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형진 기자
  • 입력 2026.10.30 22:55
  • 수정 2026.10.30 23:00

대금 지급 방식 등 리스크 분담 이견으로 최종투자결정 시한 넘겨
두산에너빌리티·삼성물산 등 뉴스케일 협력 韓 기업 공급망 타격 우려

두산에너빌리티 로고.

루마니아 정부와 국영 원전기업이 미국 뉴스케일파워(NuScale)와 추진하던 소형모듈원전(SMR) 프로젝트의 전략 갱신과 대체 기술 평가를 확정했다. 양측이 상업적 조건 합의에 실패하며 사업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뉴스케일의 파트너로 참여 중인 두산에너빌리티와 삼성물산 등 한국 기업들의 글로벌 SMR 공급망 선점 계획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루마니아 국영 에너지기업 뉴클레어일렉트리카(Nuclearelectrica) 공시에 따르면 회사는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도이체슈티(Doicești) SMR 프로젝트의 전략 업데이트 및 대체 기술 평가 안건을 통과시켰다. 앞서 승인된 최종투자결정(FID)의 주요 조건이었던 뉴스케일과의 상업적 합의가 마감 기한을 넘겨서도 타결되지 못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양측의 갈등은 상업적 운전 이력이 없는 최초 호기(FOAK)의 위험 분담 방식에서 비롯됐다. 루마니아 측은 총 6개의 SMR 모듈 중 첫 번째 모듈이 완전 가동된 이후에만 나머지 5개 모듈의 대금을 지급하는 '1+5' 방식을 요구했다. 그러나 뉴스케일 측이 이러한 상업적 조건에 동의하지 않으면서 협상이 멈춰 섰다.

뉴클레어일렉트리카 측은 사업 실패라는 표현을 부인하며 다른 기술을 벤치마킹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루마니아 매체 핫뉴스(HotNews)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코스민 기처 뉴클레어일렉트리카 최고경영자(CEO)는 "SMR 프로젝트 개발 전략 재평가는 기존 시나리오를 폐기하는 것이 아니라 최근 기술 발전을 바탕으로 다수의 기술과 시나리오를 벤치마킹하는 것"이라며 "루마니아에 가장 유리한 해결책을 찾기 위한 정보 기반의 의사결정 과정"이라고 밝혔다.

총 70억 달러(약 9조6000억 원) 규모로 추산되는 도이체슈티 프로젝트는 기존 석탄발전소 부지에 77MW급 모듈 6기를 배치해 총 462MW의 전력을 생산하는 사업이다. 루마니아 정부는 이 사업을 통해 2030년대 초반 상업 운전을 시작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재까지 부지 매입과 각종 인허가 조사 등에 2억4000만 달러(약 3300억 원)가 투입됐으며 자금 대부분은 뉴클레어일렉트리카가 합작법인 로파워(RoPower)에 대출하는 형태로 지원됐다.

프로젝트 지연에 따라 루마니아 내부에서는 국부 유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일리에 볼로잔 전 루마니아 총리 지명자는 "국가에는 서류와 땅만 남게 될 것"이라며 계약을 명확히 협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로파워의 지분 절반을 보유한 민간기업 노바파워앤가스가 2021년 사들인 부지를 4배 비싼 2400만 유로(약 360억 원)에 로파워에 매각한 사실도 도마 위에 올랐다.

루마니아 SMR 사업이 지연되면서 한국 원전 업계에도 불똥이 튈 상황이다. 뉴스케일파워에 지분을 투자한 두산에너빌리티는 SMR 주기기를 제작해 공급할 예정이며, 삼성물산은 프로젝트의 인프라 구축 솔루션을 제공하며 사업을 지원할 계획이었다. 뉴스케일의 상용화 프로젝트인 루마니아 사업이 다른 기술로 대체될 경우 한국 기업들의 SMR 수출 동력은 약화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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