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6.10.29 13:40
- 수정 2026.10.29 15:06
요주의채권 1조 3,878억 원 기록…51.7% 폭증
채무조정 늘려 표면적 연체율 낮춘 모수 착시
얇아진 대손충당금 방어벽…부실 전이율 본격 검증

삼성카드의 표면적인 연체율이 하락하며 자산건전성이 개선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전혀 다른 경고음을 내고 있다. 카드대금을 제때 갚지 못해 만기를 연장하거나 이자를 깎아준 채무조정 자산이 ‘요주의채권’으로 쌓이면서 잠재적 부실 위험이 1년 새 절반 이상 폭증했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건전성 지표가 안정세를 유지하는 듯 보이지만, 실상은 총채권 규모를 키워 부실 비율을 희석하고 차주의 상환 지연을 채무조정으로 이연시킨 착시 효과다.
29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삼성카드의 9월 말 기준 1개월 이상 연체율은 0.87%로 전년 동기(0.93%) 대비 0.06%포인트 하락했다. 부실채권의 대표 지표인 고정이하여신비율 역시 0.74%에서 0.67%로 개선됐다.
그러나 실제 1개월 이상 연체채권 잔액은 전년 동기 2,774억 원에서 올해 2,909억 원으로 4.9% 늘어났다. 연체채권 절대 규모가 커졌음에도 연체율이 떨어진 것은 분모인 총채권 잔액이 29조 8,908억 원에서 33조 4,022억 원으로 11.7% 급증했기 때문이다. 대출과 신용판매 취급고를 늘려 자산 덩치를 키운 덕에 연체율 수치가 낮아 보이는 ‘모수 착시’가 발생했다.
통상적인 연체율 지표 바깥에 자리 잡은 요주의채권은 향후 건전성을 위협할 핵심 위험 요소다. 금융회사는 대출 자산을 건전성에 따라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5단계로 분류한다. 이 중 요주의채권은 아직 고정이하여신으로 잡히진 않았으나 차주의 신용위험이 커져 향후 부실로 전락할 가능성이 농후한 여신을 뜻한다.
삼성카드의 요주의채권 잔액은 지난해 9월 말 9,150억 원에서 올해 9월 말 1조 3,878억 원으로 51.7% 폭증했다. 불과 1년 만에 4,700억 원 이상의 잠재 부실 채권이 새로 쌓인 셈이다. 이에 따라 총채권에서 요주의채권이 차지하는 비중도 3.06%에서 4.15%로 뛰었다.
이런 요주의채권 급증은 취약 차주를 대상으로 한 채무조정이 지속해서 늘어난 영향이다. 삼성카드 역시 요주의채권 급증 배경으로 채무조정 금액 확대를 인정했다. 채무조정은 당장 차주의 연체 등록을 막아 단기 연체율을 낮추는 방패막이가 되지만, 회수 불확실성이 큰 채권을 장부상 요주의 단계로 묶어두는 결과를 낳는다.
위험 자산이 50% 넘게 불어나는 동안 이를 방어할 완충력은 오히려 후퇴했다. 요주의채권이 51.7% 늘어나는 사이 이에 대비해 쌓은 대손충당금은 1,198억 원에서 1,292억 원으로 7.8% 증가하는 데 그쳤다. 채권 증가 속도를 충당금 전입이 전혀 따라가지 못하면서 요주의채권에 대한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13.09%에서 9.31%로 떨어졌다. 향후 요주의채권에서 실제 부실이 터져 나올 경우 흡수할 수 있는 방어벽이 얇아졌다는 의미다.
채권 회수 여건마저 악화하고 있다. 삼성카드의 올해 3분기 중 1~30일 단기 연체채권 회수율은 57.8%로, 지난해 같은 기간(61.0%)에 비해 3.2%포인트 하락했다. 카드 이용자의 초기 상환 능력이 떨어지며 단기 연체가 장기 연체로 굳어질 공산이 커졌음을 보여준다.
이는 실적에도 치명적인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다. 삼성카드는 27일 실적 발표를 통해 올해 3분기 당기순이익이 1,39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5% 감소했다고 밝혔다. 영업수익이 늘어났음에도 채무조정 누적에 따른 대손비용이 2,230억 원으로 15.4% 늘어나고 조달금리 상승에 따른 금융비용이 28.8% 폭증하며 수익성을 압박했다.
반면 업계 선두 경쟁을 벌이는 신한카드는 올해 3분기 사옥 매각 등 일회성 이익(1,656억 원)을 더해 당기순이익 2,324억 원을 기록했다. 신한카드는 이를 바탕으로 2년 만에 당기순이익 기준 업계 1위를 탈환하며 삼성카드를 앞질렀다.
삼성카드는 자산건전성 지표를 지속해서 개선하고 있으며 4분기에도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차주가 채무를 온전히 상환하지 못하고 다시 연체에 빠지는 재연체 사태가 발생하면, 장부상 요주의채권은 즉각 고정이하 부실채권으로 직행한다. 만기를 미뤄둔 채무조정 차주의 최종 회수율 지표와 얇아진 대손충당금이 4분기 이후 잠재 부실을 얼마나 방어해 낼 수 있을지가 향후 실적을 가늠할 핵심 지표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