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6.10.31 09:10
- 수정 2026.10.31 09:15
수요예측 거쳐 고금리 공모 사채 발행
애큐온캐피탈 편입에 K-ICS 비율 하락
2027년 기본자본 규제 앞두고 체질 개선 필요

한화생명이 대규모 후순위채 조달을 결정했지만, 이를 통해 기대할 수 있는 건전성 방어 효과는 같은 시기 단행한 자회사 인수와 다가오는 금융당국의 규제 개편 탓에 상쇄될 처지에 놓였다. 빚으로 쌓은 보완자본은 요구자본 증가를 메우는 임시방편에 불과해 실질적인 손실흡수력을 나타내는 기본자본의 체질 개선으로 이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화생명은 20일 이사회를 열고 4,000억 원에서 최대 8,000억 원 규모의 공모 후순위사채 발행을 결의했다. 11월 3일 진행될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발행 규모를 확정하며, 11월 11일 발행을 마칠 계획이다. 만기는 10년으로 5년 뒤 조기상환할 수 있는 콜옵션이 부여됐고, 공모 희망금리밴드는 연 4.80~5.30%다. 이는 2024년 12월 발행했던 제7회 후순위채 희망금리밴드(연 4.00~4.50%)보다 크게 높고, 최근 3년간 국내 시장에서 발행된 AA급 보험사 후순위채 금리 상단을 모두 웃도는 고금리 조건이다.
고금리 부담을 감수하고 4,000억 원을 조달해 유입되는 신지급여력제도(K-ICS) 비율 상승 폭은 2.6%포인트 수준이다. 9월 말 기준 예상 비율이 165.2%에서 167.8%로 소폭 개선되는 데 그치며, 수요예측 흥행으로 한도를 8,000억 원까지 꽉 채워 발행하더라도 K-ICS 비율은 170.5%로 5.3%포인트 오르는 수준이다.
문제는 이런 미미한 상승분마저도 한화생명이 9월 30일 단행한 대규모 인수합병(M&A) 영향으로 단번에 사라진다는 점이다. 한화생명은 사모펀드 운용사 EQT파트너스가 보유한 애큐온캐피탈 지분 50.54%를 4,400억 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9월 30일 체결했다.
신용평가업계 분석에 따르면 보험사가 여신금융사를 인수할 경우 해당 법인의 조정총자산 일부가 요구자본으로 반영되면서 인수가 최종 마무리되는 시점에 한화생명의 K-ICS 비율은 약 4.0%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추산된다. 4,000억 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전액 발행하더라도 애큐온캐피탈 인수로 인한 건전성 하락 폭을 다 채우지 못하며, 최대 한도인 8,000억 원을 찍어야 겨우 1.3%포인트를 방어하는 제자리걸음에 머무는 셈이다.
더 본질적인 한계는 자본의 질에 있다. 후순위채는 회계상 지급여력금액의 보완자본으로만 인정될 뿐 손실흡수력이 높은 기본자본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금융당국은 오는 2027년 1월부터 기본자본만으로 건전성을 따지는 ‘기본자본 K-ICS’ 규제를 본격 도입한다. 당국 권고 기준은 80%이며 50%에 미달할 경우 적기시정조치 대상이 된다.
한화생명의 6월 말 기준 기본자본비율은 57%로 이미 권고선인 80%를 크게 밑돌고 있으며, 규제 하한선인 50% 턱밑에 머물러 있다. 반면 직접 비교할 수 있는 경쟁사들은 탄탄한 방어력을 갖췄다. 같은 시기 삼성생명 177%, 교보생명 115%, NH농협생명 142%, 신한라이프 100% 등 주요 경쟁사들은 모두 기본자본비율 100%를 넘긴 상태다. 이번에 8,000억 원을 증액 발행하든 차환을 진행하든 보완자본에 머무는 후순위채로는 다가오는 2027년 규제 위험을 낮추기 어렵다.
게다가 후순위채 발행은 기본자본 축소라는 역효과를 낳는다. 연 5% 안팎에 달하는 후순위채 이자 비용은 회사의 이익잉여금에서 빠져나가기 때문에 정작 기본자본의 내부 축적 속도를 둔화시킨다. 당장의 외형 K-ICS 비율을 유지하기 위해 높은 이자를 지불하는 선택이 중장기적으로 자본 구조의 질을 더 떨어뜨리는 악순환을 유발할 수 있다.
여기에 과거 발행했던 물량의 콜옵션 행사 시점도 돌아오고 있다. 2022년 발행했던 약 1조 원 규모의 외화 후순위채 7억 5,000만 달러와 국내 후순위채 4,000억 원 등 총 1조 5,000억 원 물량이다. 이를 자체 현금으로 상환할 경우 K-ICS 비율이 9%포인트 안팎 추가로 떨어질 수 있어 차환 발행이 불가피하지만, 고금리 차환이 반복될수록 회사의 금융비용 부담은 가중된다.
결국 한화생명이 종합금융그룹 구축을 명분으로 추진한 외형 확장과 자회사 출자가 본업인 보험 건전성 관리에 지속해서 압박을 가하는 구도다. 보완자본 발행이라는 미봉책 대신 공동재보험 출재를 통한 요구자본 감축이나 보통주 유상증자 등 근본적인 기본자본 확충 여부가 2027년 건전성 규제 안착을 가늠할 핵심 지표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