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헌석 기자
  • 입력 2026.10.25 15:15

NPL 전업 투자 3사 수익성 하향 기준선 이탈
모기업 유상증자 등 후광 업고 신용등급 유지 현상
부실채권 회수 지연 장기화 시 동반 부실 충격 우려

AI 생성이미지.

국내 부실채권(NPL) 시장을 주도하는 전업 투자사들의 기초체력이 흔들리고 있다. 신용평가사가 설정한 신용등급 하향 검토 기준을 연이어 밑돌고 있지만, 실제 회사채 신용등급은 끄떡없이 유지되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경기 둔화로 자산 회수가 지연되며 본업의 현금 창출력이 악화한 가운데, 모기업의 지원 가능성이 신용 위험의 실체를 가리는 착시를 낳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나이스신용평가가 25일 발표한 금융회사별 신용등급 조정 트리거 및 재무지표에 따르면 국내 주요 NPL 투자사인 하나에프앤아이(대표 이은배), 우리금융에프앤아이(대표 김건호), 키움에프앤아이(대표 송호영)의 총자산순이익률(ROA)이 모두 신용등급 하향 검토 기준인 1%를 밑돌았다. 부실채권을 저가에 매입해 담보 처분과 채권 회수로 수익을 내는 핵심 사업 모델이 한계에 부딪히며, 전업 투자사 전반의 수익성이 등급 강등 구간으로 진입한 것이다.

가장 지표 악화가 두드러진 곳은 하나에프앤아이다. 하나에프앤아이의 6월 말 연결 기준 ROA는 0.7%로 2025년 말 1.3%에서 0.6%포인트 급락했다. 등급 하향 검토선인 1% 미만으로 떨어진 것은 물론, 차입 부담을 나타내는 레버리지배율 역시 5.3배로 치솟아 기준치인 5배를 초과했다. 이 회사의 레버리지배율은 2022년 말 4.1배에서 2024년 말 5.2배로 뛴 뒤 2025년 말 5.2배, 상반기 5.3배로 3개 관측 시점 연속으로 하향 검토 기준을 넘어섰다. 수익성과 부채비율이라는 두 핵심 잣대가 동시에 무너졌음에도 회사채 신용등급은 줄곧 'A+(안정적)'을 지키고 있다.

우리금융에프앤아이의 상황도 비슷하다. 6월 말 기준 ROA는 -0.6%로 적자 전환했다. 2024년 말 1.2%로 잠시 반등했던 ROA는 2025년 말 0.3%로 꺾이더니 올해 들어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회사가 설립된 이후 2024년을 제외하면 나이스신용평가가 제시한 하향 검토 기준을 단 한 번도 충족하지 못했음에도 회사채 등급은 'A(안정적)'에 머물러 있다.

키움에프앤아이의 경우 지표 악화와 신용등급 상향이 엇갈리는 현상마저 나타났다. 키움에프앤아이의 6월 말 ROA는 0.9%로 2025년 말 1.2%에서 하락해 하향 검토 기준선 아래로 떨어졌다. 하지만 회사의 신용등급은 2025년 말 'A-'에서 9월 말 'A'로 오히려 한 단계 상향 조정됐다. 재무제표상 수익성은 하향 트리거에 걸렸는데 등급은 올라가는 역설이 벌어진 셈이다.

이런 신용도 왜곡의 이면에는 모기업에 대한 신뢰가 짙게 깔려 있다. 신용평가사들은 NPL 투자사의 자체 채무상환능력보다 금융지주나 대형 증권사 등 모기업이 유사시 유상증자나 유동성을 지원해 줄 것이라는 외부 후광 효과를 신용등급에 반영하고 있다. 실제로 하나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 키움증권은 그동안 유상증자를 통해 자회사들의 레버리지 확대를 뒷받침해 왔다.

하지만 자체 이익 창출력 회복 없는 신용도 방어는 명백한 한계를 안고 있다. NPL 투자사의 본업은 부실채권 매입과 조기 회수의 선순환에 기초한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담보 부동산 매각이 지연되고 공사비 상승과 분양 부진 등으로 회수 가치가 급락하자 보유 자산의 손상차손이 늘고 있다. 여기에 차입금 의존도가 높은 업종 특성상 누적된 이자 비용 부담은 자체 자본 축적 능력을 갉아먹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결국 모기업의 지원 여력에 기댄 신용등급 유지는 시장 참여자들에게 채권 투자 위험을 실제보다 낮게 평가하게 만드는 착시 효과를 낳을 수 있다. 금융지주 역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조정과 비은행 부문 자본 관리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어 계열 NPL 투자사를 무제한으로 떠받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향후 NPL 투자사들이 누적된 부실 자산을 얼마나 빠르게 털어내고 자체 현금 흐름을 회복할 수 있는지가 결정적 쟁점이다. 부동산 시장 침체가 지속돼 담보 처분이 막힌 상태에서 차입에만 의존하는 구조가 이어진다면, 신용평가사들이 설정해 둔 트리거의 신뢰성 실추는 물론 향후 한꺼번에 닥칠 등급 강등 충격을 시장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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