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형진 기자
  • 입력 2026.10.12 10:35

승용차 배달 종사자 80% 유상운송 특약 미가입
이륜차와 달리 플랫폼의 보험 검증 의무 빠져
생활물류법 개정 및 전산망 실시간 연동 시급

국토교통부 세종청사.

자가용 승용차를 이용한 배달 부업이 크게 늘고 있지만, 관련 종사자 10명 중 8명은 보험 사각지대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법상 배달 플랫폼 업체가 오토바이 배달 기사의 유상운송 보험 가입 여부는 의무적으로 확인해야 하지만, 승용차 기사는 그 대상에서 빠져 있기 때문이다. 사고 시 막대한 비용을 개인이 떠안아야 하는 탓에 개인 용무 중 발생한 사고로 위장하는 허위 접수가 만연하고, 이는 결국 일반 운전자의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승용차 배달 종사자는 약 6만 3,000명으로 추산된다. 이 중 유상운송 특약에 가입한 비중은 22.3%에 그쳤다. 약 80%에 달하는 인원이 대인배상Ⅱ나 대물배상 보장이 되지 않는 무보험 상태로 도로를 주행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극단적인 무보험 구조의 근본 원인은 플랫폼 기업을 규율하는 법 제도의 불균형에 있다. 국토교통부는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이하 생활물류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통해 배달 플랫폼이 종사자의 유상운송 보험 가입 여부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도록 강제했다. 이에 따라 미가입 기사와 계약을 유지하면 과태료가 부과돼 오토바이 배달 기사의 보험 가입률은 94% 수준까지 올라갔다.

문제는 해당 규정의 적용 대상이 이륜자동차로만 한정돼 있다는 점이다.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등 대형 배달 플랫폼 업체들은 승용차 기사를 적극적으로 모집하면서도 정작 필수 특약 가입 여부를 검증할 법적 의무는 없다. 플랫폼 기업들이 배송 인력 확보라는 사업적 이익만 취하고, 무보험 운행에 따른 위험 관리 책임은 운전자와 사회에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현행 개인용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은 대가를 받고 운송하는 중에 발생한 사고에 대해 기본 담보 책임을 면책하도록 규정한다. 유상운송 특약이 없다면 법적 의무보험인 대인배상Ⅰ(사망 시 최대 1억 5,000만 원 한도)만 지급되며, 초과 치료비나 상대 차량 수리비 등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에 달하는 손해액을 전액 개인 사비로 물어내야 한다.

막대한 재정적 파탄 위험에 직면한 무보험 운전자들은 사고 직후 배달 앱을 강제 종료하고 개인 용무 중이었다며 일반 자동차보험으로 접수하는 편법을 동원하고 있다. 실제로 사고 처리 과정에서 배달 앱 호출 이력 조회를 통해 거짓 진술이 들통나는 보험 사기 적발 건수가 급증하는 추세다. 연간 적발 건수는 2023년 1,261건에서 2025년 1,890건으로 2년 만에 50%가량 뛰었고, 청구액 역시 62억 원에서 102억 원으로 64.5% 불어났다. 전체 관련 청구액 규모만 482억 원에 이른다.

이런 보험 사기는 적발되지 않은 누수액까지 더해져 손해보험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을 직접적으로 악화시킨다. 결국 무보험 배달 운전자가 유발한 손실이 선량한 일반 자가용 운전자들의 보험료 인상 압박으로 전가되는 악순환이 빚어지는 구조다.

시장에 시간 단위로 보험료를 내는 온오프(On-Off)형 시간제 보험 등 대안 상품이 나와 있지만 자발적 가입률을 끌어올리기에는 역부족이다. 연간 30만~40만 원의 추가 특약 보험료나 월 2만~3만 원의 지출을 아끼려는 부업 종사자들의 기피 현상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플랫폼 차원의 강제 인증 장치가 작동하지 않으면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업계에서는 무보험 질주와 위장 청구를 근절하기 위해 생활물류법상 플랫폼의 보험 확인 의무 대상을 승용차를 포함한 모든 소화물 배달 운송수단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법적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것이 안전망 구축의 첫 관문이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배달 앱 등록 단계부터 손해보험협회 전산망과 연동해 유상운송 특약이나 시간제 보험 가입 여부를 실시간으로 검증하는 시스템을 즉각 제도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법률 개정과 시스템 연동이 맞물려 추진되지 않으면 잠재적 보상 공백 위험은 앞으로도 일반 시민의 안전을 계속해서 위협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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