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형진 기자
  • 입력 2026.10.26 13:44

무디스 및 S&P서 국가신용등급과 동일한 최상위 등급 획득
조달 금리 대폭 낮췄지만 투자 손실 발생 시 정부 재정 직결
첫 한미전략투자채권 가산금리와 장기 투자 리스크 관리 지표

AI 생성이미지.

한미전략투자공사가 글로벌 신용평가사로부터 대한민국 정부와 완전히 일치하는 최고 수준의 국제 신용등급을 획득했다.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초저금리로 대미 투자 자금을 조달할 길을 열었으나, 공사의 투자 리스크가 국가의 우발채무로 직결되는 구조적 한계를 공식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미전략투자공사는 26일 무디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로부터 각각 장기 외화 신용등급 ‘Aa2’와 ‘AA’를 부여받았다고 밝혔다. 두 신용평가사 모두 등급전망은 ‘안정적’으로 제시했다. 6월 18일 공사가 출범한 이후 처음 실시된 국제 신용평가에서 국가신용등급과 동일한 결과를 얻어냈다. 특히 S&P는 공사의 단기 발행자 신용등급을 최상위인 ‘A-1+’로 매기고, 정부의 특별지원 가능성을 가장 높은 단계인 ‘거의 확실’로 분류했다.

이번 신용등급 확보의 가장 큰 혜택은 조달 비용 감축이다. 통상 신설 특수법인이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공모 외화채권을 발행하려면 과거 실적 부재에 따른 상당한 가산금리를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공사가 국가 신용등급을 그대로 인정받음에 따라 향후 발행할 ‘한미전략투자채권’은 대한민국 정부의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에 근접한 초저금리로 자금을 흡수할 수 있는 기반을 다졌다.

다만 신용평가의 실질을 들여다보면, 이는 공사의 독자적 수익성이나 재무구조가 아니라 정부의 법적 지급보증에 전적으로 기댄 결과다. 3월 12일 국회를 통과한 전략적투자 특별법은 정부의 전액 출자와 결손보전 장치를 명문화했다. 무디스와 S&P 역시 공사의 자체 신용도와 무관하게 정부의 강력한 연계성을 핵심 평가 근거로 삼아 국가 신용등급을 대입했다.

문제는 이런 재무 구조가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사실상 대한민국 중앙정부의 우발채무로 인식된다는 점이다. 한미전략투자공사는 관세 압박 등에 대응해 반도체, 조선 협력, 인공지능(AI), 차세대 에너지 등 대규모 전략 투자를 전담한다. 향후 수십조 원 규모의 전략투자채권 발행이 본격화하면 국가 전체의 대외 및 공공부문 부채 통계에 가해지는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공사가 집행할 투자 프로젝트의 특성도 신용 위험을 키우는 요인이다. 조선소 현대화, 반도체 공급망 참여, 핵심 광물 확보 등은 초기 자본 투입 규모가 크고 자금 회수 기간이 긴 인프라 성격의 사업이다. 해외 현지 프로젝트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공기 지연, 규제 환경 변화, 현지 파트너사의 부실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할 경우, 이는 고스란히 정부 재정이 메워야 할 결손으로 전환된다. 공사의 부실 위험이 곧바로 국가 신용도 하락 압력으로 작용하는 연결고리인 셈이다.

결국 국가 신용등급이라는 강력한 자금 조달 카드를 쥔 공사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조달 성공 여부를 넘어 운용의 건전성으로 이동할 전망이다. 국채급 금리로 끌어온 자금이 회수 가능한 우량 자산에 정교하게 배분되지 못한다면 과도한 차입은 국가 재정을 잠식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첫 한미전략투자채권 발행의 가산금리 수준과 더불어 향후 편입될 대미 투자 자산의 부실 위험을 통제할 내부 리스크 관리 시스템 구축 수준이 사업 성패를 가늠할 핵심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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