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헌석 기자
  • 입력 2026.10.27 13:39

지주사 1조 원 수혈로 자기자본 2조 2,000억 원대 도약
모수 효과 따른 건전성 지표 개선과 상존하는 PF 부실 우려
판관비 급증 넘어설 자생적인 핵심 수수료 창출 역량 입증 필수

AI 생성이미지.

우리투자증권(대표 남기천)의 기업신용등급 상향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가 최근 우리투자증권의 신용등급 전망을 잇달아 상향 조정하면서다. 하지만 이번 등급 전망 개선은 사업 역량 강화보다는 모기업인 우리금융지주(회장 임종룡)의 대규모 자본 수혈에 따른 완충력 확대에 기댄 측면이 크다. 진정한 우량 신용물 기준인 ‘AA-’ 등급으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외생 변수를 제외한 독자적인 수익 창출력 증명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는 우리투자증권의 기업신용등급을 기존 ‘A+’로 유지하되 등급 전망을 일제히 ‘긍정적’으로 상향했다. 한국기업평가가 지난 6월 30일 전망을 상향 조정한 데 이어, 한국신용평가도 26일 수시평가에서 동일한 결정을 내렸다. 두 평가사가 긍정적 전망을 부여함에 따라, 기관투자가의 주요 편입 대상이 되는 우량 신용물인 AA급 진입 기대감이 커졌다.

이번 평정의 결정적 배경은 우리금융지주의 적극적인 재무 지원이다. 우리투자증권은 지난 5월 모회사로부터 1조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받아 자기자본을 단숨에 2조 2,000억 원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2024년 8월 옛 우리종합금융과 한국포스증권의 합병으로 출범할 당시 1조 원 안팎이었던 자본 체급이 두 배 이상 커졌다. 신용평가사들은 이 같은 대규모 자본 확충이 위험 인수 여력을 키우고, 계열 지원 가능성에 따른 등급 상향 효과를 굳건히 뒷받침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지주사의 자본 수혈이 가져온 건전성 지표 개선은 ‘모수 효과’에 따른 착시라는 한계가 뚜렷하다. 순요주의이하자산 대비 자기자본 비율은 2024년 말 13.7%에서 올해 상반기 말 5.8%까지 대폭 하락했다. 이는 잠재 부실 자산이 실제로 소멸했다기보다 분모인 자기자본이 1조 원 급증하면서 지표가 기계적으로 개선된 결과다. 한국신용평가 분석에 따르면 과거 우리종합금융 시절 누적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가운데 브릿지론과 중∙후순위 대출 비중이 여전히 상당해 시장 침체 장기화에 따른 추가 손실 위험은 남아 있다.

독자적인 수익 창출력 역시 대형 우량 증권사 기준을 충족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 우리투자증권은 2024년 별도 기준 74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뒤 2025년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올해 상반기에는 영업이익 288억 원을 냈다. 올 3분기까지의 누적 영업이익도 31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2.2% 늘었다. 다만 이는 출범 초기 발생했던 대규모 충당금 적립 부담이 줄어든 영향이 크며, 2조 원이 넘는 자본 규모에 비하면 절대적인 이익 수준이 낮다.

현재 우리투자증권의 장기 신용등급 A+에는 이미 우리금융그룹의 유사시 지원 가능성이 반영돼 독자 신용도보다 한 단계 높은 지위를 적용받고 있다. 다른 대형 은행계 증권사들이 AA급 이상의 독자 신용도를 바탕으로 그룹 지원 효과를 더해 AA 또는 AA+ 등급을 유지하는 것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합병 이후 인재 영입과 IT 시스템 구축 등 인프라 선행 투자로 급증한 판매관리비도 넘어야 할 문턱이다. 2024년 연간 742억 원 수준이었던 판관비는 2025년 1,450억 원으로 뛴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만 909억 원이 집행됐다. 판관비 증가세를 상쇄할 만한 핵심 수수료와 이자이익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일회성 운용 실적이나 충당금 환입에 의존하는 취약한 수익 구조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결국 이번 긍정적 전망이 실제 AA- 등급 상향으로 이어지려면 자본 확충을 넘어선 사업 펀더멘털 입증이 필수적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 상황에서 추가 부실로 충당금 부담이 재차 확대되거나 높은 고정비 지출을 감당할 영업이익 창출력이 검증되지 않으면, 등급 상향은 보류되고 전망이 다시 ‘안정적’으로 회귀할 가능성도 상존한다.

저작권자 © 한국신용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