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헌석 기자
  • 입력 2026.10.20 17:36

1,000억 원 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 단행
부채비율 하락에도 단기적인 현금창출력 개선은 한계
사모펀드 주주의 배당 요구와 추가 설비 투자 부담

AI 생성이미지.

국내 종합 환경 기업 에코비트(대표 임병용)가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1,000억 원의 자금을 조달한다. 조달 자금은 매립 자회사의 잔여 토지 매입 등 시설 자금과 운영 자금으로 쓰인다.

이번 증자는 2024년 에코비트를 인수한 사모펀드 주주들의 실질적인 자본 투입이라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하지만 지난해 주요 사업장 영업정지로 입은 대규모 손실의 여파가 남아 있는 데다, 유입 자금이 기존 빚을 갚는 대신 투자 재원으로 쓰인다는 점에서 가시적인 재무 개선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20일 보고서를 내고 에코비트의 1,000억 원 규모 유상증자에 대한 신용도 영향을 점검했다. 앞서 에코비트는 지난 16일 시설 자금 700억 원, 운영 자금 300억 원 조달을 목적으로 신주를 발행한다고 공시했다. 신규 주금 납입일은 21일이다.

이번 자본 확충은 표면적인 재무안정성 지표를 일부 개선할 전망이다. 에코비트는 지난해 신종자본증권 발행 2,250억 원, 토지 재평가 687억 원 등 자본 확충에 나섰지만 회계상 조치 성격이 강했다. 이와 달리 이번 유상증자는 주주사의 실제 현금 투입이라는 차이가 있다.

이에 따라 올해 6월 말 기준 187.8%에 달하던 부채비율은 증자 대금 반영 시 160.9%로 낮아진다. 순차입금의존도 역시 34.8%에서 27.4%로 떨어진다. 영업이익 대비 빚 부담을 나타내는 순차입금/EBITDA 지표는 4.3배에서 3.5배로 하락해 신용등급 하향 조정 검토 요인(4배 초과)에서 일시적으로 벗어나게 된다.

에코비트의 재무 부담이 가중된 배경에는 지난해 발생한 대규모 자산 손실이 자리 잡고 있다. 에코비트는 사모펀드 운용사인 IMM프라이빗에쿼티와 IMM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에 2조 700억 원 규모로 매각됐다.

하지만 인수 직후인 지난해 주요 매립장인 오창환경과 구미그린 등이 환경법 위반으로 영업정지를 당하는 악재를 맞았다. 침출수 문제에 따른 차수벽 설치 등 대규모 보수 공사가 불가피해지면서 1,816억 원에 달하는 유무형자산 관련 손실이 발생했다. 현재 사모펀드 주주 측은 매각 과정에서 환경 리스크가 은폐됐다며 전 대주주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를 상대로 1,000억 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런 여파로 에코비트는 지난해 1,736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과거보다 빚 부담이 무거워졌다.

이번 1,000억 원 수혈에도 즉각적인 신용도 상향이나 실질적 재무 구조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입된 자금이 기존 차입금을 상환해 이자 부담을 줄이는 데 쓰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매립지 토지 매입 등 필수 투자와 운영 자금으로 투입되기 때문이다.

환경산업의 특성상 설비 투자가 가시적인 현금창출력 개선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된다. 지난 7월 오창환경의 영업이 재개되면서 점진적인 수익성 회복은 가능하겠지만, 매립 단가의 구조적 약세와 업황 정체를 고려하면 단기간에 2022년 이전 수준의 높은 영업수익성을 회복하기는 쉽지 않다.

앞으로의 성패는 사모펀드 최대주주의 배당 통제 여부와 추가 투자금 조달 방식에 달렸다. 환경산업은 매립용량 소진에 따른 부지 증설 등 설비 투자가 지속해서 수반되는 자본집약적 산업이다. 번 돈을 재투자해야 사업을 이어갈 수 있다.

하지만 투자금 회수를 목적으로 하는 사모펀드 특성상 배당을 전면 유보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회사가 번 현금이 배당으로 빠져나가면 투자 재원을 또다시 외부 차입에 의존해야 하는 굴레에 빠질 수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향후 배당 규모가 회사의 자체 재무 건전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적정하게 통제되는지를 중점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단기적인 급한 불을 끄는 데는 성공했지만, 영업수익성 반등 속도와 유입 자금 소진 추이에 따라 차입금 지표가 재차 악화할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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