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헌석 기자
  • 입력 2026.11.03 08:28
  • 수정 2026.11.03 08:35

필라델피아 해군공창 수역에 예비 함정 25척 정박
추가 부지 임대해 연간 10척 건조 목표 구상에 차질

한화 본사 사옥 (사진=랑펀미디어)

미국 필라델피아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한화그룹이 현지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미 해군의 퇴역 함정들에 발목이 잡혔다. 조선소 인근 수역을 차지한 이른바 유령 함대가 부지 확장의 걸림돌로 작용하면서, 대규모 투자를 통해 건조 능력을 끌어올리려는 한화의 현지화 전략이 시험대에 올랐다.

3일 역사문화 단체 필라델피아 인더스트리얼 헤리티지와 미국 일간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 등에 따르면, 필라델피아 해군공창 중심부에 위치한 리저브 베이슨 수역에 미 해군 퇴역 예비 함정들이 정박해 있어 한화 필리조선소의 독 확장 및 고용 확대 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화가 추가 임대한 부지 앞바다까지 함정들이 차지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약 1.6km 길이에 달하는 리저브 베이슨은 한화 필리조선소의 생산 부지와 맞닿아 있다. 현재 이곳에는 수명이 다해 해체나 침몰 훈련을 기다리는 미사일 순양함, 소해함, 연안전투함 등 25척의 퇴역 함정이 늘어서 있다. 매체는 한화가 2024년 1억 달러(약 1380억원)에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이후에도 이 수역의 예비 함정 수는 줄어들지 않았고 오히려 다른 지역에서 추가로 함정이 들어왔다고 전했다.

한화는 미국 내 상선 및 군함 건조 역량을 극대화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지난 9월 필라델피아 산업개발국(PAID)으로부터 47에이커 넓이의 추가 부지를 임대했으며, 향후 50억 달러(약 6조8900억원)를 투자해 새로운 독과 크레인을 건설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현재 2000명에 못 미치는 고용 인력을 5000명까지 확대하고, 연간 1~2척 수준인 선박 건조량을 10척 이상으로 늘린다는 목표다.

부지 확보가 시급해진 한화는 미 해군과 워싱턴 정계에 퇴역 함정들을 다른 지역으로 이전해 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청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수역이 원활히 확보되지 않으면 모듈 조립이나 선박 진수 등 주요 공정에 병목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롭 러블리스 한화 대변인은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를 통해 "공간의 최적 활용을 위해 미 해군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한화디펜스USA는 미 해군 및 해병대용 중형상륙함 1척을 2억6900만 달러(약 3700억원)에 수주하는 등 미국 함정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화가 필리조선소를 통해 이끌어낸 첫 성과다. 다만 수주 물량을 소화하고 미국 내 생산 거점을 본격적으로 확장하기 위해서는 리저브 베이슨 수역 확보를 위한 미 해군과의 부지 협상 타결이 선행되어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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