙회(회장 강호동)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농협상호금융의 농지담보대출 잔액은 70조 4,820억 원에 달한다.
대법원의 분기별 농지 경매 자료를 보면 올해 3분기 전국 농지 낙찰가율은 평균 42.3%로 주저앉았다. 울산의 3분기 낙찰가율은 23%에 그쳐 2021년 1분기 73%에서 50%포인트 폭락했다. 같은 기간 수도권인 경기는 83%에서 48%로 떨어졌으며 ▲경남 31% ▲부산 33% ▲대전 37% ▲경북 38% 등 전국 주요 지역 대부분이 40% 선을 밑돌았다.
일선 지역농협은 통상 감정가의 60~70% 안팎을 담보인정비율(LTV)로 적용해 대출을 취급해 왔다. 낙찰가율이 40%대로 떨어지면 경매로 넘겨도 원금을 건질 수 없어 대규모 대손상각이 불가피하다. 유찰이 반복돼 회수 기간이 길어지면 법적 비용과 이자 손실까지 겹친다. 자산가치 급락은 이미 지표로 나타나고 있다. 농협상호금융의 농지담보대출 고정이하여신 잔액은 2024년 말 2조 884억 원에서 지난 8월 말 3조 6,170억 원으로 급증했다. 연체율 역시 2024년 3.4%에서 8월 5.7%로 치솟았다.
부실을 키운 배경으로는 농가 소득 정체와 고금리 부담에 더해 지난 5월 시작된 전국 농지 전수조사가 꼽힌다. 정부는 비경작 및 투기성 농지에 대해 처분명령과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강력한 규제를 추진하고 있다. 규제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매수 수요가 사라졌고, 경매시장마저 꽁꽁 얼어붙었다. 채무 상환이 어려운 농가가 농지를 매각해 빚을 청산할 길조차 막힌 셈이다.
하지만 정부의 시각은 시장의 위기감과 차이를 보인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지 경매시장 위축이 ▲임야 ▲대지 ▲상가 등 부동산 시장 전반의 침체에 따른 현상일 뿐 전수조사의 직접적 영향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선을 긋고 있다. 지난 10월 열린 국정감사에서도 대규모 부실 우려가 도마 위에 올랐지만, 뚜렷한 해법은 제시되지 않았다. 위험이 커지자 단위농협들은 신규 대출 한도를 감정가의 60% 이하로 축소하거나 취급을 기피하고 있어 기존 차주들의 자금난은 가중되고 있다.
당장 올해 4분기에 만기가 돌아오는 물량만 8조 5,626억 원에 이른다. 이 대출들이 연장되지 못하고 대거 법원 경매로 쏟아지면 낙찰가율은 추가 하락할 수밖에 없다. 정부와 농협이 담보 가치 인정 체계를 재정비하고 부실채권을 흡수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할 수 있을지가 이번 신용 리스크의 확산을 막을 핵심 지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