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형진 기자
  • 입력 2026.11.02 11:22
  • 수정 2026.11.02 11:30

美 무역대표부, 29일 베트남 지식재산권 침해 조사 마감
삼성은 현지 생산망 훼손 우려, 테슬라도 부품 조달 난항 호소
철강 및 소프트웨어 업계는 제재 촉구…산업계 찬반 양론 팽팽

삼성전자 로고.

미국 정부가 베트남산 제품에 대한 신규 관세 부과를 추진하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테슬라 등 글로벌 기업들이 반대 의견을 냈다. 미국을 겨냥한 주요 공급망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반면 철강과 소프트웨어 등 일부 업계는 강력한 제재를 촉구하고 있어 산업계의 찬반 양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2일(현지시간) 미국 정부 제출 서류에 따르면, 삼성전자 미국법인과 테슬라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검토 중인 베트남 신규 관세 부과에 반대 의견을 냈다. 미국 행정부는 지난 5월 베트남의 지식재산권 침해 의혹에 대한 무역 조사를 개시했으며, 오는 29일 조사를 마무리하고 제재 여부를 결정한다.

앞서 USTR은 지난 4월 발표한 '2026년 스페셜 301조 보고서'에서 베트남을 '우선협상대상국'으로 지정했다. 신규 지정은 13년 만에 처음으로, 지식재산권 관련 가장 심각한 감시 대상 국가에 내려지는 조치다. 미국 정부는 베트남이 지식재산권 보호와 집행에 대한 오랜 우려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지식재산권 침해 외에도 과잉 생산 의혹에 대한 별도 조사가 함께 진행되고 있다.

신규 관세가 도입될 경우 미국 시장을 겨냥해 베트남에 대규모 생산 기지를 구축한 기업들은 직접적인 비용 부담을 안게 된다. 삼성전자 미국법인은 USTR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관세 부과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베트남이 미국 시장에 공급되는 삼성 스마트폰과 네트워크 장비의 상당 부분을 생산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삼성전자는 베트남에 약 250억 달러(약 35조원)를 투자한 현지 최대 외국인 투자 기업이다.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 역시 지난 7월 2일 제출한 서면 의견을 통해 "미국 제조업체의 공급망 요구를 고려해 달라"고 촉구했다. 테슬라는 미국 내 생산 시설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음에도, 일부 첨단 부품과 정밀 제조 장비는 미국 내에서 조달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자전거나 비디오 게임 콘솔 등 소비재와 의류, 신발 등 베트남에 광범위한 제조 시설을 둔 소매 및 무역 단체들도 추가 관세 도입을 반대했다.

베트남은 최근 미국과의 무역에서 막대한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1~8월 베트남의 대미 수출은 2025년 동기 대비 42% 급증했다. 이로써 베트남은 중국과 멕시코를 제치고 미국의 최대 상품 무역 흑자국으로 올라섰다. 2025년 말 기준 4위였던 흑자 규모 순위가 단기간에 급상승하면서 미국 내 보호무역주의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반면 미국 내 일부 산업군과 저작권 보유 단체는 베트남의 불공정 관행을 비판하며 신규 관세 도입을 강하게 요구했다. 철강, 해산물, 합판, 태양광 패널, 목재 제품 등을 생산하는 미국 산업 단체들은 베트남이 불공정 무역 관행을 일삼고 있다며 강력한 제재를 촉구했다.

소프트웨어, 영화, 음악 산업 단체 등 저작권자들은 베트남의 광범위한 불법 복제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근절 약속을 받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오라클 등이 속한 사무용소프트웨어연합(BSA)은 베트남 내 소프트웨어 불법 복제율이 75%에 달한다는 과거 조사 결과를 인용했다. BSA는 베트남 정부의 반복적인 문제 해결 약속에도 불구하고 법 집행이 불충분하다고 비판했다.

미국영화협회(MPA)도 베트남이 온라인 불법 복제의 주요 중심지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125억 회 이상의 방문을 기록한 불법 영상 유통 웹사이트들이 베트남에 서버를 두고 있다는 것이 MPA의 설명이다. MPA는 강력한 법 집행과 함께 합법적인 스트리밍 서비스의 시장 접근성 개선을 요구했다.

미국은 지난 7월 강제 노동으로 생산된 상품의 수입을 방지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베트남산 제품에 12.5%의 포괄적 관세를 이미 부과한 상태다. 오랜 기간 중국산 제품의 우회 수출 기지로 지목돼 온 베트남은 과거 미국 행정부로부터 20%의 관세를 부과받았다. 하지만 이후 연방 대법원 판결로 해당 조치는 무효화됐다. 다수의 경제학자들은 현 미국 행정부의 목표가 과거 대법원이 폐지했던 수준 이상의 관세를 다시 부과하는 데 있다고 분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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