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11.19 13:02
1자녀 정책 폐지 후에도 출산율 급락
지방정부들 결혼보조금·현금지원 총동원

중국이 40년 넘게 유지해온 인구정책의 방향을 180도 전환하고 있다. 1979년 '1자녀 정책'으로 인구 증가를 억제하던 중국이 이제는 결혼과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책 전환에도 불구하고 출산율은 계속 떨어지면서 중국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8일 중국 저장일보와 경제일보, 후베이일보 등에 따르면 저장성을 비롯한 여러 지방정부가 신혼부부에게 현금이나 소비쿠폰을 지급하는 정책을 앞다퉈 시행하고 있다. 인구 감소와 내수 부진을 동시에 타개하기 위한 조치다.
닝보시는 올해 10월 28일부터 12월 31일까지 처음 혼인신고를 하는 신혼부부에게 1천 위안(약 20만원) 상당의 소비쿠폰을 한시적으로 지급하고 있다. 결혼식, 웨딩촬영, 관광 등 결혼 관련 업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쿠폰 8장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항저우시도 8월부터 비슷한 정책을 시행 중이며, 사오싱시와 진화시 등 저장성 내 다른 지역도 9월과 10월 사이에 결혼 소비쿠폰 발급을 시작했다.
현금을 직접 지급하는 지역도 많다. 산시성 뤼량시는 올해 1월 1일 이후 혼인신고를 하는 초혼 부부 가운데 여성이 35세 이하인 경우 현금 1천500위안(약 30만원)을 혼인신고 창구에서 봉투에 담아 현장 지급한다. 후베이성 톈먼시는 3월부터 신혼부부에게 주택 구매 보조금 6만위안(1천24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가장 파격적인 지원은 광저우시 바이윈구 난링춘에서 나왔다. 초혼 신혼부부가 모두 난링춘 호적을 가지고 있을 경우 최대 8만위안(1천650만원)을 주고, 출산하면 최대 12만위안(2천470만원)을 더 지급해 총 20만위안(4천120만원)까지 지원한다. 경제일보는 이를 현재 중국 지방정부의 결혼·출산 관련 보조금 가운데 최고액이라고 전했다.
중국 정부의 이런 정책 전환은 심각한 인구 위기에서 비롯됐다. 중국은 1979년부터 '부부 1자녀 원칙' 정책을 공식 추진했으며, 1980년대 초 사실상 '1가구 1자녀' 정책이 시행됐다. 인구 증가 억제와 경제 발전, 자원 및 환경 부담 경감이 목적이었다. 이 기간 위생과 교육 등 여러 사회지표는 개선됐으나 남녀 성비 불균형, 고령화 가속, '외동아' 현상 등 부작용도 나타났다.
2015년 10월 중국 정부는 모든 부부에 대해 2자녀 허용 방침을 발표했고, 2016년 1월부터 법적으로 시행했다. 2021년 5월에는 3자녀 허용 방침을 발표하고, 같은 해 7월 사실상 자녀수 제한을 모두 해제했다. 중국 정부는 2025년부터 전국 단위로 3세 미만 자녀 1인당 연간 3천600위안(약 50만원)의 자녀수당을 시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책 완화에도 불구하고 출산율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중국의 합계출산율은 최근 몇 년간 1명 안팎으로, 인구 대체 목표치인 2.1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지난 3년간 연간 출생아 수는 1천만명을 밑돌았고, 전체 인구도 3년 연속 감소했다.
혼인 건수도 급감하고 있다. 지난해 혼인신고 건수는 610만6천건으로 전년보다 20% 넘게 감소했다. 이는 1980년 혼인법 개정 이후 44년 만에 최저치다. 경제 둔화 속에 높은 양육·교육비 부담과 청년실업 등으로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추세가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구학계에서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결혼부터 출산, 양육, 교육 관련 정책을 연계해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톈먼시의 경우 신혼부부 주택 보조금 외에도 청년 공공 중매 서비스 제공, 자녀 출산 시 6~8개월 출산휴가 부여, 두자녀 가정에 6만위안·세자녀 가정에 12만위안 주택 보조금 지급 등 다양한 정책으로 지난해 출생아 수가 전년 대비 17% 증가했다.
고령화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국가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작년 65세 이상 인구는 전체 인구의 약 15.6%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출산율 반등이 지연되면 생산가능 인구 감소와 고령 부담 증가로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복지·연금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수십 년간 출산 억제 정책을 펴던 중국이 출산 장려로 전환한 것은 인구 구조 변화가 매우 심각하다는 신호다. 하지만 정책 전환 속도나 국민 인식 변화가 충분하지 않아 실제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단순한 금전적 인센티브를 넘어 주거비, 교육비, 육아서비스 지원 등 구조적 비용을 함께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