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6.10.29 11:19
9월 말 혁신창업사업화자금 연체율 2.34% 기록
은행권 중소기업 연체율 1% 웃돌며 부실 현실화
옥석 가리기 및 실효성 있는 채무 감면 추진 과제

중소기업 정책자금 연체율이 2%를 돌파하며 5년 내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금융 당국과 정책금융기관이 만기 연장과 상환 유예로 틀어막았던 잠재 부실이 본격적인 건전성 악화로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29일 중소벤처기업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사장 강석진)이 운용하는 주요 정책자금 연체율이 일제히 급등했다. 창업 초기 기업의 기반 구축을 돕는 혁신창업사업화자금 연체율은 2.34%로 뛰어올랐다. 이 자금 연체율은 2021년 1.73%에서 2023년 0.89%까지 하락했으나, 만기 연장 기한이 점진적으로 종료되기 시작한 2024년 1.29%, 2025년 1.52%로 반등한 뒤 올해 들어 2% 선을 훌쩍 넘어섰다.
사업 전환과 구조 개선을 유도하는 재도약지원자금 연체율 역시 2.14%를 기록하며 2%대를 재돌파했다. 이 밖에도 긴급경영안정자금 연체율은 1.73%, 신시장진출지원자금은 1.46%, 신성장기반자금은 1.06%에 달해 주요 정책자금 지표 전반이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렸다.
지표 악화의 주된 원인은 유동성 지원과 만기 연장으로 뒤로 미뤄뒀던 정책의 구조적 청구서가 일시에 들이닥친 데 있다. 강석진 이사장은 지난 15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코로나19 당시 집행된 대출의 만기 연장 혜택이 순차적으로 완료되면서 상환 능력이 고갈된 기업들의 부실이 통계상으로 여과 없이 집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예 기간 동안 기업의 체질 개선이 뒷받침되지 못한 채 금리 비용과 원금 상환 부담만 누적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책자금 연체율은 민간 금융권보다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1.00% 수준이다. 세부적으로는 중소법인 대출 연체율이 1.10%,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이 0.86%를 기록하며 9년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은행권이 고금리 장기화와 경기 둔화 여파로 기업 대출 심사 기준을 지속해서 강화하면서, 신용도가 취약해 민간 대출 창구에서 밀려난 기업들이 정책자금에 과도하게 의존해 왔다. 하지만 정책금융 창구마저 연체율 급등으로 추가 지원 문턱이 높아질 수밖에 없어 자금 경색이 가속화될 우려가 크다.
부실이 급증하는 상황에서도 사전 구조조정 기능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5일 국정감사에서는 정책자금 연체율 상승에도 불구하고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채무조정 지원 실적은 오히려 감소세를 보인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폐업 시 발생하는 일시 상환 압박과 비용 부담 탓에 한계 상황에서도 문을 닫지 못하고 채무만 키우는 기업들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정책당국이 만기 연장 중심의 미봉책에서 벗어나 회생 가능한 기업과 퇴출 기업을 엄격히 선별할 수 있을지가 향후 정책금융 건전성을 가늠할 핵심 지표다. 실효성 있는 채무 감면과 재기 인프라를 신속히 가동하지 않는다면 정책금융 부실이 민간 신용시장 전체로 전이되는 사태를 막기 어려울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