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형진 기자
  • 입력 2026.11.01 09:42
  • 수정 2026.11.01 09:45

잉여현금흐름 악화에 스탠더드앤드푸어스 평가 하향
클라우드 수익 부재로 950억 달러 신주 발행
변칙 대출 확산, 기술 업계 연쇄 신용경색 우려

AI 생성이미지.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을 위해 쏟아부은 천문학적 투자가 빅테크 기업들의 잉여현금흐름을 고갈시키며 신용위험으로 표면화하고 있다. 무제한에 가깝던 유동성이 꺾이면서, 현금 창출 능력이 부족한 기업들은 조달 한도 축소와 고금리 후순위 대출에 기댈 수밖에 없는 한계에 직면했다.

가장 먼저 경고등이 켜진 곳은 메타플랫폼스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레이팅스는 지난달 30일 메타플랫폼스의 신용등급 전망을 종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전격 하향 조정했다. 신용등급 자체는 ‘AA-’로 유지했지만,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AI 인프라 투자와 이에 따른 잉여현금흐름(FCF)의 가파른 악화가 재무 건전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메타플랫폼스는 2026년 한 해 동안 AI 설비 등에 최대 1,450억 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투입할 계획이다. 하지만 지난 3분기 잉여현금흐름은 21억 2,000만 달러 적자로 돌아섰다.

신용평가업계는 이를 단순한 일회성 지출이 아닌 장기 현금흐름의 구조적 왜곡으로 본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 글로벌레이팅스는 메타플랫폼스의 잉여현금흐름 적자가 2027년 710억 달러로 불어난 뒤 2028년에도 39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당초 2028년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던 기존 관측이 뒤집힌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 아마존처럼 구축한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용량을 외부 고객에게 재임대해 현금을 회수하는 모델과 달리, 메타플랫폼스는 자체 서비스와 온라인 광고 수익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구조다. 이 때문에 투자비 회수 능력이 극히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등급 전망 강등의 핵심 원인이 됐다.

메타플랫폼스는 AI 수익화 역량에 대한 신용평가사의 분석에 동의할 수 없다며 강력한 신용도를 뒷받침할 사업 기회가 열려 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설비투자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사상 최대인 950억 달러 규모의 신주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은 자체 창출 현금만으로 투자 속도를 감당할 수 없음을 드러낸다. 막대한 지분 희석을 감수하면서까지 자본을 확충해야 할 만큼 재무적 압박이 커졌다는 시장의 의구심은 지워지지 않고 있다.

이런 자금 압박은 스타트업 생태계 최상단에 있는 핵심 AI 개발사들에도 고스란히 번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파이낸셜타임스 등에 따르면 오픈AI는 추진 중이던 신규 투자 유치 목표액을 당초 300억 달러에서 200억 달러로 대폭 삭감했다. 회사가 기대하던 기업가치 평가액 역시 1조 4,000억 달러에서 1조 2,500억 달러로 1,500억 달러 깎였다. 1차 약정 마감에서 확보된 금액은 당초 기대치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110억 달러 수준에 머물렀으며, 결국 패밀리오피스와 고액 자산가들까지 끌어들여 잔여 물량을 채우려 애쓰는 상황에 몰렸다.

신용평가 체계가 온전히 작동하기 시작하면서 채권 시장의 문턱도 급격히 높아졌다.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인 앤트로픽의 경우 상장 이후 신용등급이 투자적격 수준(‘BBB-’ 이상)에 미치지 못하고 투기등급인 더블B(‘BB’)급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는 경고가 투자은행과 사모펀드 업계에서 공식화됐다. 앤트로픽이 2045년까지 8,000억 달러 이상의 인프라 투자를 예고한 상황에서 투기등급 꼬리표가 붙는다면 보수적인 연기금이나 보험사 등 기관투자자들의 채권 매입이 원천 차단된다. 이는 천문학적인 차입 금리 부담으로 이어져 사업 지속성에 치명타를 입힐 수 있다.

자금 조달이 막히자 신용 보강의 기형적 왜곡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앤트로픽이 구글 AI 칩을 조달하기 위해 설계한 630억 달러 규모의 금융 구조에서는 신용등급이 우수한 반도체 공급업체 브로드컴이 420억 달러 이상의 선순위 대출을 전액 보증하고 나섰다. 보증이 붙지 않은 180억 달러 규모의 고위험 후순위 대출 중 절반은 사모투자사 블랙스톤이 연 10%가 넘는 고수익률을 조건으로 인수했다. 금융기관들이 AI 개발사의 상환 능력을 믿지 못하자, 반도체 판매사가 실적을 위해 신용위험을 떠안고 사모펀드는 고금리 프리미엄을 챙기는 변칙적 순환 금융 구조가 현실화한 것이다.

공격적인 투자가 담보하던 프리미엄은 사라지고, 현금 잠식과 차입 부담이라는 냉혹한 채권 시장의 잣대가 적용되기 시작했다. 자본 지출 규모가 이익 창출 속도를 계속해서 압도할 경우, 메타플랫폼스의 본 신용등급 강등은 물론 협력사 연대보증으로 버티는 파이낸싱 구조의 연쇄 균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장 연말까지 이어질 앤트로픽의 후속 자본 조달 금리 수준과 내년 상반기 메타플랫폼스의 잉여현금흐름 적자 폭 축소 여부가 기술 섹터 전반의 신용경색을 판가름할 핵심 지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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