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헌석 기자
  • 입력 2026.10.09 13:59

전체 차입금 및 퇴직급여 부채 1년 새 17.7% 급증
빚 증가액이 자산 축적분 앞지른 지자체 10곳 달해
세수 부진 장기화에 소모성 차입 통제할 재정 준칙 시급

행정안전부 세종청사.

지방자치단체가 미래에 갚아야 할 차입금과 채무가 공공 자산 증가 속도의 6배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도로, 상하수도 등 자산으로 환원되지 않는 소모성 부채가 급증하면서, 현재의 재정 누수 책임을 미래 납세자에게 고스란히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정현 의원(대전 대덕구)이 행정안전부로부터 제출받은 ‘지자체별 유형고정자산 및 부채 합계’ 자료 등을 9일 분석한 결과, 2025년 결산 기준 전국 243개 지자체의 차입금과 퇴직급여충당부채는 총 58조 4,265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보다 8조 7,764억 원 늘어난 규모로, 한 해 동안 17.7% 급증했다.

이 58조 4,265억 원은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조달한 차입금 54조 9,337억 원과, 공무원연금 대상이 아닌 공무직∙무기계약직 직원 등에게 지급할 퇴직급여충당부채 3조 4,928억 원을 합산한 금액이다.

가장 큰 문제는 채무 증가 속도가 자산 형성 속도를 가파르게 추월하고 있다는 점이다. 같은 기간 전국 지자체가 보유한 유형고정자산은 37조 4,312억 원 불어나는 데 그쳐 증가율이 2.8%에 머물렀다. 부채 증가 속도가 자산 증가율을 6.3배 웃도는 셈이다. 이에 따라 자산 총액 대비 미래 상환 부담의 비율도 종전 3.73%에서 4.27%로 뛰었다.

상환 기한이 1년 넘게 남은 장기차입금의 증가세는 더욱 가파르다. 2024년 장기차입부채 전년 대비 증가율은 12.8%였으나 2025년에는 18.9%로 치솟았다. 반면 자산 증가율은 2024년 3.6%에서 2025년 2.8%로 둔화했다. 장기차입금과 자산의 증가율 격차가 1년 만에 3.6배에서 6.7배로 두 배 가까이 벌어졌다.

재정자립도가 취약한 기초자치단체의 차입 속도가 광역자치단체를 압도하는 현상도 뚜렷하다. 전국 226개 기초지자체의 장기차입금은 2023년 4조 1,071억 원에서 2025년 6조 7,208억 원으로 2년 만에 63.6% 급증했다. 이는 17개 광역지자체의 같은 기간 증가율 30.5%를 두 배 이상 웃도는 수치다. 전체 243개 지자체 중 미래 상환 부담이 전년보다 불어난 곳은 193곳(약 79.4%)이며, 1년 만에 20% 이상 폭증한 곳도 90곳에 달했다.

지역별 절대 규모로는 서울시의 상환 부담 총액이 17조 7,223억 원으로 전국 합계의 30.3%를 차지해 가장 컸다. 그러나 자산 대비 부채 비율로 환산하면 상황이 다르다. 자산 대비 부담 비율은 경기도가 14.51%로 전국 1위를 기록했고, 서울시가 13.50%로 그 뒤를 이었다. 서울의 보유 자산 규모가 경기도보다 약 3.9배 크기 때문에 절대 규모와 압박 강도에서 차이가 발생했다. 기초지자체 중에서는 전북 전주시가 자산 대비 비율 6.33%로 가장 높았다.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은 1년간 차입금 증가액이 자산 증가액을 넘어선 ‘역전 현상’이다. 경기도는 차입금이 1조 7,704억 원 증가하는 동안 자산은 5,128억 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광주시 역시 차입금 9,973억 원이 불어날 때 자산은 4,216억 원 증가하는 데 머물렀다. 전국적으로 빚이 늘어난 액수가 공공 자산 증가분을 앞지른 지자체는 10곳에 달한다.

지방채를 발행해 대규모 인프라를 구축하면 장기적으로 지역 자산이 되지만, 3조 4,928억 원 규모의 퇴직급여 같은 경상적 성격의 지출은 자산 축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현직 단체장이 임기 내 사업 추진이나 세수 결손 방어를 위해 빚을 늘리고, 상환 책임은 차기 집행부와 미래 세대에게 미루는 구조적 한계가 굳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박 의원은 “빚을 내는 것 자체가 잘못은 아니지만, 현재 결정권자와 실제 상환자가 다른 구조에서는 세대 간 부담 전가를 면밀히 감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래 상환 부담을 억제할 거시적 환경도 녹록지 않다. 국세 수입 감소에 따라 중앙정부가 내려보내는 지방교부세가 삭감되고, 부동산 경기 침체로 취득세 등 핵심 지방세수마저 장기 부진에 빠져 있다. 자체 세입 여력이 줄어든 지자체들이 유동성 위기를 넘기 위해 추가 차입에 의존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부채 총액 등 단순 지표 위주로 설계된 기존 지방재정 위기 관리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의 통제 방식으로는 늘어나는 빚이 소모성 지출인지 자산 투자 성격인지 구분해 억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자체의 건전성을 평가할 때 자산 형성 속도와 차입금 증가율 간의 격차를 정밀하게 연동해 평가하고, 자산 가치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는 소모성 차입을 억제하기 위해 중앙정부가 구속력 있는 재정 준칙을 입법화할 수 있을지가 향후 지방재정 건전성을 가늠할 핵심 기준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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