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6.10.29 02:53
전이성 대장암·폐암 환자 400명 대상 장기 안전성 평가
화이자 등과 GDF-15 표적 치료제 경쟁 본격화

LG화학의 미국 항암 자회사 아베오 온콜로지가 암 악액질 신약 후보물질 '릴로그로툭(rilogrotug, AV-380)'의 임상 2·3상 연장 연구를 미국 국립보건원(NIH)에 신규 등록했다.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암 악액질 시장에서 글로벌 제약사들과의 신약 개발 경쟁이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29일 미국 국립보건원 임상시험정보사이트 클리니컬트라이얼즈에 따르면 아베오는 전이성 대장암 및 비소세포폐암 동반 암 악액질 환자 400명을 대상으로 릴로그로툭의 장기 안전성과 내약성을 평가하는 오픈라벨 연장 연구(REACH-OLE)를 등록했다. 이번 연구는 본 임상시험을 완료한 환자들에게 최대 6개월간 릴로그로툭을 추가 투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2027년 2월에 시작해 2031년 1월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암 악액질은 암 환자의 체중 감소와 근육 위축, 식욕 부진을 유발하는 대사 증후군이다. 진행성 암 환자의 50~80%가 겪으며, 전체 암 환자 사망 원인의 약 20%를 차지할 정도로 치명적이지만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치료제는 전무하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전 세계 암 악액질 시장 규모는 2025년 26억9000만 달러(약 3조7600억원)에서 2034년 45억8000만 달러(약 6조41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릴로그로툭은 체내 염증 및 대사 조절에 관여하는 단백질인 'GDF-15'를 표적으로 삼는 면역글로불린 G1(IgG1) 단일클론항체다. 암세포가 과다 분비하는 GDF-15가 뇌의 식욕 조절 중추에 작용해 악액질을 유발하는 것을 차단한다. 아베오는 앞서 이달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유럽종양학회(ESMO 2026)에서 릴로그로툭의 임상 1b상 결과를 발표하며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한 바 있다.
마이크 페라레소 아베오 최고경영자(CEO)는 당시 학회에서 "체중 증가와 골격근 면적, 식욕 지표에서 유의미한 개선이 관찰됐다"며 "암 악액질 환자 치료제로서의 임상적 가치를 확인한 만큼 후속 임상 2상 개발에 신속히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장 연구 등록은 이러한 후속 개발 계획이 실제 실행 단계에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현재 GDF-15를 표적으로 하는 암 악액질 치료제 개발 분야에서는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가 가장 앞서 있다. 화이자는 지난 9월 GDF-15 억제제 '폰세그로맙(ponsegromab)'의 임상 2상 결과, 위약군 대비 유의미한 체중 증가와 근육량 개선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화이자 임상을 주도한 제프리 크로포드 듀크대 암연구소 교수는 당시 "암 악액질은 환자가 많음에도 현재 사용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폰세그로맙 투여군에서 체중과 근육량, 삶의 질 개선이 확인돼 표적 치료제 개발에 대한 희망을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화이자는 이를 바탕으로 내년 중 대규모 후속 임상을 시작할 계획이다.
LG화학은 2023년 1월 5억6600만 달러(약 7900억원)를 투자해 미국 항암 전문 기업 아베오를 인수했다. 아베오는 현재 신장암 표적치료제 '포티브다(Fotivda)'를 미국에서 판매하고 있다. 릴로그로툭 외에도 두경부암 치료제 '피클라투주맙(ficlatuzumab)'의 임상 3상을 진행하며 항암제 파이프라인을 다각화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