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6.05.21 10:40
국민연금·블랙록 입장 표명 없어…주주환원 약화 우려
개정 상법, 임직원 보상 자사주 보유에 매년 갱신 의무

삼성전자 노사가 합의한 31조원 규모의 자사주 임직원 분배안을 두고 국민연금 등 주요 기관투자자가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올해 시행된 3차 개정 상법에 따라 매년 주주총회 갱신 승인을 받아야 하는 절차적 부담이 새 변수로 떠올랐다.
21일 삼성전자의 주요 주주는 삼성생명(8.60%), 국민연금(7.57%), 블랙록(5.07%) 순이다. 노사가 전날(20일) 합의한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특별경영성과급은 사업성과의 10.5%를 세후 전액 자사주로 임직원에게 지급하는 구조로 영업이익 300조원을 가정할 경우 재원이 31조5000억원에 달한다.
지난 2월 2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3차 개정 상법은 회사가 취득한 자기주식을 1년 이내 소각하는 것을 원칙으로 정했다. 다만 임직원 보상 목적 보유는 예외 사유로 인정된다. 이 경우 이사회는 자기주식 보유·처분 계획을 수립해 주주총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
임직원 보상 예외를 유지하려면 매 사업연도 정기 주주총회에서 갱신 승인을 받아야 한다. 10년간 운영되는 특별경영성과급 제도가 끊김 없이 작동하려면 매년 주총에서 자사주 보유·처분 계획에 대한 주주 동의를 확보해야 한다는 의미다.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는 합의안 발표 이후 21일까지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았다. 블랙록과 뱅가드 등 외국인 주요 주주들도 즉각적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합의안이 노조 찬반투표를 거쳐야 한다는 절차적 이유와 더불어 구체적 자사주 매입·처분 계획이 아직 공시되지 않은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기관투자자들의 자사주 관련 입장은 강경한 편이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 2024년 외국인 투자자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0% 이상이 소각이 없는 자사주 취득을 주주환원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새 특별경영성과급은 삼성전자의 기존 주주환원 흐름과 정면으로 맞선다. 회사는 지난해 11월 10조원 규모 자사주 매입을 결정한 뒤 9월까지 매입을 마쳤다. 잔여분 14조5806억원(8695만여주)을 4월 2일 일괄 소각해 매입→소각이라는 주주환원 구조를 다졌다. 특별경영성과급은 매입→임직원 분배로 흐름을 전환한다.
자사주 처분은 발행주식 수를 줄이지 않아 주당순이익(EPS) 개선 효과가 사라진다. 임직원에게 분배된 자사주는 락업 해제 후 시장에 유통되면서 의결권이 부활한다. 이재용 회장 및 특수관계인의 직접 지분율이 낮은 삼성전자에서는 의결권 부활분의 누적이 지배구조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배당 여력과의 충돌 가능성도 제기된다. 삼성전자는 2024~2026년 주주환원 계획으로 연간 약 9조8000억원의 배당과 잉여현금흐름(FCF)의 50%를 주주환원하기로 약속한 상태다. 보유 현금 100조원 가운데 시설투자, 배당, 자사주 매입에 배분되는 자금 중 자사주 매입 몫이 임직원 분배로 옮겨가면 배당이나 신규 매입 여력이 압박을 받는다.
의결권 자문기관의 평가도 변수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와 글래스루이스는 임직원 주식보상 안건에서 희석 효과와 성과 연동성을 함께 본다. 사업성과 10.5% 고정, 지급률 상한 미설정이라는 합의 구조는 주식보상 평가 기준에서 부정적 요소로 분류될 가능성이 있다.
삼성전자가 첫 갱신 승인을 받아야 할 시점은 2027년 정기 주주총회다. 잠정 합의안이 22일부터 27일까지 진행되는 노조 조합원 찬반투표를 통과하면 회사는 1년 안에 자기주식 보유·처분 계획을 수립해 주총 안건으로 올려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