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형진 기자
  • 입력 2026.10.30 07:58
  • 수정 2026.10.30 08:05

중국 내수 부진·이자마진 축소에 수익성 급감하며 점포 효율화 속도
소매금융 축소하는 대신 고액 자산가·기업금융 중심 '선택과 집중'

AI 생성이미지.

중국 내 외국계 은행들이 올해 들어서만 33곳의 영업점을 폐쇄하며 대규모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신한·우리·하나은행 등 한국계 시중은행 3사도 일제히 지점 철수 명단에 포함됐다. 외자 은행들은 저효율 소매금융 점포를 줄이는 대신 고액 자산가와 기업금융 중심의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28일 중국 국가금융감독관리총국(NFRA)의 금융허가증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들어 중국 내 외국계 은행 영업점 33곳이 시장에서 철수했다.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의 중국 법인 소속 지점들도 연내 폐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독일 도이치은행(칭다오·충칭분행) 등 1급 분행(지점) 단위의 철수 사례도 속출했다.

이 같은 영업망 축소는 중국의 부동산 침체와 내수 부진, 이에 따른 순이자마진(NIM) 축소가 맞물린 결과다. 중국 내 외자 은행 중 가장 많은 점포망을 보유한 HSBC은행(중국)은 올해 가장 많은 13곳의 지점을 폐쇄했다. 2023년 말 132개였던 HSBC의 내륙 점포 수는 2025년 말 94개로 3년 새 30%가량 급감했다.

실적 악화가 점포 축소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 HSBC 중국법인의 2025년 영업이익은 162억2400만위안(약 3조13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14%, 순이익은 67억2200만위안으로 16.19% 감소했다.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 중국법인 역시 올해 5개 지점을 닫았으며, 지난해 순이익은 26.1% 급락했다.

한국계 은행들 역시 현지 경기 하강의 직격탄을 맞고 점포 효율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4월 베이징 왕징지점 영업을 종료하고 베이징분행으로 통합했으며, 우리은행은 지난해 베이징 삼원교지점에 이어 올해 상하이 우중루지점 문을 닫았다.

수익성 지표도 크게 악화했다. 올해 상반기 신한은행 중국법인의 순이익은 36억76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6.4% 급감했고, 하나은행 중국법인도 29억3300만원으로 83.1% 줄었다. 하나은행 등은 오프라인 지점을 축소하고 모바일 뱅킹을 활용한 디지털 기반 리테일 전환으로 수익성 방어에 나서고 있다.

외국계 은행들은 단순한 외형 축소에 머물지 않고 '수축과 확장'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저수익 소매 점포를 닫는 대신, 고액 자산가 대상의 자산관리(WM) 거점과 기업금융 역량은 오히려 키우는 추세다.

HSBC는 지점 폐쇄와 동시에 중국 내 11개 도시에 15개의 차세대 자산관리 플래그십 점포를 신설했다. SC은행도 지난 1월 선전완 지점에 프라이빗 뱅킹(PB) 센터를 열며 2029년까지 자산관리 및 소매금융 매출 중 부유층 고객 비중을 75%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중국 금융당국도 외국계 은행의 이 같은 사업 전환을 뒷받침하고 있다. 지난 4월 중국 인민은행과 국가외환관리국은 외자 은행의 역외대출 레버리지 비율을 0.5에서 1.5로 상향하고, 보증 한도도 100억위안(약 1조9300억원)으로 높여 크로스보더(국경 간) 신용공급 능력을 키워줬다. 앞서 리윈쩌 중국 국가금융감독관리총국장은 "외자 기관이 자산관리, 자산배분, 보험설계 등 분야에서 투자를 늘려 고객의 자산 보전 및 증식 등 종합적인 금융 수요를 더 잘 충족하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현지 신용평가사 롄허쯔신은 "외자 은행이 크로스보더 금융, 국제 결제, 외환 거래 및 고급 자산 관리 등에서 여전히 전문적 우위를 갖추고 있다"며 "다수의 외자 은행이 개인 은행 업무를 축소하거나 분리하고, 무게중심을 전면적으로 기업 및 기관 고객 영역으로 전환하며 고수익·고부가가치 업무에 집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저작권자 © 한국신용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