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6.10.05 10:05
노동연구원 실태 조사서 영세 사업주 78% 고용 조건 축소 응답
인건비 폭증에 자영업자 흑자 도산 시 저축은행 연체율 직격탄 우려
업종별 마진율 고려한 단계적 도입과 세제 지원 등 정책 엇박자 해소 과제

정부와 국회가 상시 근로자 5인 미만 영세 사업장까지 근로기준법을 전면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자영업계와 금융권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가뜩이나 내수 침체와 고금리 장기화로 한계 상황에 내몰린 소상공인에게 막대한 인건비 부담이 더해질 경우, 무더기 폐업은 물론 1,100조 원에 육박하는 자영업자 대출 부실이 제2금융권 전반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노동부 의뢰로 한국노동연구원이 작성한 실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소규모 사업주를 심층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8%인 32명이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 시 감원이나 근로시간 단축 등 고용 조건을 축소하겠다고 답했다. 인력을 줄이는 고용 조정이 39%로 가장 많았고, 주 15시간 미만으로 쪼개 쓰는 초단기 파트타임 활용이 20%로 뒤를 이었다. 별다른 대응 없이 법을 수용하겠다는 사업주는 17%에 그쳤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주 52시간제, 연장∙야간∙휴일근로 가산수당, 연차 유급휴가, 부당해고 제한 등 핵심 규정 적용을 배제하고 있다. 정부는 취약 근로자의 권리를 보호한다는 취지에서 이를 전면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현장의 영세 사업주들은 감당할 수 없는 비용 충격이라고 토로한다.
국내 전체 사업체 210만 5,000여 곳 가운데 5인 미만 사업장은 132만 4,800여 곳으로 전체의 62.9%에 달한다. 여기에 종사하는 근로자만 317만 8,000여 명으로 집계된다. 연구진 추산에 따르면 이들 영세 사업장에 연장근로 가산수당 조항 하나만 적용하더라도 연간 추가로 발생하는 인건비가 1조 3,500억 원에 이른다.
24시간 교대 근무가 필수적인 숙박업의 경우 야간 근무 직원 1인당 월 지급액이 기존 300만 원 안팎에서 수당 가산 시 400만 원에서 500만 원으로 폭증해 영업이익을 고스란히 잠식하게 된다. 음식점이나 제과점 등 도소매 사업장 역시 대체 인력 확보가 어려운 구조에서 연차휴가나 해고 제한이 적용될 경우 일상 영업 자체가 마비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금융권이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이런 인건비 쇼크가 자영업자의 상환 능력을 붕괴시켜 금융 시스템 건전성을 위협하는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올해 자영업자의 금융권 대출 총잔액은 1,095조 5,000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원리금을 한 달 이상 연체한 금액 역시 22조 3,000억 원을 넘어서며 통계 집계 이래 가장 많은 수준으로 불어났다. 전체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2.04%까지 치솟아 10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특히 저축은행, 상호금융, 여신전문금융회사 등 제2금융권의 건전성 지표에는 이미 심각한 적신호가 켜져 있다. 저축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리스크 관리 강화로 인해 2022년 말 24조 2,000억 원 수준에서 12조 6,000억 원대로 절반가량 급감했다. 그러나 대출 규모가 줄어드는 사이 저축은행의 개인사업자 연체율은 3.31%에서 11.94%로 3.6배 폭등했다. 3개월 이상 연체된 악성 부실채권을 뜻하는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15.69%에 이르러, 대출금 100만 원 중 16만 원가량이 사실상 회수 불능 위험에 놓여 있다.
여기에 여러 금융사에서 한도까지 돈을 끌어다 쓴 다중채무자의 취약성도 극에 달해 있다. 금융기관 3곳 이상에서 대출을 받은 자영업 다중채무자의 대출 잔액은 645조 원에 달하며, 차주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은 3억 9,000만 원에 이른다. 이들은 매달 벌어들이는 영업이익으로 간신히 이자만 돌려막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 상황에서 고정 인건비가 추가 발생하면 자영업자들은 한계 도산으로 직행하고, 갚을 능력이 없는 사업주가 파산이나 개인회생을 신청할 시 제2금융권은 대손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노동시장 내에서도 정책 취지와 반대되는 왜곡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최저임금 급등 이후 일반화된 '쪼개기 알바'가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 논의를 계기로 더욱 고착화하면서 근로자들의 일자리 질이 되레 악화하고 있는 것이다. 주 15시간 미만으로 일하는 초단기 근로자가 급증하고 가족 경영으로 전환하는 매장이 늘어나면서 서민 생계형 일자리가 구조적으로 소멸하고 있다.
금융당국과 노동당국 간의 정책 엇박자 역시 해결해야 할 중대 과제다. 금융위원회는 자영업자의 연체율 확산을 막기 위해 새도약기금을 통한 부실채권 정리와 금리 감면, 만기 연장 등 채무조정 지원을 쏟아붓고 있다. 하지만 노동 정책 부문에서 자영업자의 기초 수지 구조를 무너뜨리는 고강도 비용 규제가 일괄 도입된다면 금융 지원책의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결국 5인 미만 사업장의 지불 능력과 금융시장 건전성을 종합적으로 감안한 정교한 속도 조절이 정책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취약 근로자 보호라는 명분을 살리면서도 부작용을 막으려면, 업종별 마진율과 영세성에 따라 법 조항을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방안이 요구된다. 아울러 법 개정 시 인건비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세제 지원과 금융권의 급격한 여신 회수를 막기 위한 맞춤형 저리 대환대출 연계 등 종합적인 민생 금융 안전망이 선행돼야 자영업자와 제2금융권의 연쇄 부실을 막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