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6.10.02 15:09
상반기 일반은행 당기순이익 9조 183억 원으로 감소
이자이익 확대에도 대규모 유가증권 손실이 실적 발목
생산적 금융 기조 속 늘어난 기업대출 부실 방어 숙제

한국신용평가가 발표한 ‘은행업 데이터 패키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13개 일반은행은 합산 당기순이익 9조 183억 원을 거뒀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9조 3,250억 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해 약 3.3% 감소한 수치다. 은행들이 역대 최대 규모의 이자이익을 냈음에도 시장금리 상승으로 인한 유가증권 평가손실이 겹치면서 전체 실적은 뒷걸음질 쳤다.
특히 금융당국의 생산적 금융 기조에 따라 은행들이 기업대출을 크게 늘린 가운데, 고금리 장기화로 인해 건전성 지표가 일제히 악화하고 있어 하반기 수익성 방어에 비상등이 켜졌다.
실적 하락의 핵심 원인은 비이자이익 부문의 붕괴다. 13개 일반은행의 올해 상반기 이자이익은 22조 762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 20조 3,693억 원보다 8.4% 늘었다. 명목순이자마진(NIM)도 1.62%에서 1.67%로 0.05%포인트 상승하며 이자 창출력은 오히려 강화됐다.
하지만 비이자이익의 핵심인 유가증권관련이익에서 대규모 적자가 발생하며 전체 실적을 끌어내렸다. 상반기 유가증권관련이익은 마이너스 3조 5,373억 원을 기록해, 1조 7,429억 원 흑자를 냈던 전년 동기 대비 5조 원 이상 곤두박질쳤다.
이는 상반기 중 국고채 3년물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는 등 시장금리가 상승하면서 은행이 보유한 유가증권의 평가손실이 급격히 불어난 결과로 풀이된다. 이자장사로 번 돈을 시장 변동성 탓에 상당 부분 고스란히 뱉어낸 셈이다.
대출 포트폴리오 변화도 눈에 띈다. 은행들은 정부의 가계부채 규제 강화와 자금을 실물경제로 돌리려는 생산적 금융 확대 기조에 발맞춰 기업대출 영업에 집중했다. 상반기 기준 기업자금 대출 잔액은 871조 3,685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 822조 6,518억 원 대비 약 5.9% 증가하며, 가계자금 대출 증가율 3.3%를 훌쩍 웃돌았다.
문제는 건전성이다. 고금리 환경에서 기업대출 규모가 빠르게 커지자 부실 위험도 덩달아 짙어지고 있다. 13개 은행의 부실 우려 대출인 요주의이하여신은 상반기 19조 8,582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8조 6,023억 원보다 눈에 띄게 늘었다.
특히 손실흡수능력을 가늠하는 지표인 자기자본 대비 순요주의이하여신 비율은 지난해 상반기 4.10%에서 올해 상반기 4.91%로 상승했다. 자본 여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지방은행의 경우 이 비율이 무려 12.14%에 달해 시중은행 4.49% 대비 부실 방파제가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이 나란히 순이익 역성장을 겪은 반면, 인터넷전문은행은 약진했다. 카카오 등 인터넷전문은행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3,280억 원으로 전년 동기 2,636억 원 대비 24.4% 급증했다. 총자산이익률(ROA) 역시 0.85%를 기록해 시중은행 0.67%과 지방은행 0.57%를 크게 앞질렀다.
하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의 성장은 주택담보대출 중심의 가계자금 대출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는 뚜렷한 한계를 안고 있다. 상반기 기준 원화대출금 49조 1,771억 원 중 가계자금이 44조 5,291억 원으로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했다. 최근 기업자금 대출을 3조 6,866억 원까지 키우긴 했으나 시중은행과 기업금융으로 본격 경쟁하기에는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결국 다가오는 금리 인하기에 조달비용 감소 효과를 누리면서 기존 대출의 부실을 얼마나 선제적으로 방어하느냐가 은행권 실적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실적 하락을 주도했던 유가증권 평가손실을 만회할 수 있을지, 그리고 인터넷전문은행이 가계대출 쏠림에서 벗어나 기업대출로 수익원을 성공적으로 넓혀갈지가 주요 관전 포인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