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헌석 기자
  • 입력 2026.10.30 12:16
  • 수정 2026.10.30 12:20

베트남 사업자 등록에 초대형 반도체 기판 추가
세종과 분업해 일본 과점 하이엔드 시장 공략
글로벌 대량 양산 앞두고 안정적 수율 확보 주력

삼성전기 로고.

삼성전기(대표 장덕현) 베트남 법인(이하 SEMV)이 현지 사업자 등록 업종에 ‘인공지능(AI) 서버 및 대형 데이터센터용 초대형 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FC-BGA) 생산’을 새롭게 추가했다. 스마트폰 부품 중심이던 베트남 공장이 일본 기업들이 과점하던 최고난도 하이엔드 반도체 기판의 글로벌 생산 거점으로 도약하는 첫걸음을 공식화한 셈이다.

30일 베트남 현지 매체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SEMV는 최근 변경된 사업자 등록 공시를 통해 주력 생산 품목의 적용처를 대폭 확대했다. 기존 등록 내용에는 베트남에서 생산되는 초대형 FC-BGA의 목적지로 로봇과 자율주행차 등 일반 스마트 기기만 명시돼 있었다. 이번 변경으로 AI 서버와 대규모 데이터센터가 적용처 최상단에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삼성전기 베트남 법인 박종배 법인장 체제는 변동 없이 유지된다.

이번 조치는 삼성전기가 지난달 28일 발표한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기판 투자 계획과 궤를 같이한다. 당시 삼성전기는 AI 서버 등 고부가가치 반도체 기판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세종사업장에 4조 2,700억 원, 베트남 생산법인에 2조 5,100억 원 등 총 6조 7,800억 원을 오는 2028년까지 투입한다고 공시했다. FC-BGA는 고성능 반도체 칩과 메인보드를 연결하는 핵심 부품이다. AI 반도체가 고집적화할수록 기판의 면적이 넓어지고 층수가 높아져 제조 난도가 급격히 상승한다.

현재 서버용 하이엔드 FC-BGA 시장은 이비덴∙신코덴키 등 일본 기업이 주도하며 핵심 팹리스의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이를 돌파하기 위해 한국과 베트남을 잇는 투 트랙 분업을 꺼내 들었다. 세종사업장은 초미세 회로와 대면적 휨 제어가 필요한 최고난도 기판의 연구 및 선행 양산을 전담한다. 이어 베트남 타이응우옌 공장은 원가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빅테크가 요구하는 막대한 물량을 소화하는 대규모 양산 기지 역할을 맡는다.

대규모 장치 산업인 기판 사업 특성상 6조 원대 설비투자는 고정비 부담이라는 리스크가 따른다. 다만 삼성전기는 이번 투자 과정에서 글로벌 고객사의 투자금 지원과 중장기 물량 보장 계약을 맺어 가동률 우려를 선제적으로 낮췄다. 아직 구체적인 고객사명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시장에서는 핵심 빅테크 기업들이 AI 기판 물량 선점에 나선 것으로 해석한다.

앞으로 가늠해야 할 주요 관전 포인트는 오는 2028년 본격적인 양산 시점에 맞춘 수율 안정화와 구체적인 장기 공급 계약의 실행 여부다. 선두 주자인 일본 경쟁사들 역시 대규모 증설에 나선 상태여서, 시장의 폭발적인 수요를 누가 먼저 고품질의 양산품으로 충족하느냐가 이번 대규모 투자의 성패를 결정지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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