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헌석 기자
  • 입력 2026.10.29 22:06
  • 수정 2026.10.29 22:07

외국인 투자 승인액의 68.7% 차지
새벽배송·구독 경쟁 속 투자 부담 지속

쿠팡 로고.

쿠팡이 대만 법인에 255억 대만달러(약 1조500억원)를 증자하는 계획에 대해 현지 정부 승인을 받았다. 한국에서 축적한 물류 운영 경험을 대만의 익일배송과 새벽배송으로 옮기는 가운데 현지 사업의 자본 확충 절차를 밟은 것이다.

대만 경제부 투자심의위원회가 28일 발표한 승인 내역에 따르면 미국 쿠팡Inc는 영국 자회사 쿠팡아시아인베스트먼트를 통해 대만 쿠팡 법인을 증자한다. 사업 목적은 전자상거래 운영이다. 위원회는 이날 제36차 회의에서 대만 유입 투자와 해외 진출 투자를 합쳐 12건을 승인했다.

쿠팡 증자액은 이날 승인된 4건의 대만 유입 외국인 투자액 가운데 약 68.7%를 차지했다. 현지 법인의 증자 계획에 대한 승인액으로, 이미 집행한 물류시설 투자액을 뜻하지는 않는다.

대만의 온라인 소비는 증가하고 있다. 경제부 통계처가 23일 발표한 올해 1∼9월 소매업 온라인 매출은 5275억 대만달러(약 21조6900억원)로 전년 동기보다 10.1% 늘었다. 다만 3분기 전체 소매 매출에서 온라인이 차지한 비중은 14.1%로, 1년 전보다 0.1%포인트 높아졌다.

쿠팡은 앞서 3월 26일 타오위안에 대만 4호 물류센터를 가동했다. 회사 발표 기준으로 당시 익일배송 서비스 지역은 대만의 약 70%였다. 창고와 배송망을 직접 연결해 주말을 포함한 주 7일 배송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마크 로스 쿠팡 물류 책임자는 당시 개장 발표에서 “물류 인프라를 계속 확충하고 거점을 대만 중·남부까지 넓히겠다”고 말했다. 시설 확충과 함께 판매 상품을 늘리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김범석 쿠팡Inc 의장은 8월 실적발표에서 대만의 상품 구성이 한국 로켓배송보다 적으며, 현지 상품 확대가 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새벽배송은 일부 지역의 와우회원에게 제공한다. 쿠팡이 28일 안내한 서비스는 오후 9시 전에 지정 상품을 주문하면 이르면 다음 날 오전 7시 전에 받는 구조다. 적용 지역과 상품에 제한이 있고, 고객이 직접 응대하지 않아도 상품을 둘 수 있는 주거 환경이어야 한다.

현지 경쟁사는 배송시간을 앞당기는 효과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모모 운영사 푸방미디어의 구위안훙 총경리는 29일 새벽배송이 대만 소비자의 생활 습관에 맞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관리인이 없는 공동주택의 수령 방식과 야간 경비실의 택배 접수 가능 여부 등을 이유로 들었다.

푸방미디어가 발표한 9월 매출은 85억9000만 대만달러(약 3530억원)로 전년 동월보다 8.2% 증가했다. 10월에는 구독 서비스 ‘moPro’의 3개 요금제를 개편하고 상품을 여러 차례 나눠 받는 배송서비스를 연계했다. 배송 속도와 함께 기존 고객의 반복 구매를 붙잡는 경쟁이다.

쿠팡의 확장에는 손실 부담도 따른다. 대만과 쿠팡이츠·파페치 등을 포함한 성장사업 부문의 2분기 매출은 14억3100만 달러(약 1조9150억원)로 전년 동기보다 20% 늘었다. 환율 영향을 제외한 증가율은 24%다.

같은 부문의 조정 EBITDA(이자·세금·감가상각 전 이익) 손실은 2억1900만 달러(약 2930억원)였다. 손실 규모는 1년 전보다 약 7% 줄었지만 적자가 이어졌다. 이 수치는 여러 사업의 합산 실적으로, 대만 사업의 단독 손익과는 구분된다.

가우라브 아난드 쿠팡Inc 최고재무책임자는 8월 실적발표에서 올해 성장사업 부문의 조정 EBITDA 손실을 9억5000만∼10억 달러(약 1조2720억∼1조3390억원)로 예상했다. 그는 대만 소매사업을 구축하기 위한 장기 투자가 이 부문 손실의 가장 큰 요인이라고 밝혔다. 배송망과 공급망을 확충하면서 주문량과 판매 상품을 늘려야 하는 사업 구조가 자금 수요로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대만의 배송망 확장은 한국 납품업체의 수출과도 연결된다. 쿠팡은 4월 기준 식품·뷰티·패션·생필품 분야의 한국 중소상공인 1만 곳 이상이 자사를 통해 대만에 진출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이들의 통관과 배송, 마케팅 등 수출 업무를 일괄 지원하고 있다.

저작권자 © 한국신용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