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6.10.22 15:11
200억 원 사모채 금리 1년 새 162.8bp 급등
2,000억 원대 영구채 의존하다 ‘BBB+’ 추락
스텝업 도래 차입금 차환 및 잉여현금 확보 절실

풀무원식품의 자금 조달 여건이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정책 지원 성격인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을 활용해 우회 조달에 나섰음에도 1년 전보다 조달 금리가 큰 폭으로 치솟았다. 장부상 부채비율을 낮추려 신종자본증권(영구채)에 과도하게 의존해 온 재무 전략이 신용등급 강등과 이자 비용 폭등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풀무원식품은 9월 28일 제83회 무보증 사모사채 200억 원을 만기 3년, 표면금리 연 4.643%에 발행했다. 이는 지난해 9월 발행한 제79회 사모사채 700억 원의 표면금리 연 3.015%와 비교해 1년 만에 162.8bp나 뛰는 수치다. 만약 동일하게 700억 원을 조달했다고 가정하면 매년 갚아야 할 이자만 21억 1,000만 원에서 32억 5,000만 원으로 불어난다.
특히 이번 조달 과정은 풀무원식품이 직면한 빚 부담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우량 기업들이 공모채 시장에서 대규모 장기 자금을 원활히 확보하는 것과 달리, 풀무원식품은 중소∙중견기업이나 비우량 기업을 지원하는 신용보증기금의 P-CBO 기초자산 편입 방식을 택했다. 공공기관의 신용 보강이라는 강력한 안전장치를 끼워 넣고도 4%대 중반의 고금리를 피하지 못했으며, 자금 확보 규모마저 700억 원에서 200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이런 고금리 조달의 핵심 배경은 기업 신용도의 추락이다.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올해 중순 풀무원식품의 장기신용등급을 기존 ‘A-’에서 ‘BBB+’로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2008년 이후 오랫동안 방어해 온 A급 지위를 잃은 것이다. 신용평가업계는 해외 사업 부진과 계속된 설비투자 부담 외에도, 회계상 자본으로 취급되지만 실질은 고금리 차입금인 신종자본증권을 남발해 지표를 왜곡해 온 점을 등급 강등의 주요 사유로 꼽았다.
풀무원식품은 부채비율 상승을 막기 위해 2021년부터 지속해서 사모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왔다. 2021년 685억 원 수준이던 영구채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2,285억 원까지 불어났다. 영구채는 장부상 자본으로 잡혀 부채비율을 개선하는 착시 효과를 주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면 금리가 가산되는 스텝업 조항이 붙어 있어 사실상 조기 상환(콜옵션) 압박을 받는 빚이다. 회사는 만기가 돌아온 영구채를 막고자 다시 사모시장에서 영구채를 찍어내는 이른바 ‘영구채 돌려막기’를 반복해 왔고, 이 과정에서 금리 재산정 주기가 짧아지며 금융비용이 눈덩이처럼 커졌다.
시장 일각에서는 최근 국고채 3년물 금리가 같은 기간 155.6bp 상승한 점을 들어 사모채 금리 급등이 전반적인 거시경제 환경 탓이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국고채 대비 가산금리(스프레드) 확대 폭 자체는 7.2bp에 불과해 풀무원식품의 개별 기업 위험만 반영된 결과는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채권시장의 분위기는 싸늘하다. P-CBO 편입 채권은 정책적 신용 보강 덕에 일반 무보증 사모채 금리보다 낮게 발행되는 것이 정상이다. 보증 장치 없이 순수 회사채 시장에 나섰다면 BBB+ 등급 전락에 따른 가산금리 폭탄은 훨씬 가혹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풀무원식품이 발행하는 신종자본증권의 신용등급 역시 일반 회사채보다 낮은 ‘BBB’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후순위 자본성 증권의 조달 비용은 이미 통제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치솟았다.
당분간 풀무원식품의 재무구조 개선에는 험로가 예상된다. 미국과 중국 등 해외 사업 확대에 따른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는 가운데, 일본 법인의 적자 지속 등으로 잉여현금창출력이 강하게 제약돼 있기 때문이다. 과거 싼 이자로 썼던 차입금과 신종자본증권의 스텝업 시점이 연이어 다가오는 상황에서, 쏟아지는 차환 물량을 감당하며 해외 사업의 실적 반등을 이뤄낼 수 있을지가 향후 신용도 회복을 가름할 잣대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