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6.10.26 10:54
LNG 원가 46.4% 상승에도 요금 동결로 수익 타격
대기업 가스 직도입 40% 넘으며 산업용 수요 위축
연료전지 투자로 대응하나 단가 방어 여부가 지표

국제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급등에도 가정용 요금이 묶이면서 국내 도시가스 산업의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설상가상으로 가장 큰 고객인 대기업 제조업체들이 천연가스를 직접 수입해 쓰는 비중이 커지면서 전통적인 독점적 수요 기반마저 흔들리고 있다.
NICE신용평가가 26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월 발발한 미국∙이란 전쟁 여파로 국내 LNG 수입단가는 2월 톤당 507.5달러에서 8월 743.2달러로 46.4% 급등했다. 반면 같은 기간 물가 안정을 이유로 정부는 민수용(가정용) 도매요금을 동결했고, 산업용 도매요금만 38.6% 인상하는 데 그쳤다. 소매요금 비중이 전체 요금의 약 7%에 불과한 국내 수익 구조상 도시가스사의 원가 부담은 빠르게 가중되고 있다.
국내 도시가스 산업은 원료비 변동을 요금에 반영하는 원료비 연동제를 채택하고 있지만 실제 적용은 시차를 두고 이뤄진다. 특히 상업용과 달리 민수용 요금은 가격 경직성이 커 제때 인상되지 못하는 한계를 안고 있다. 한국의 도시가스 요금 내 원료비 비중은 9월 기준 약 72%로 유럽연합(EU) 평균인 52%보다 높은 반면, 도시가스사의 실제 이익과 직결되는 공급비용 비중은 19% 수준에 머물러 국제 가격 충격이 실적 타격으로 곧장 이어지는 구조다. 실제로 지난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직후에도 원가 급등을 요금에 즉각 반영하지 못해 도시가스사들의 합산 영업이익률(EBIT/매출액)이 3% 내외에서 1.7%까지 하락한 바 있다.
원가 부담보다 구조적으로 뼈아픈 것은 최대 수익원인 산업용 가스 수요의 이탈이다. 에너지 다소비 업종의 주요 대체 수단은 ▲액화석유가스(LPG) ▲벙커C유 ▲천연가스 직도입 등이다. 이 중 대기업 계열 제조업체를 중심으로 확산한 직도입 비중은 2010년 10% 수준에서 2025년 40%까지 치솟았다. 최대 수요처인 석유화학 업계가 공급 과잉과 구조 재편으로 생산을 줄이는 데다, 자가발전용 천연가스 소비 증가분마저 대부분 직도입 물량으로 충당하고 있어 도시가스사의 설 자리는 좁아지고 있다.
성장이 정체된 도시가스사들은 연료전지 발전사업 투자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연료전지용 도시가스 공급량은 2019년 1억 9,800만 ㎥에서 2025년 14억 9,400만 ㎥로 약 7.6배 늘며 전체 공급량의 6.1%를 차지하는 신규 수요처로 떠올랐다. 삼천리, 서울도시가스 등 주요 업체들은 기존 배관망을 활용할 수 있다는 강점을 앞세워 연료전지 발전소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 투자를 지속해서 늘리고 있다.
반면 가정용 난방 시장에서는 전기 대체가 중장기적 위협 요소로 부상했다. 유럽 주요국이 화석연료 난방을 폐지하고 히트펌프 설치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와중에, 한국 정부도 2035년까지 350만 대의 히트펌프 보급을 추진할 계획이다. 단기적으로는 주택 난방 시장에서 도시가스가 확고한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대체 기기가 확산할수록 수요 하방 압력은 커진다.
신사업인 연료전지 발전 역시 확실한 수익성을 입증해야 하는 관문을 안고 있다. 2023년 수소발전 입찰시장 도입 이후 전력 판매 단가는 떨어지고 있지만 주원료인 가스 단가는 충분히 하락하지 않아, 일부 사업장에서는 자본잠식과 투자 지분 손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번 동절기를 앞두고 정부가 민수용 요금 현실화를 어느 수준까지 허용할지와 더불어, 직도입 확대 방어 및 연료전지 발전단가 확보를 통한 고정 마진 구축 여부가 향후 도시가스 업계의 생존을 가늠할 핵심 지표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