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6.11.01 09:12
- 수정 2026.11.01 09:15
3분기 5대 은행 중소기업 연체율 평균 0.60% 기록
부실화 속도가 대규모 부실채권 정리 효과 상쇄
대손충당금 전입액 증가에 따른 순이자마진 방어 여부 평가

국내 주요 시중은행이 수조 원대 부실채권 정리 작업에도 불구하고 건전성 지표 방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와 경기 침체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한계 차주가 급증하면서, 대규모 장부 관리로도 부실화 속도를 억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1일 은행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기준 5대 은행(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의 대출 연체율 단순 평균은 0.42%로 집계됐다. 이는 전 분기(0.39%) 대비 0.03%포인트 상승한 수치로, 2017년 1분기(0.45%) 이후 9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연체율 상승을 주도한 것은 중소기업대출이다. 3분기 말 5대 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연체율 평균은 0.60%로 전 분기(0.58%)보다 0.02%포인트 올랐다. 지난해 4분기(0.49%) 이후 세 분기 연속 상승세이며, 2017년 2분기(0.65%) 이후 9년 3개월 만에 최고치다. 은행별로는 우리은행의 중소기업 연체율이 0.77%로 가장 높았고, NH농협은행(0.73%)과 하나은행(0.67%)이 뒤를 이었다. 상대적으로 양호한 신한은행(0.42%)과 KB국민은행(0.41%)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내수 침체 장기화로 영업이익을 내지 못하는 한계 기업이 늘어난 데다 그동안 누적된 금융비용 부담이 겹친 결과로 풀이된다.
통상 은행들은 분기 말마다 회수 불가능한 채권을 손실 처리하는 상각과 부실채권 전문 투자회사 등에 넘기는 매각을 통해 연체율을 낮추는 장부 관리 작업을 진행한다. 분기마다 대규모 상∙매각을 단행함에도 연체율이 상승했다는 것은 기존 대출이 부실화되는 속도가 은행의 정리 속도를 크게 앞지르고 있음을 뜻한다.
가계대출 건전성도 고착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3분기 말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 평균은 0.33%로 전 분기와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으나, 이는 2016년 1분기(0.35%) 이후 10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은행별로는 NH농협은행이 0.48%로 가장 높았고 하나은행(0.33%), 우리은행(0.32%), KB국민은행(0.27%), 신한은행(0.26%) 순이었다.
3개월 이상 연체된 악성 채권인 고정이하여신 규모도 자산 건전성 악화를 방증한다. 올 3분기 말 5대 은행의 고정이하여신 잔액은 7조 4,132억 원으로 전 분기(7조 4,334억 원) 대비 약 202억 원 줄어드는 데 그쳤다. 총여신 중 고정이하여신이 차지하는 비율인 무수익여신(NPL) 비율은 평균 0.38%로 전 분기 말(0.37%)보다 오히려 0.01%포인트 상승했다. 겉으로 드러나는 부실을 덜어냈음에도 회수가 의문시되는 악성 부실의 총량은 쉽게 줄지 않는 모습이다.
향후 금융시장 환경은 잠재 부실 위험을 더욱 가중시킬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 9월 예금은행의 가계 주택담보대출 신규 취급 가중평균금리는 연 4.88%에 달해 2012년 4월(4.94%) 이후 14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신규 조달 금리가 5%에 육박하면서 변동금리 차주들의 이자 상환 부담은 시차를 두고 확대될 전망이다.
결과적으로 현재 은행권의 건전성 지표는 자산 매각과 상각을 통한 인위적 관리가 임계점에 도달했음을 시사한다. 단순한 연체율 상승을 넘어 부실채권 정리 비용과 대손충당금 전입액이 급증할 경우 은행의 순이자마진(NIM) 훼손과 자본적정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코로나19 시기부터 이어져 온 상환 유예 등으로 연명한 취약 차주들의 한계 상황이 실제 신용 충격으로 분출될지, 하반기 추가 금리 변동과 은행별 충당금 적립 규모가 향후 실적을 가를 핵심 지표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