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형진 기자
  • 입력 2026.11.02 10:44
  • 수정 2026.11.02 10:50

퍼블릭 시티즌 "빅테크, 디지털 규제 공격에 무역 협정 악용"
그린옥스 등 美 투자사 5곳, 쿠팡 제재 반발해 ISDS 추진

쿠팡 로고.

미국 시민단체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S)'을 추진 중인 쿠팡의 미국 투자사들을 향해 통상정책을 무기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빅테크 기업들이 로비스트를 앞세워 다른 국가의 정당한 공익적 디지털 규제를 무력화하는 데 무역 협정을 악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30일 미국 시민단체 퍼블릭 시티즌은 '한국의 디지털 규제에 맞서 미국 통상정책을 무기화하려는 쿠팡의 부적절한 압박 캠페인'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6년 1월 그린옥스캐피털과 알티미터캐피털 등 쿠팡의 주요 미국 투자사 두 곳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한국 정부를 상대로 ISDS 제소 의향서를 제출했다. 이후 폭스헤이븐캐피털, 듀러블캐피털, 에이브럼스 등 세 곳의 미국 투자사가 추가로 절차에 합류했다.

투자사들의 이 같은 조치는 2025년 11월 발생한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이에 따른 한국 정부의 제재에 반발해 이뤄졌다. 당시 한국 개인정보보호위원회(PIPC)는 3300만명 이상의 사용자 계정이 노출된 책임을 물어 쿠팡에 6400억원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거래위원회(KFTC) 등 여러 정부 기관의 강도 높은 조사도 이어졌다.

쿠팡 투자사들은 한국 당국의 규제 조치가 혁신적인 미국 경쟁 기업을 표적으로 삼아 한국 및 중국 기업에 혜택을 주려는 차별적 조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쿠팡에 보유한 15억 달러(약 2조1000억원) 이상의 지분이 규제 당국의 과도한 개입으로 수십억 달러 규모의 시가총액 손실을 입었다고 덧붙였다.

퍼블릭 시티즌은 이러한 투자사들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단체는 빅테크 기업들이 로비스트의 지원을 받아 무역법상 '비차별' 개념을 전략적으로 악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빅테크를 겨냥한 사실상 모든 규제 조치를 무역 협정 위반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단체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네이버, 카카오, 넥슨, 엔씨소프트, 스마일게이트 등 한국 기술 기업뿐만 아니라 여러 미국 기반 기업에 대해서도 동등하게 조치를 취해왔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특정 국가의 기업만을 차별적으로 규제한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퍼블릭 시티즌은 "미국 정책 입안자들은 다른 국가의 현대적인 데이터 보호 및 경쟁법을 공격할 것이 아니라, 국내에서 규제를 시행해 빅테크 기업에 책임을 묻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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