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6.10.25 11:20
총차입금 5조 2,655억 원 중 단기물 비중 55% 넘어
차환 위주 빚 돌려막기로 근본적 재무 개선은 지연
잉여현금흐름 개선 통한 실질적 총차입금 축소 필요

KCC가 우량 신용등급을 바탕으로 대규모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지만, 이면에는 절반을 훌쩍 넘긴 단기차입금 비중이라는 재무적 부담이 자리 잡고 있다. 기관투자자들의 수요에 힘입어 안정적인 자금 조달을 이어가는 모양새이나, 순차입금 총량이 줄지 않은 채 단기 만기를 중장기로 미루는 차환에 머물고 있어 본원적인 재무구조 개선은 지연되고 있다.
2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KCC는 오는 27일 총 2,000억 원 규모의 무보증 회사채 발행을 위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만기는 2년물과 3년물로 나뉘며, 결과에 따라 최대 4,000억 원까지 증액 발행할 방침이다. 희망 금리 밴드는 개별 민간채권평가사 평균금리 대비 -30bp에서 +30bp로 제시됐으며, 납입과 발행 예정일은 11월 4일이다.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는 KCC의 선순위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A-', 등급 전망을 '안정적'으로 평가했다.
신용평가사들이 우량 등급을 부여한 배경은 KCC의 굳건한 시장 지위와 사업 다각화에 있다.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실리콘 사업이 매출의 49.5%를 차지하고, 도료(29.8%)와 건자재(14.4%)가 뒤를 받치며 고른 포트폴리오를 형성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 등 탄탄한 전방 거래처를 확보해 현금흐름의 급격한 훼손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실체는 차입금의 만기 구조와 절대적인 규모에 있다. 올해 상반기 말 연결 기준 KCC의 총차입금은 약 5조 2,655억 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500억 원 이상 늘었다. 전체 차입금 가운데 만기가 1년 이내에 돌아오는 단기차입금 비중은 55.4%까지 치솟았다. 이는 반년 만에 14.0%포인트나 급등한 수치로, 단기 금융시장이 조금만 경색돼도 차환 불발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취약한 구조다.
이번 조달 역시 사업 확장을 위한 신규 시설투자라기보다 단기 채무를 장기물로 전환하기 위한 리파이낸싱 성격이 강하다. 기업어음(CP)이나 금융권 단기 대출을 2년물과 3년물 회사채로 갈아타면 당장의 유동성 상환 압박은 피할 수 있다. 하지만 회사채 발행 자체가 기존 부채 총량을 덜어내는 행위가 아니므로, 고금리 기조 속에서 연간 수천억 원대의 이자비용을 계속해서 유발하게 된다.
재무 구조를 짓누르는 근원적 요인은 과거 미국 실리콘 제조업체 모멘티브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일으킨 대규모 인수금융이다. 모멘티브 인수 이후 급증한 순차입금은 글로벌 실리콘 업황의 변동성과 맞물려 이익 안정성을 떨어뜨렸다. KCC는 토지와 투자부동산 자산재평가를 실시해 장부상 자기자본을 늘리고 부채비율을 91.7% 수준으로 낮추는 등 착시성 지표 방어에는 성공했다. 반면 실제 영업활동으로 유입되는 현금흐름을 통해 차입 원금을 상환하는 속도는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KCC의 'AA-' 신용등급을 실질적으로 떠받치는 요소는 영업이익 창출력보다 우량 자산이다. 삼성물산 지분(10.49%)을 비롯한 약 1조 2,000억 원대의 현금성 자산과 시장성 지분증권이 핵심 방어 요인으로 꼽힌다. 신용평가사들 역시 유사시 처분 가능한 우수한 대체 유동성을 강점으로 평가한다. 다만 자산 담보력에 의존해 만기 연장 중심의 차환을 거듭하는 방식은 시장 환경이 급변할 때 근본적인 취약점을 노출할 위험이 있다.
KCC가 4,000억 원 규모의 회사채 증액 발행에 성공하더라도, 이것이 곧 재무 건전성 정상화를 뜻하지는 않는다. 향후 55%를 넘어선 단기차입금 비중을 안정적으로 낮추고, 실리콘 업황 회복을 통해 실질적인 잉여현금흐름(FCF)을 창출할 수 있을지가 성패를 가를 핵심 지표다. 빚 돌려막기식 유동성 관리에서 벗어나 차입금 총액 자체를 줄여나가지 못한다면 조달 비용 부담은 누적될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