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형진 기자
  • 입력 2026.10.15 10:29

60대 이상 취약차주 1인당 9,787만 원 대출
취약차주 비중 19.9%로 늘고 제2금융권 쏠림 심화
금리 인상 충격 예고, 맞춤형 선제 채무 감면 시급

한국은행.

은퇴 후 노동 소득이 단절된 고령층이 고금리 제2금융권 대출에 빚을 의존하면서 가계부채 신용위험의 최대 뇌관으로 떠올랐다. 청년층은 연체에 빠지더라도 향후 경제활동으로 채무를 정상화할 기회가 열려 있지만, 근로소득이 사실상 사라진 고령 취약차주는 스스로 연체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단이 턱없이 부족하다.

14일 한국은행이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실에 제출한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DB)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60대 이상 취약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은 9,787만 원으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많았다. 50대(8,280만 원)와 40대(8,188만 원)를 웃돌고, 30대 이하(4,849만 원)와 비교하면 두 배를 넘는 규모다. 취약차주는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이용하는 다중채무자 중 저소득 또는 저신용 차주를 뜻한다.

고령층의 채무 건전성은 눈에 띄게 악화하고 있다. 60대 이상 가계대출 연체율은 2021년 0.7%에서 올해 2분기 1.5%로 치솟았다. 같은 기간 30대 이하 연체율이 0.4%에서 0.6%로 완만하게 오른 것과 대조적이다. 전체 취약차주 중 6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15.0%에서 19.9%로 가파르게 뛰며 취약차주 5명 중 1명을 기록했다. 반면 과거 건전성 악화 주범으로 지목됐던 30대 이하 비중은 33.7%에서 30.8%로 축소되며, 부실 위험의 무게중심이 고령층으로 급격히 옮겨갔다.

이런 신용 취약성은 대출의 질적 구조에서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60대 이상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을 보면, 저축은행∙상호금융∙새마을금고 등 비은행권 대출이 9,162만 원으로 제1금융권(8,029만 원)을 앞질렀다. 전 연령대를 통틀어 비은행권 빚이 은행권보다 많은 집단은 60대 이상이 유일하다. 정기 급여가 사라지고 신용평점이 하락해 시중은행 문턱을 넘지 못한 고령층이 금리가 훨씬 높은 제2금융권으로 밀려났음을 보여준다.

비은행 대출 비중이 높을수록 금리 상승 국면에서 이자 상환 부담은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난다. 60대 이상 다중채무자의 연체율은 이미 올해 2분기 2.4%에 달해 30대 이하(1.5%)나 50대(1.8%)를 크게 웃돈다. 더욱이 이번 통계에는 한국은행이 지난 7월과 8월 단행한 두 차례 연속 기준금리 인상 효과가 반영되지 않았다. 기준금리가 연 2.50%에서 3.00%로 상향된 여파가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전가되면 고령 취약차주의 이자 청구서는 감내 한계를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 생계와 사업장 유지를 위해 빚을 낸 고령 자영업자들은 담보 회수와 경매 절차를 밟더라도 원리금을 온전히 갚기 어려운 한계 상황에 처해 있다.

그동안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는 청년층 전세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 억제 등 자산 형성기 차주의 차입 속도를 늦추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 하지만 소득이 끊긴 채 생계형 빚을 돌려막는 고령 취약차주는 단순한 만기 연장이나 이자 유예 같은 임시 조치로는 부실을 늦출 뿐 근본적인 해결이 불가능하다. 통화 긴축 기조 장기화 속에서 노동으로 빚을 갚기 힘든 고령층 부실이 제2금융권의 자산 건전성 훼손으로 전이되는 것을 막으려면, 기존과는 다른 차원의 선제적 채무 감면 등 취약계층 맞춤형 분리 대응책이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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