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헌석 기자
  • 입력 2026.10.30 09:45
  • 수정 2026.10.30 11:08

퇴직 예정자 400여 명 고용 유지, 밀린 급여 분할 지급 무기한 연기
요금 체납에 6개 점포 단전 예고, 상품 공급 외상 거래 전면 중단
누적 임금 공익채권으로 쌓여 향후 매각이나 인수합병 과정 잠재 부채

AI 생성이미지.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가 극심한 자금난으로 직원 400여 명의 희망퇴직 처리를 돌연 철회했다. 밀린 급여 지급마저 무기한 연기된 데다 주요 점포들이 전기요금 체납으로 단전 위기에 몰리면서, 정상적인 사업 정리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유동성 고갈에 직면했다.

홈플러스는 29일 희망퇴직 신청자들에게 경영사정 변경을 이유로 이달 접수한 퇴직 절차를 전격 취소한다고 통보했다. 앞서 7일 별도 위로금 지급이 없는 조건으로 접수를 시작한 이번 희망퇴직은 직원들의 불안 심리가 겹쳐 14일 조기 마감됐다. 당초 회사는 31일 자로 퇴직 처리를 진행하고, 다음 달 14일 법정 퇴직금과 미지급 급여, 추석 상여금 등을 일괄 지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최소한의 퇴직 정산금마저 확보하지 못하면서 고용관계를 기존대로 유지하게 됐다.

재직자의 임금 지급 과정에서도 현금 고갈의 심각성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회사는 지난 23일 밀린 8월분 급여의 25%만 우선 분할 지급하고 나머지 75%를 30일 완납하겠다고 공지했으나, 자금 유동성 부족을 이유로 29일 돌연 무기한 연기했다. 이미 급여를 늦춰 지급하는 상황에서 분할 잔액조차 줄 돈이 없다는 사실은 통장이 사실상 비어 있음을 보여준다.

영업 현장의 기본적인 시설 가동마저 끊길 위기에 처했다. 한국전력공사는 수개월 동안 전기요금을 내지 못한 포천송우점과 킨텍스점, 고양터미널점, 남양주진접점, 파주운정점, 가좌점 등 6개 점포에 이달 말 단전을 예고했다. 인천송도점 역시 다음 달 단전 명단에 올랐다. 대형마트는 냉장∙냉동 설비 가동과 전산 결제 시스템 유지를 위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수적이다. 단전이 현실화할 경우 상품 유통망이 마비되고 입점 점주들의 생계 기반까지 타격을 받게 된다. 이달 초 기준 홈플러스 매장의 매출은 목표치의 30% 안팎 수준까지 급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극단적 유동성 경색은 신용 상실에 따른 거래 환경 악화에서 비롯됐다. 협력업체들은 납품 대금을 떼일 것을 우려해 기존 외상 거래를 전면 중단하고 현금 결제나 선수금 방식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7월 2,000억 원 규모의 긴급운영자금을 조달했음에도 신용이 회복되지 않아 물건을 떼어올 때마다 현금을 쏟아부어야 했고, 결국 필수 고정비로 돌아가야 할 실탄이 급속도로 바닥났다.

퇴직 처리 취소는 단기적으로 일시금 지출을 피하는 임시방편일 뿐, 장기적인 회생 절차에는 치명적인 걸림돌이 된다. 통상 한계기업의 인력 감축은 월 고정비를 낮추고 회생계획안의 실행 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다. 그러나 홈플러스는 감축에 수반되는 일시 청산 비용을 댈 재원이 없어 미래의 인건비 부담을 줄이지 못하고 매달 발생하는 급여 채무를 계속 떠안아야 하는 모순에 갇혔다.

근로기준법상 퇴직금과 체불임금은 회생 절차에서 일반 회생채권보다 우선 변제되는 공익채권으로 분류된다. 퇴직을 거부당해 남겨진 직원들의 급여가 계속해서 공익채권으로 누적되면, 향후 매각이나 인수합병 과정에서 원매자의 인수를 주저하게 만드는 막대한 잠재 부채로 작용한다. 당장 매각 작업도 뚜렷한 진전을 보이지 못하는 가운데, 단전 위기를 넘기고 공익채권을 해소할 자구책을 마련할 수 있을지가 회생 폐지와 강제 청산 시나리오를 가를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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