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형진 기자
  • 입력 2026.11.02 10:44
  • 수정 2026.11.02 10:50

1심 1억9140만 달러 배상 판결 뒤 항소심서 비공개 타결
특허 무효화로 배상액 낮추며 반격해 추가 소송까지 일괄 취하

삼성전자 로고.

삼성전자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을 둘러싸고 미국 특허관리전문회사(NPE)와 벌여온 수천억 원 규모의 특허 침해 소송을 전격 합의로 마무리했다. 1심에서 거액의 배상 판결을 받았으나 적극적인 특허 무효 심판으로 배상액을 크게 낮춘 뒤, 양측이 비공개 조건으로 분쟁을 일괄 타결하며 불확실성을 해소했다.

2일 디스플레이 전문 매체 OLED인포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아일랜드계 NPE 픽티바 디스플레이(Pictiva Displays)는 최근 미국 법원에 계류 중인 모든 특허 소송을 기각해 달라고 요청했다. 양측은 항소심이 진행 중인 가운데 비공개 타결을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픽티바는 아일랜드 특허 수익화 기업 키 패턴트 이노베이션(Key Patent Innovations)의 자회사로, 2020년 독일 오스람으로부터 디스플레이 관련 특허를 대거 매입해 소송에 나선 전형적인 특허괴물이다. 이들은 2023년 미국 텍사스 동부지방법원에 삼성전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삼성의 갤럭시 스마트폰과 태블릿, 스마트워치, 프리미엄 TV 등 주력 제품군이 자사의 OLED 특허 2건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1월 1심 배심원단은 픽티바의 주장을 받아들여 삼성전자에 1억9140만 달러(약 2640억 원)를 배상하라고 평결했다. 텍사스 동부지법은 전통적으로 특허권자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리는 곳으로 꼽힌다. 당시 삼성 측은 픽티바의 특허가 과거 기술에 불과해 배상액이 170만 달러(약 23억 원) 수준에 그쳐야 한다고 맞섰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나 삼성은 미국 특허심판원(PTAB)을 통해 반격에 나섰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주도해 픽티바의 특허 7건에 대해 무효 심판을 청구했고, 올해 1월 PTAB는 1심 배상 판결의 근거가 된 특허 2건 중 1건을 무효로 결정했다. 이 결정으로 삼성이 부담해야 할 배상액은 9880만 달러(약 1360억 원)로 9260만 달러(약 1280억 원)가량 대폭 줄어들게 됐다.

이후 픽티바는 지난 5월 퀀텀닷(QD)-OLED 등 TV 기술과 관련된 특허 침해를 내세우며 삼성을 상대로 추가 소송을 제기했다. 양측의 공방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였으나, 1심 판결 이후 1년 만에 극적으로 타결에 도달했다. 배상액이 절반 수준으로 깎인 픽티바와, 소송 장기화로 인한 영업 불확실성을 덜어내려는 삼성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를 겨냥한 NPE들의 특허 공세는 끊이지 않고 있다. 앞서 다른 아일랜드계 NPE 솔라스 OLED 역시 삼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2021년 6270만 달러(약 860억 원)의 배상 판결을 이끌어낸 바 있으며, 이후에도 크고 작은 특허 침해 다툼이 이어지는 중이다. 이번 합의로 삼성은 주요 수익원인 디스플레이 탑재 제품군과 관련한 중대한 법적 분쟁 하나를 완전히 털어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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