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헌석 기자
  • 입력 2026.10.21 11:17

상반기 한신평 등급 하향 기준 2개 모두 충족
원가 압박∙담합 제재 겹쳐 3분기 실적 감익 전망
자산 매각 방어는 한계, 본업 영업마진 회복 시급

AI 생성이미지.

국내 식품업계 선두 주자인 CJ제일제당의 신용등급 방어선이 흔들리고 있다. 상반기 결산 결과 신용평가사가 제시한 등급 강등 요건을 모두 충족한 데 이어, 하반기 실적마저 시장 기대치를 밑돌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자산 매각을 통한 일회성 차입금 축소만으로는 현재의 ‘AA’ 신용등급을 사수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1일 한국신용평가의 핵심 모니터링 지표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등급 하향 가능성 증가 요인 두 가지에 동시에 도달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4월 정기평가 보고서에서 CJ대한통운을 제외한 연결 기준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대비 매출액 비중이 10% 이하로 지속되거나, 조정순차입금 대비 EBITDA(조정순차입금/EBITDA)가 5배를 초과하는 상황을 등급 하향 조건으로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6월 말 결산 결과 CJ제일제당의 EBITDA 대비 매출액은 9.5%로 기준선 밑으로 떨어졌고, 조정순차입금 대비 EBITDA는 5.0배를 기록해 상한선을 뚫었다. 신용등급 평가에서 일시적인 지표 악화로 곧바로 등급 강등이 단행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조 단위 EBITDA를 창출해 온 재무 완충력이 급격히 소진됐다는 점에서 구조적 기초체력 저하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더 큰 문제는 본업의 이익 창출력이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투자업계가 집계한 최근 한 달간 실적 전망치를 보면 CJ제일제당의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23% 줄어든 7조 3,481억 원, 영업이익은 7.09% 감소한 3,219억 원으로 추산된다. 상반기 영업이익이 원가 부담과 고환율 탓에 전년 대비 17.91% 감소한 4,957억 원에 그친 데 이어 3분기에도 감익 흐름을 끊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다.

실적 둔화의 배경에는 일시적 악재를 넘어선 구조적 원가 압박이 자리 잡고 있다. 고환율 기조가 길어지면서 수입 원재료 비중이 높은 식품 부문의 부담이 가중됐고, 내수 소비 침체로 이를 제품 판가에 온전히 전가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해외 시장에서도 글로벌 진출에 따른 판촉과 마케팅 비용 출혈이 마진을 깎아내리고 있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의 설탕 가격 담합 제재 이후 주요 소재 제품의 판매 가격을 인하할 수밖에 없었던 점도 수익성 하락을 부추겼다.

회사 측은 바이오 부문 업황 회복과 선제적 사업 재편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최근 유럽과 북미 지역에서 중국산 라이신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면서 사료용 아미노산 가격이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울러 미국 곡물 가공업체 ADM과 사료용 아미노산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맺는 등 고수익 중심의 체질 개선도 병행 중이다. 현금 확보를 위해 사료 및 축산 자회사인 CJ피드앤케어를 매각하고, 중국 사료 법인 3곳과 전분당 사업부 매각도 타진하고 있다.

하지만 비핵심 자산 매각에 기댄 방어 전략은 뚜렷한 한계를 안고 있다. 자산 매각으로 유입된 현금은 차입금을 일시적으로 줄여 재무비율을 맞추는 착시 효과를 내지만, 장기적으로는 이익 창출 기반 자체를 축소하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 글로벌 무역 분쟁과 경기 둔화 변수에 취약한 바이오 부문의 업황에만 의존해 현금창출력을 온전히 담보하기도 어렵다.

결국 신용등급 방어의 성패는 일회성 재무 개선이 아닌 본업인 식품 부문의 영업마진 회복 여부에 달렸다. 이미 두 가지 재무 하향 요건을 모두 건드린 상태에서 3분기 실적 역성장마저 가시화될 경우 신용평가사의 유예 기간은 짧아질 수밖에 없다. 자체적인 이익 창출력으로 부채를 통제하는 선순환 구조를 증명하지 못한다면, 연말 정기평가를 앞두고 등급 전망이 하향 조정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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