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6.10.30 12:16
- 수정 2026.10.30 12:20
말레이시아 에뮬러스와 테스트 시스템 공동개발계약(JDA) 체결
경쟁 심화 속 MLCC 이은 차세대 부품 대량 양산 기반 확보
세부 납품가 추후 확정, 내년 빅테크 대상 실제 공급 규모 주목

삼성전기가 인공지능(AI) 반도체용 핵심 부품인 ‘실리콘 커패시터’ 대량 양산 체제 구축에 속도를 낸다. 말레이시아 반도체 검사 장비 전문 기업과 맺었던 양해각서(MOU)를 공동개발계약(JDA)으로 격상해 전용 테스트 인프라를 본격적으로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말레이시아 상장사 에뮬러스(Aemulus)는 자회사 에뮬러스 코퍼레이션이 지난 29일 삼성전기와 실리콘 커패시터 테스트 시스템 공동개발계약을 맺었다고 공시했다. 이번 계약은 양사가 2025년 4월 체결한 협약을 정식 본계약으로 전환한 것이다.
계약 기간은 체결일로부터 2년이며, 이후 1년 단위로 자동 갱신된다. 양사는 삼성전기의 실리콘 커패시터 기술 로드맵에 맞춰 맞춤형 테스트 시스템을 설계하고 개발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작업 범위와 납품 가격 등은 향후 작업명세서(SOW)를 통해 개별 확정하기로 했다.
실리콘 커패시터는 실리콘 웨이퍼에 반도체 미세 공정을 적용해 만든 고성능 전자 부품이다. 전자기기 회로에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기존 주력 부품인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보다 크기가 작고 고주파 환경에서도 성능 저하가 적어, 전력 소모가 극심하고 고집적화가 필수적인 AI 반도체의 ‘전력 물탱크’로 불린다.
삼성전기는 이 분야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낙점하고 투자를 지속해서 늘리고 있다. D램 반도체 미세 공정 기술을 적용해 독자적인 실리콘 커패시터를 개발했으며, 최근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인터포저와 메인 기판에 삽입하는 임베디드형 등 다양한 실리콘 커패시터를 개발해 다수의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 추가 공급을 협의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 본계약 체결은 삼성전기가 내년 본격적인 양산을 앞두고 품질 검증의 핵심인 테스트 라인을 선점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1년 넘게 이어진 사전 협력 기간을 거쳐 본계약에 이른 만큼, 대규모 양산용 검사 장비 도입이 가시화된 셈이다. 에뮬러스는 무선주파수(RF)와 아날로그 혼합 신호 등의 자동화 테스트 장비(ATE) 분야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실리콘 커패시터 시장은 현재 글로벌 부품사들의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 일본 무라타와 대만 TSMC가 시장을 선도하는 가운데, 최근 대만 파운드리 기업 UMC도 메모리 설계 기업 AP메모리와 손잡고 실리콘 커패시터 솔루션 개발을 공식화했다. 이에 대응해 삼성전기는 AI 서버용 패키지 기판, MLCC, 실리콘 커패시터를 한 번에 묶어 제공하는 통합 공급망 경쟁력을 무기로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다만 이번 계약이 당장 대규모 장비 발주 금액 확정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개별 장비의 상업적 구매는 프로젝트별로 별도의 발주서(PO)나 서면 계약을 거쳐야 하므로, 실제 투자 집행 규모는 향후 작업명세서 체결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
삼성전기의 실리콘 커패시터 사업 성패는 결국 고객사 확보 속도에 달렸다. 테스트 인프라가 안착한 뒤, 내년으로 예고된 북미 빅테크 대상 대규모 양산이 어느 정도의 실제 매출로 이어질지가 향후 주된 관전 포인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