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6.10.02 11:08
2026 아시안게임서 12년 만에 조별리그 통과하며 저력 입증
미디어 출연 인지도로 중소기업 후원 끌어냈지만 대기업은 외면
단순 기부 넘어 펀드 등 지속 가능한 파이낸싱 모델 도입 시급

한국 여자 비치발리볼 대표팀 신지은 선수가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며 한국 스포츠 스폰서십 시장에 묵직한 화두를 던졌다. 아르바이트로 출전 경비를 마련하는 비인기 종목의 척박한 현실 속에서 12년 만에 16강 진출이라는 결실을 내면서, 대기업과 인기 종목 중심의 후원 구조를 다각화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국 여자 비치발리볼 대표팀 신지은∙김정아 선수가 조를 이뤄 출전한 이번 대회 조별리그 D조 2차전에서 말레이시아 대표팀을 상대로 세트스코어 2-1 역전승을 거두며 16강에 올랐다. 9월 28일 열린 16강전에서는 디펜딩 챔피언인 중국 비치발리볼 대표팀 샤신이∙옌쉬 조에 세트스코어 0-2로 패배해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 출전한 한국 남녀 대표팀 네 개 조 가운데 유일하게 조별리그를 통과하며 선전했다.
국내 비치발리볼은 전문 실업팀이나 전용 상설 훈련장조차 부족한 한계 종목으로 꼽힌다. 한국 여자 비치발리볼 대표팀 신지은 선수는 한강 둔치 모래사장에 간이 네트를 치고 훈련을 소화하는 등 열악한 환경에서 8년 넘게 고군분투했다. 불투명한 장래와 생활고 탓에 지난 8년간 호흡을 맞춘 파트너가 9차례나 바뀌는 부침도 겪었다.
국제배구연맹(FIVB) 주관 대회나 해외 전지훈련에 한 차례 참가하기 위해 항공료와 현지 체재비 등 최소 600만 원에서 700만 원에 달하는 비용이 든다. 고정적인 실업팀 연봉이나 체계적인 스폰서십이 뒷받침되지 않아 오랜 기간 선수 스스로 경비를 충당해 왔다. 훈련 시간 외에 패스트푸드 매장과 카페, 스포츠 강사 등 여러 개의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모은 돈으로 국제무대를 밟았다.
선수를 향한 왜곡된 시선도 넘어야 할 장벽이었다. 종목 특성상 활동성과 통기성을 고려해 고안된 유니폼을 착용함에도 일각에서는 인신공격성 악성 댓글을 쏟아냈다. 비키니 유니폼 착용이 강제 규정이 아님에도 기능성과 종목 고유의 전통을 존중해 경기복을 선택했던 선수에게 정신적 스트레스가 가중됐다. 하지만 외모나 노출로 소비되는 왜곡된 관심에 위축되지 않고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이어 이번 대회까지 국제경쟁력을 입증했다.
최근 미디어 플랫폼 진출은 열악한 재정 환경의 숨통을 트는 전환점이 됐다. 한국 여자 비치발리볼 대표팀 신지은 선수는 9월 30일 공개된 디즈니플러스(Disney+) 오리지널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 ‘술래게임’에 가수 지지원, 크리에이터 이준수, 야구선수 황재균 등 출연진과 함께 등장하며 대중적 인지도를 넓혔다.
이런 미디어 노출은 선수 개인의 지식재산(IP) 가치를 높이는 동시에 소외돼 있던 비치발리볼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실제 항저우 대회 이후 온라인을 통해 형성된 인지도는 뷰티 브랜드 리꼼 등 중소기업들의 공식 후원 협약으로 이어지며 운동에 집중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재정적 기반이 됐다.
하지만 한국 스포츠 스폰서십 시장의 구조적 허점은 여전하다. 국내 대기업과 금융권의 스포츠 후원은 프로야구, 프로축구, 골프 등 일부 흥행 종목이나 이미 세계 정상에 오른 올림픽 메달 유망주에 편중돼 있다. 마케팅 효과와 브랜드 노출 빈도를 최우선 지표로 삼다 보니, 성장 가능성이 크고 서사 잠재력이 풍부한 비인기 종목 선수들은 만성적인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 글로벌 금융회사와 선진국 기업들이 다양성과 포용성을 기치로 비인기 종목 선수를 발굴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마케팅 전략으로 활용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비인기 종목 후원을 비용 지출이 아닌 미래 가치 창출을 위한 임팩트 투자로 재설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개별 기업의 단순 기부 형태를 넘어 공공 체육단체, 금융사가 연계한 매칭 펀드나 스포츠 크라우드 펀딩, 선수 육성형 사모펀드(PEF) 등 다양한 금융 기법을 접목한 지원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선수의 성장 주기별로 필요한 훈련비와 국제대회 출전 경비를 안정적으로 대출∙보증해 주고 향후 스폰서십 유치나 미디어 활동 수익으로 상환하는 형태의 파이낸싱 모델도 검토 대상이다. 아울러 정부 체육 정책 역시 메달 획득 가능성에 치우친 예산 배분에서 벗어나 생활 밀착형 아웃도어 스포츠의 저변을 넓히는 쪽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민간 자본의 체육계 유입을 이끌어낼 세제 혜택 등 제도적 인센티브 입법 여부와 지방자치단체 실업팀 창단 규모가 향후 비인기 종목 지원 생태계의 성패를 가를 관전 포인트다. 두 번째 아시안게임을 성공적으로 완주한 한국 여자 비치발리볼 대표팀 신지은 선수는 차기 투어와 훈련 일정을 조율할 계획이다. 지속 가능한 스포츠 파이낸싱 생태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제2의 국가대표 인재 발굴은 기대하기 어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