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6.10.30 11:21
- 수정 2026.10.30 11:25
리펑강 총경리 11월 1일부로 공식 이임, 취임 1년 만에 하차
경영 목표·비용 절감 등 한중 주주 간 이견으로 이사회 마비

현대자동차의 중국 합작법인 베이징현대의 첫 중국 국적 총경리(CEO)가 취임 1년 만에 자리에서 물러난다. 한국과 중국 주주 간의 경영 목표와 비용 절감 방안을 둘러싼 이견으로 이사회가 1년째 공전하면서, 현지화 전략의 상징이었던 인사가 희생양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30일 중국 경제 매체 제일재경에 따르면 베이징현대의 리펑강 총경리가 오는 11월 1일부로 공식 이임한다. 지난해 11월 10일 베이징현대 설립 이후 최초의 중국인 총경리로 선임된 지 약 1년 만이다.
이임의 주된 배경으로는 양대 주주 간의 갈등이 꼽힌다. 베이징현대는 현대차와 중국 베이징자동차(BAIC)가 50대 50 지분으로 2002년 설립한 합작사로, 중대 결정을 내리려면 양측의 합의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지난 1년간 양측은 판매 목표 설정과 비용 절감 폭, 현지화 개혁 경로 등 주요 안건에서 접점을 찾지 못했고, 이로 인해 이사회가 사실상 마비 상태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 매체들은 리 총경리가 이 같은 갈등의 한가운데 서 있었다고 지적했다. 통상 베이징현대의 총경리는 한국 측이, 상무부총경리는 중국 측이 맡아왔으나, 리 총경리는 한국 측이 파견하는 관례를 깬 첫 사례였다. 칭화대 기계설계 및 자동화 전공 출신인 그는 2003년 이치-폭스바겐에 입사해 10년간 기술 개발을 담당한 뒤 아우디 판매 부문으로 자리를 옮겨 22년간 중국 완성차 시장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하지만 화려한 경력에도 불구하고 실제 업무에서 그에게 주어진 자원 배분권과 의사결정권은 직함에 미치지 못했다. 현지화 개혁을 이끌어야 할 주요 보직 역시 기존 주재원들로 채워져 있어 조직 장악과 정책 추진에 한계가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이임은 현대차 글로벌 경영진의 현지화 전략에도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리 총경리의 영입은 지난해 1월 상임한 호세 무뇨스 현대차 글로벌 최고경영자(CEO)가 주도한 '현지 시장은 현지 전문가에게 맡긴다'는 기조의 주요 성과였다. 글로벌 최고경영자의 의지로 현지 전문가를 구원투수로 투입했지만, 주주 간의 구조적 불신을 극복하지 못한 셈이다.
이사회의 공전과 경영진 교체는 베이징현대의 실적 반등 계획에도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베이징현대의 올해 상반기 판매량은 9만4697대로, 전년 동기(10만16대) 대비 5.3% 감소했다. 회사는 지난해 10월 '지치(智启) 2030 계획'을 발표하며 향후 4~5년 내 20종의 신차를 투입해 연간 판매량 50만 대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현재의 판매 추이와 경영 공백으로는 실현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제일재경은 내부 관계자를 인용해 "리 총경리의 이임은 단순한 인사 변동이 아니라 중한 주주 양측이 발전 경로에서 겪고 있는 이견을 반영한 것"이라며 "주주 간의 전략적 이견과 신뢰 부족은 경영진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