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헌석 기자
  • 입력 2026.10.28 15:35

부동산 침체로 담보 회수 지연되며 이익 성장세 꺾여
시장금리 상승과 불어난 부채로 조달비용 부담 확대
레버리지 관리가 향후 기업별 실적 차별화 핵심

AI 생성이미지.

보통 경기가 나빠져 부실채권(NPL)이 쏟아지면 이를 헐값에 매입해 추심하는 NPL 투자사들은 호황을 누린다. 하지만 최근 시장의 기대와 달리 이들의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다. 시장에 매각 물량은 넘쳐나지만 상업용 부동산 침체로 담보를 처분하기 어려워진 데다, 조달금리마저 오르면서 이자비용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28일 NICE신용평가가 발표한 스페셜 리포트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부실채권 잔액은 2022년 말 10조 1,000억 원에서 6월 말 18조 9,000억 원으로 급증했다. 과거 대기업 중심의 부실과 달리, 경기 둔화와 고금리가 장기화하며 중소기업과 가계 부문 전반에서 연체율이 치솟은 결과다. 이에 따라 은행권은 건전성 관리를 위해 상∙매각을 통한 부실채권 정리를 늘렸고, 부실채권 매각 시장 규모도 함께 커졌다.

이 같은 공급 확대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는 5개 전업사(연합자산관리, 대신에프앤아이, 하나에프앤아이, 키움에프앤아이, 우리금융에프앤아이)의 표정은 어둡다. 이들의 합산 NPL 관련 손익은 2023년 1,485억 원에서 2025년 2,508억 원으로 가파르게 성장했다. 그러나 상반기에는 이들 5개사의 합산 당기순이익과 관련 손익이 모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줄어들며 수익성이 저하된 양상을 보였다.

이익 성장세가 꺾인 가장 큰 원인은 '회수 환경 악화'다. NPL 수익은 크게 매입한 자산에서 나오는 이자수익과 담보 처분 등을 통한 회수관련수익으로 나뉜다. 최근 부실채권이 쏟아지며 전업사들의 매입률(미상환 원금 대비 낙찰액 비율)은 2023년 87.2%에서 2분기 67.7%로 낮아졌다. 통상 매입 단가가 내려가면 회수 마진이 커지지만, 지금은 시장이 보수적으로 자산 가치를 깎아내린 결과일 뿐 실질적인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다.

특히 은행권 매각 담보 중 상대적으로 공실과 임대료 하락에 취약한 상업용 부동산의 비중이 늘어난 점이 치명적으로 작용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길어지며 경매 시장에서 상업용 부동산 매각가율이 떨어지고, 제때 자산을 현금화하지 못하는 상황이 속출했다. 실제로 NPL 전업사들의 3년 차 누적 회수율은 과거 대비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회수 지연 우려가 커지면서 이들 5개사의 NPL 자산 대비 충당금 전입액 비율도 2023년 0.30%에서 2025년 0.73%로 치솟았다.

비용 측면에서는 시장금리 상승이 발목을 잡았다. NPL 투자사들은 대부분 채권을 매입할 때 회사채나 차입금으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한다. 따라서 조달금리가 오르면 곧바로 이자비용 부담이 커지는 구조를 띠고 있다. 이들 전업사의 가중평균 회사채 발행 금리는 2025년 하반기 2.97%에서 3분기 4.75%로 가파르게 뛰었다.

설상가상으로 2023년부터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며 업계 전반의 부채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상태다. 부채 덩치가 커진 탓에 금리가 조금만 올라도 이자비용 증가 폭은 과거보다 훨씬 거세다. 실제로 금리가 1.00%포인트(100bp) 오를 때 발생하는 당기손익 변동분은 공시를 제출한 4개사 기준으로 2025년 123억 원에 달했다. 여기에 2025년 1조 원, 올해 2조 원 수준이던 만기 도래 채권 규모가 2027년 2조 5,000억 원, 2028년 2조 9,000억 원으로 불어날 예정이라 차환에 따른 이자 압박은 한층 가중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불황 장기화의 여파로 NPL 업계 전반에 짙게 깔린 중단기 수익성 하방 압력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런 위기 속에서도 자본 확충과 금리 방어 능력에 따라 개별 기업의 성패는 크게 갈릴 전망이다. 무리한 투자로 레버리지배율(자기자본 대비 총자산 비율)이 치솟은 기업은 이자 부담에 짓눌려 신규 자산 편입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업권 평균 레버리지배율은 2022년 2.6배에서 6월 말 4.7배로 크게 올랐다.

반면 우량 자산을 선별 매입해 자금 회수가 원활하거나, 모회사의 유상증자 등을 통해 선제적으로 자본을 확충한 기업은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 이들은 위기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레버리지 관리 역량을 바탕으로 매입률이 낮아진 양질의 자산을 폭넓게 확보할 여력을 갖췄다. 현재 누적된 시장의 충격파를 넘기고 부동산 경기가 반등하는 시점이 오면, 최근 낮은 단가에 쓸어 담은 부실채권이 막대한 회수 마진을 창출해 기업 간 실적 격차를 가를 결정적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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