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6.10.30 11:21
- 수정 2026.10.30 11:25
약 2,000억 원대 추정 롯데 센텀시티점 인수
양사 현금 창출력 우수해 신용도 타격 제한적
공정위 심사 결과와 복합 단지 조성 투자 비용 확인

신세계(대표 박주형)가 오랜 경쟁사인 롯데쇼핑의 부산 롯데백화점 센텀시티점을 전격 인수한다. 두 유통 공룡의 17년에 걸친 ‘센텀 대전’이 신세계의 승리로 막을 내린 가운데, 국내 신용평가업계는 양사의 우수한 재무 대응력을 근거로 이번 빅딜이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으로 진단했다.
신세계와 롯데쇼핑은 29일 롯데백화점 센텀시티점 양수도 계약을 맺고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신고서를 제출했다. 양사 합의에 따라 정확한 인수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시장에서는 2,000억 원 안팎이 될 것으로 추산한다. NICE신용평가는 30일 보고서를 통해 롯데 센텀시티점의 장부가액이 총 2,050억 원인 점과 2024년 매각 추진 당시 본입찰 금액이 2,500억~3,000억 원 수준이었던 점을 종합해 이같이 추정했다.
이번 점포 거래는 부산 핵심 상권에서 벌어진 치열한 출혈 경쟁의 결과물이다. 2007년 문을 연 롯데 센텀시티점은 불과 2년 뒤인 2009년 바로 옆에 세계 최대 규모로 지어진 신세계 센텀시티점이 들어서면서 심각한 매출 부진을 겪었다. 2025년 기준 신세계 센텀시티점은 매출 2조 2,642억 원으로 전국 백화점 3위를 기록했지만, 롯데 센텀시티점은 1,352억 원으로 62위에 머물렀다. 압도적인 매장 규모와 명품 브랜드 유치, 체험형 레저 시설을 앞세운 신세계에 밀려 수익성 확보에 실패한 것이다.
결국 유통업계 라이벌 간 사상 첫 점포 직거래가 성사되며 양사의 오프라인 생존 전략도 명확히 갈리게 됐다. 신세계는 인수한 롯데 점포를 기존 센텀시티점과 물리적으로 연결해 매장 규모를 대폭 키울 방침이다. 나아가 내년 하반기 착공 예정인 인근 C부지의 럭셔리 호텔, 레지던스, 오피스 등과 결합해 이 일대를 쇼핑∙주거∙업무가 묶인 초대형 복합 상권인 ‘신세계 타운’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롯데쇼핑은 만성 적자 점포를 덜어내는 선택과 집중 구조조정을 택했다. 매각 이후 롯데쇼핑은 외국인 매출 비중이 높아 전국 11위 규모로 성장한 부산본점과 롯데몰 동부산점 등 확실한 경쟁력을 갖춘 지역 핵심 거점 투자에 집중할 방침이다.
수천억 원이 오가는 대형 거래임에도 양사의 재무구조에는 큰 흔들림이 없을 전망이다. NICE신용평가는 양사 모두 우수한 현금 창출력을 바탕으로 신용도 하방 압력을 방어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NICE신용평가 정진원 선임연구원은 신세계가 올 상반기 연결 기준 현금성 자산 약 1조 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부채비율 121.2% 등 재무 안정성이 뛰어나 인수 대금 지출이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롯데쇼핑에 대해서도 부채비율 124.9%로 자체 재무 안정성이 우수하며, 부진 점포 매각으로 유입된 대금이 기존 점포 리뉴얼과 신규 출점, 영국 오카도 물류센터 투자 등에 활용돼 재무 부담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한국판 롯폰기힐스’를 표방한 초대형 복합 상권 조성이 실현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관문이 남았다. 우선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해야 최종 거래가 종결되며, 심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롯데 센텀시티점은 기존대로 정상 영업을 이어간다.
가장 중요하게 확인해야 할 지표는 매각 이후 양사가 짊어질 막대한 신규 투자 비용이다. 신세계는 인수한 롯데 센텀시티점 전관 리뉴얼과 C부지 복합 개발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해야 해 중장기적인 현금 흐름과 수익성 방어 여부를 살펴야 한다. 롯데쇼핑 역시 알짜 점포 중심의 전관 리뉴얼과 신규 쇼핑몰 건립 성과가 향후 백화점 부문 이익 창출력을 가늠할 기준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