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형진 기자
  • 입력 2026.10.30 10:43
  • 수정 2026.10.30 10:50

LG엔솔 지분 처분, 차입금 감축 1조 6,000억 원 한계
총차입금 40조 원대, 4조 5,000억 원 정산 리스크 잔존
신용도 개선 제한적, 실질적 현금창출력 회복 과제

한국기업평가 로고.

LG화학이 핵심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을 유동화해 2조 5,000억 원의 실탄을 확보했으나, 신용평가업계는 이번 거래가 악화된 재무안정성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진단했다. 겉으로 드러난 조달액과 달리 주주환원 배정분 유출을 제외하면 실제 순차입금 감축 효과가 1조 6,000억 원에 그치며, 연간 수조 원 단위로 불어난 부채를 상쇄하기에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30일 금융투자업계와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LG화학이 28일 LG에너지솔루션 보통주 653만 5,939주를 주가수익스왑(PRS) 방식으로 처분해 2조 5,000억 원을 조달하는 계획을 반영하더라도, 연결 기준 순차입금은 25조 9,932억 원에 머물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올해 6월 말 기준 27조 5,922억 원보다 1조 6,000억 원 줄어드는 데 그치는 수준이다. 지난해 말 22조 9,092억 원과 비교하면 여전히 3조 840억 원이나 많다. 부채비율 역시 올해 6월 말 129.6%에서 거래 후 125.5%로 4.1%포인트 낮아지는 데 불과해, 지난해 말의 114.5%를 크게 웃돈다.

실제 부채 감축 효과가 조달 규모에 미치지 못하는 이유는 자금 배분 구조 때문이다. LG화학은 28일 이사회를 열고 LG에너지솔루션 주식을 주당 38만 2,500원에 처분하는 2년 만기 PRS 계약 체결을 결의하면서, 세후 현금 유입액의 약 20%에 해당하는 4,000억 원을 주주환원에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중 3,000억 원은 자사주 취득과 소각에, 1,000억 원은 결산 배당에 배정된다. 부채 상환에 오롯이 들어가야 할 현금 중 상당액이 회사 밖으로 빠져나가면서, 채무 조정과 신용지표 개선으로 이어지는 고리가 구조적으로 헐거워진 셈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LG화학의 차입금 증가 속도가 유동화 속도를 압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회사의 연결 기준 총차입금은 2023년 말 21조 9,281억 원에서 지난해 말 33조 8,120억 원으로 급증했고, 올해 6월 말에는 40조 2,892억 원으로 단숨에 40조 원 선을 돌파했다. 같은 기간 순차입금은 12조 7,861억 원에서 27조 5,922억 원으로 두 배 이상 불어났다.

석유화학 업황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본업에서 현금을 창출하는 능력이 훼손된 반면, 배터리와 양극재 등 첨단소재 설비투자가 대규모로 이어지며 발생한 현금 부족을 외부 차입에 의존해 메워왔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PRS 방식을 통한 자금 조달은 본질적인 자본 확충이라기보다 만기 연장형 부채 조달의 변형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PRS는 매각 대금을 먼저 받되, 주관사가 주식을 매각할 때 기준가격보다 낮게 처분되면 회사가 그 차액을 물어줘야 하는 파생상품 구조다.

LG화학은 지난해 10월에도 LG에너지솔루션 보통주 575만 주를 활용해 약 2조 원 규모의 PRS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번 거래까지 더해지면 기초자산 정산기준금액만 4조 5,000억 원에 이른다. 전기차 일시적 수요 둔화(캐즘) 장기화나 전방 수요 부진으로 배터리 관련 주가가 조정을 받을 경우, 만기 시점에 막대한 현금 정산 유출이 발생해 재무 부담이 역풍으로 돌아올 리스크가 남아 있다.

한국기업평가가 LG화학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A', 등급 전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도 이번 지분 유동화의 신용도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선을 그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산 매각으로 장부상 자본이 일부 늘어나고 유동성이 일시적으로 유입되지만, 정산 리스크와 거대한 순차입금 규모를 감안하면 신용등급 방어의 실질적 안전판이 되지는 못한다는 냉정한 평가다.

회사가 2030년까지 지분율을 70%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공언한 만큼 추가 지분 매각이 이어질 수 있다. 다만 차입금 상환보다 신규 투자와 주주환원에 자금을 우선 배분하는 기조가 유지된다면 신용평가사들의 재무 트리거 압박은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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