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주형 기자
  • 입력 2026.10.02 15:34

손보업계 상반기 당기순이익 4조 5055억 원 기록
메리츠화재 등 대형 3사가 전체 이익 절반 휩쓸며 양분
계리가정 변경 앞두고 중소형사의 자본 건전성 방어 부각

한국신용평가는 2일 손해보험 데이터 패키지를 통해 손해보험사들의 올해 상반기 재무 현황을 공개했다. 전체 합산 당기순이익은 소폭 늘었지만, 대형 3사의 이익 쏠림 현상이 더욱 뚜렷해지며 중소형사와의 격차가 크게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손해보험업계 합산 당기순이익은 4조 5,055억 원으로 전년 동기 4조 2,858억 원 대비 약 5.1% 상승했다. 자산총계 역시 375조 7,590억 원으로 몸집을 불렸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양극화가 뚜렷하다. 메리츠화재, DB손해보험, 현대해상 등 3사가 도합 2조 6,190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두며 전체 합산 이익의 58.1%를 쓸어 담았다.

메리츠화재는 1조 243억 원을 기록하며 시장 수익을 주도했고, DB손해보험과 현대해상 역시 각각 9,796억 원, 6,151억 원의 성과를 올리며 전년 동기 대비 실적을 키웠다. 이들은 운용자산이익률에서도 각각 4.75%, 4.58%, 3.12%를 기록하며 양호한 흐름을 이어갔다.

반면 중견 및 중소형 손해보험사들은 일제히 실적이 꺾였다. 흥국화재는 1,323억 원에서 262억 원으로 이익이 급감했고, KB손해보험과 한화손해보험, 농협손해보험도 모두 전년 동기보다 이익이 줄었다. 롯데손해보험과 하나손해보험은 아예 적자로 돌아섰거나 손실 규모를 키웠다.

이런 실적 차이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4년 차를 맞아 장기 보장성 보험 판매 능력이 곧장 이익 체력으로 직결되는 구조가 굳어졌기 때문이다.

미래 수익성 지표인 계약서비스마진(CSM)을 확보하려면 보장성 보험 신계약 유치가 필수적이다. 탄탄한 전속 설계사와 독립법인대리점(GA) 채널을 장악한 대형사들이 시장을 주도하면서 수익 구조가 대형사 중심으로 고착화하고 있다.

여기에 투자 손익 악화도 중소형사의 발목을 잡았다. 금리 하락 등 금융시장 변동성 속에서 자산운용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고 수익 방어가 취약한 곳들은 투자 부문에서 직격탄을 맞았다.

메리츠화재와 DB손해보험은 상반기에만 각각 7,031억 원, 6,381억 원의 투자손익을 거둔 반면, 롯데손해보험은 상반기 투자 운용에서 785억 원의 적자를 냈다. 흥국화재 역시 160억 원의 투자 손실을 기록하며 운용자산이익률이 2.51%로 떨어졌고, 이는 고스란히 보험 영업 수익을 깎아 먹는 결과로 이어졌다.

문제는 앞으로 중소형사의 자본 관리 압박이 더 거세질 수 있다는 점이다. 상반기 기준 손해보험업계 합산 신지급여력제도(K-ICS) 비율은 경과조치를 적용하지 않은 기준으로 216.8%를 기록해 안정적인 수준을 보였다.

하지만 메리츠화재(230.4%)와 DB손해보험(204.3%) 등 대형사들이 전체 평균을 끌어올린 측면이 크다. 반면 롯데손해보험(129.6%)과 하나손해보험(152.1%) 등 일부 기업은 금융당국 권고치인 150%를 밑돌거나 안팎에 머물며 자본 적정성에 경고등이 켜졌다.

더욱이 연말부터 금융당국의 무해지 및 저해지 보험 해지율 등 보수적인 계리가정 가이드라인이 본격 적용될 예정이다. 그동안 단기적인 외형 확장을 위해 공격적으로 영업을 펼쳐온 상황에서 자본 여력이 탄탄한 대형사들은 규제 변화를 견딜 완충 장치가 충분하다.

반면 수익성이 둔화된 중소형사들은 K-ICS 비율 하락 방어와 추가 자본 확충이라는 이중고를 극복해야 실적 반등을 가늠할 수 있을 전망이다. 중소형사들이 장기적인 가입 심사 기준의 내실화와 수익 모델을 확보하지 못하면 대형사와의 격차를 좁히기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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