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6.10.31 13:41
- 수정 2026.10.31 13:45
저신용 취약 자영업자의 대출 연체율 12%대 돌파
일반 가계의 0%대 안정화 이면에 서민층 부실 심화
부실 전이 막을 실질적 채무 감면 제도 연계 필요

표면적인 거시경제 지표와 금융권 건전성 수치 이면에서 취약차주가 제도권 금융 밖으로 밀려나며 연체율이 급등하는 신용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 은행권 가계대출 연체율이 1% 내외에서 통제되는 착시에 가려져 있지만, 다중채무와 소득 부진에 갇힌 한계 자영업자와 저소득층은 금융위기 수준에 육박하는 채무 불이행 위험에 직면했다.
한국은행이 지난 9월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일반 가계대출 연체율은 0.98%로 0%대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저신용 상태에 놓인 가계 취약차주 연체율은 10.39%를 기록하며 일반 가계의 10배를 훌쩍 넘었다. 특히 상환 능력이 떨어진 취약 자영업자의 연체율은 12.71%까지 치솟으며 장기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대출을 갚지 못하는 신규 연체 진입뿐 아니라, 한 번 연체에 빠진 뒤 3개월 이상 벗어나지 못하는 연체 지속률 또한 80.9%를 기록했다. 연체 자영업자 10명 중 8명 이상이 다음 분기에도 빚을 갚지 못한다는 의미로, 취약층의 부실이 일시적 유동성 경색을 넘어 자생적 상환 능력이 완전히 망가진 상태임을 보여준다.
KB국민은행 유신익 WM스타자문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30일 유튜브 채널 ‘표영호tv’에 출연해 국내 소득 계층 간의 격차가 한계에 다다랐다고 지적했다. 유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소득 상위 10% 계층은 대출과 소득이 동반 상승하며 자산 증식 기회를 누리는 반면 하위 계층은 소득이 정체된 상태에서 대출 공급까지 끊기며 고사 위기에 처했다”며 취약차주가 집중된 신용 창구의 연체율 급등 실태를 경고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와 금융권의 자산건전성 관리 강화는 양극화를 부추기는 구조적 요인으로 꼽힌다. 고신용자에게는 우량 차주 프리미엄을 안겨주지만, 상환 여력이 떨어진 저소득∙저신용자에게는 제도권 대출 축소라는 직격탄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갚을 돈은커녕 생계비조차 조달하지 못한 취약계층은 고금리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 비은행 2금융권으로 밀려나며 부실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제도권 금융의 문턱이 높아지면서 취약계층의 최후 보루 역할을 해야 할 정책금융마저 한계를 드러냈다. 저소득∙저신용자의 불법사금융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마련된 불법사금융예방대출(구 소액생계비대출)의 경우, 미회수 원금 잔액이 급증하며 청년층 등 일부 차주에서 연체율이 40%를 돌파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최대 100만 원 안팎의 극소액 대출금조차 상환하지 못해 장기 연체자로 전락하는 차주가 속출하고 있다는 사실은 서민 금융안전망이 임계점에 도달했음을 입증한다.
정부와 금융권이 대출 만기 연장, 상환 유예 등의 연착륙 방안을 지속해서 내놓고 있지만 근본적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다. 잠재적 부실채권을 장부상 정상 여신으로 묶어두는 사이 소득 기반이 무너진 차주들은 빚으로 빚을 메우는 다중채무의 늪에 고립되고 있다. 더욱이 고신용 부문의 견고한 지표가 취약 부문의 균열을 가리는 현상이 장기화할 경우, 누적된 부실 위험은 2금융권 전체로 확산할 수 있다.
취약계층의 신용위험을 이대로 방치하면 2금융권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이 급증해 중소형 금융회사의 건전성까지 흔들릴 우려가 크다. 단순한 유동성 공급이나 금리 처방만으로 한계 차주의 부실 전이를 막기 어려운 만큼, 포트폴리오 기업의 부실 위험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고 실질적인 채무 감면과 회생 제도로 신속히 연결하는지가 향후 금융 시스템 안정을 가늠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