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형진 기자
  • 입력 2026.11.02 10:44
  • 수정 2026.11.02 10:50

데이터센터 건설과 전력 인프라 확충으로 전기동 수요 급증
탈중국 공급망 편입 위한 미국 현지 공장 신설 등 투자 확대
이달 중국의 전략광물 통제 유예 만료와 차입금 방어 등 과제

고려아연 로고.

미중 패권 갈등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이 국내 비철금속 산업 지형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 미국이 동맹국 중심의 핵심광물 공급망을 구축하면서 한국 제련∙가공 기업들이 주요 파트너로 떠올랐고, AI 인프라발 금속 수요도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기회를 잡기 위한 미국 현지 대규모 공장 신설이 차입금 확대로 이어져 자칫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은 전략광물을 무기화하며 시장 통제력을 높이고 있다. 2023년 8월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 허가제를 시작으로 통제 범위를 희토류와 리튬배터리 밸류체인 전반으로 넓혔다. 이에 맞서 미국은 120억 달러 규모의 민관 합동 핵심광물 비축 프로그램과 세제 혜택 등을 도입해 탈중국 공급망 구축에 사활을 걸고 있다.

미국 내 제련 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은 국내 기업에 돌파구를 열어줬다. 고려아연은 미국 연방정부 등의 지원을 등에 업고 테네시주에 총 74억 달러를 들여 대규모 통합 제련소를 짓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 설비가 완공되면 아연과 인듐 등 주요 광물의 미국 내 수요 중 35~45%를 감당하게 된다. LS MNM도 인도네시아 니켈 제련소 인수와 온산제련소 내 6,000억 원 규모 이차전지 소재 설비 구축을 단행하며 미국 공급망 편입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비경상적 투자는 거액의 재무 부담을 수반한다. 고려아연은 미국 프로젝트에 필요한 자금 중 약 47억 달러를 차입으로 조달할 계획이다. 회사의 현금 창출력을 크게 웃도는 자금이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투입되는 만큼 자금 조달 리스크가 짙어질 수 있다. 원자재인 비철금속 가격 변동성이 커진 시기에 운전자금 부담까지 겹치면 수익 구조가 나빠질 우려가 있다.

비철금속 가공 기업들의 희비는 미국 현지 공장 유무와 제품 교섭력에 따라 갈리고 있다. 미국 행정부가 지난 4월 수입 금속의 관세 부과 체계를 물품 전체 가격 기준으로 바꾸며 장벽을 높였기 때문이다. 풍산은 미국 현지에 신동 공장을 보유해 비교적 유리한 고지를 점했지만, 방산 부문 스포츠탄 수출에서는 여전히 10%대 관세에 발목이 잡혀 있다. 알루코는 약 1,600억 원을 투자해 미국 테네시주에 공장을 짓고 관세 회피에 나섰으나 이 역시 초기 투자금 압박이 작지 않다.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인프라 투자 확대로 비철금속 수요가 비약적으로 커질 전망이다. 전 세계 데이터센터 누적 설치 전력 용량은 2035년 277GW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력망과 서버 랙 등에 필수로 쓰이는 전기동 수요는 연간 100만 톤 이상 치솟고, 차세대 냉각 장치와 서버 케이스에 들어가는 알루미늄 역시 연간 200만~300만 톤 규모의 신규 수요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고가에 거래되는 전기동 가격이 계속 오르면 송전망 등 외곽 설비에서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알루미늄으로 일부 대체될 여지도 있다.

앞으로 확인해야 할 변수는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인프라 지연 리스크다. 당장 이달 27일로 대미 수출 통제 유예 기간이 끝나는 중국이 안티모니와 갈륨 등 전략광물 수출의 고삐를 다시 죌지가 첫 번째 지표다. 통제가 부활하면 원가 급등과 생산 차질이 반복될 수 있다. 아울러 미국의 고질적인 전력난과 핵심 부품 리드타임 지연으로 데이터센터 가동이 늦어지면 신규 광물 수요도 축소돼 국내 기업들의 투자금 회수 일정이 덩달아 밀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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