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형진 기자
  • 입력 2026.10.14 17:06

9월 정기예금 유동화 21조 7,000억 원 기록하며 시장 견인
회사채보다 금리 유리한 건설사 신용보강 PF 유동화도 10% 증가
예금 선호 확대로 MMF 수요는 감소해 연말 차환 금리 상승 압력

AI 생성이미지.

자산유동화증권(ABS) 시장으로 자금 조달 수요가 몰리고 있다. 은행채 금리가 오르자 조달 비용이 싼 정기예금 유동화로 은행들의 수신 수요가 집중됐고, 건설사들도 일반 회사채 대신 신용보강을 거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유동화로 자금을 끌어모은 결과다. 수요는 단기자금 시장에 쏠리는 반면 주요 자금 공급처인 머니마켓펀드(MMF) 수요는 줄고 있어 연말 단기금리 상승 압력이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9월 유동화증권 발행액은 전월 대비 15.6% 증가한 40조 7,000억 원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 월간 최대 발행 실적이다. 올해 1~9월 연간 누적 발행 실적은 277조 5,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0% 늘었다.

9월 유동화증권 발행 시장을 이끈 핵심은 부채담보부증권(CDO) 중에서도 정기예금 유동화 물량이다. 9월 CDO 발행 실적은 26조 9,000억 원으로 전월 대비 28.4% 늘었는데, 이 중 정기예금 유동화 물량이 21조 7,000억 원을 차지했다.

최근 정기예금 유동화 규모는 7월 14조 3,000억 원, 8월 17조 5,000억 원에서 9월 21조 7,000억 원으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현상은 시장 금리 변동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최근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국채 및 은행채 금리가 크게 올랐다. 이로 인해 은행들이 이자 부담이 커진 은행채를 새로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대신,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아 조달 비용을 아낄 수 있는 예금 기반 단기 유동화로 수신 확보 방향을 튼 것이다.

대출채권 유동화는 고려아연, 한온시스템, 한화 등에서 2조 9,000억 원 발행됐다. 이 외에도 코오롱인더스트리 등의 신종자본증권 유동화(4,982억 원), SK에너지와 현대엔지니어링 등의 당좌수표 유동화(4,860억 원)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매출채권 유동화는 전월 대비 16.4% 감소한 4조 9,000억 원 발행에 그쳤다.

건설사들 역시 일반 회사채 시장보다 PF 유동화 시장을 주요 자금 조달 창구로 활용하고 있다. 9월 PF 대출(Loan) 유동화 물량은 7조 4,000억 원으로 전월 대비 10.0% 증가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건설사가 직접 신용보강에 나선 유동화 물량이 크게 확대됐다는 것이다. 9월 신용보강 주체별 발행 금액을 보면 건설사가 3조 9,000억 원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금융기관(3조 1,000억 원)과 기타(4,149억 원)가 뒤를 이었다. 주요 건설사별로는 현대건설이 1조 3,000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현대엔지니어링(8,117억 원), 아이파크현대산업개발(3,192억 원) 순으로 집계됐다.

이런 흐름은 건설사들이 공모 회사채 시장에서 투자자를 모으는 것보다 사업장 단위로 리스크를 분리할 수 있는 PF 유동화를 선호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반 회사채의 경우 건설 업황 부진과 미분양 리스크 전체를 평가받아야 하지만, 우량 건설사의 신용을 더한 단기 PF 유동화는 이보다 조달 금리를 낮출 수 있다.

기업과 은행들의 조달 수요가 단기 유동화 시장으로 쏠리고 있지만, 이를 받아줄 단기자금 시장의 수급 환경은 점차 팍팍해지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9월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STB) 발행 금리가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했다고 평가했다. 월초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MMF로 자금이 유입된 덕분이다. 단기 자금이 시장에 돌면서 아직은 금리 상승을 억제하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향후 단기자금 시장의 수급 여건이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한다. 연속적인 기준금리 인상과 장기 금리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단기 금리 탓에 자금 조달 수요는 계속 단기 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반면 시중 예금 금리가 높아지며 투자자들의 예금 선호 현상이 짙어지고 있어, 정작 단기자금의 핵심 공급처인 MMF 수요는 구조적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자금 조달 수요는 넘치는데 이를 소화할 자금 공급이 줄어들면 단기 금리 상승은 피하기 어렵다. 향후 단기자금 시장의 금리 상승 압력이 본격화될 경우, 정기예금과 PF 유동화로 단기 차환을 이어가는 은행과 건설사들의 비용 부담도 덩달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연말 자금 수요가 겹치는 4분기 MMF 자금 유출입 규모와 단기 금리 추이가 유동화증권 조달을 선택한 기업들의 차환 성패를 가를 핵심 지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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