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6.10.27 09:47
9월 회사채 발행액의 91%를 금융권이 독식
일반기업은 신규 투자 멈추고 빚 상환에 집중
단기자금 의존도 심화 속 조달 수요 회복 시점

금융감독원이 27일 공개한 ‘9월 중 기업의 직접금융 조달실적’에 따르면 지난달 주식과 회사채 공모 발행액은 28조 5,578억 원으로 전월 대비 12조 2,267억 원 급증했다. 이 가운데 회사채 발행액은 28조 1,725억 원으로 한 달 전보다 77.5% 늘어나며 전체 외형 성장을 이끌었다.
하지만 대규모 조달 실적의 내막을 뜯어보면 일반기업의 투자 활력과는 거리가 멀다. 전체 회사채 발행액 중 금융회사가 찍어낸 금융채가 25조 7,984억 원으로 91.6%를 차지하며 시장을 장악했다. 반면 제조업 등 일반기업이 낸 일반회사채 발행 규모는 1조 7,290억 원에 그쳤다.
일반회사채 역시 자금이 실물 경제로 흘러 들어가지 않고 빚을 돌려막는 데 쓰였다. 9월 일반회사채 발행액 중 만기가 도래한 기존 채무를 막기 위한 차환 목적이 1조 1,799억 원으로 전체의 68.2%에 달했다. 일상적인 기업 활동을 위한 운영자금은 4,991억 원(28.9%)에 머물렀고, 공장 증설이나 연구개발 등 미래 성장 동력에 투입되는 시설자금은 고작 500억 원(2.9%) 수준이었다. 기업들이 신사업을 위한 자본 지출을 미룬 채, 과거 금리가 낮았던 시절 발행한 채권의 만기를 연장하는 데 쏠려 있다는 의미다.
시중에서 조달한 자금보다 갚은 돈이 훨씬 많은 부채 축소 현상도 뚜렷하다. 9월 중 일반기업이 상환한 회사채 규모는 신규 발행액을 웃돌아 3조 1,940억 원 순상환을 기록했다. 지난 8월(9,360억 원 순상환)에 이어 두 달 연속 돈을 갚는 흐름이 이어졌으며, 올해 1월부터 9월 누적 순상환액은 무려 14조 6,792억 원에 달했다. 고금리가 길어지며 이자 부담이 커지자, 기업들이 잉여 현금을 설비투자에 집행하기보다 장기 부채 규모 자체를 줄이는 재무 건전성 방어에 나선 셈이다.
자금 조달의 양극화도 일반기업의 위축을 심화하는 요인이다. 9월 발행된 무보증 일반회사채는 AA등급 이상 우량물이 53.2%, A등급이 46.8%로 채워졌으며, 투자적격등급 하단인 BBB등급 이하 비우량채 발행은 전무했다.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뛰어난 대기업조차 신규 투자용 자금 조달을 꺼리는 상황에서, 신용도가 낮은 중견기업이나 중소기업은 공모채 시장 진입 자체가 차단됐다.
장기 시장에서 자금을 확보하지 못한 기업들은 만기가 짧은 단기자금 시장으로 밀려나고 있다. 9월 기업어음(CP)과 단기사채 발행액은 총 183조 3,309억 원으로 한 달 사이 23.0% 증가했다. CP 발행은 56조 4,364억 원으로 22.0%, 단기사채는 126조 8,945억 원으로 23.4% 불어났다.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채권을 기초로 한 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PF-ABCP) 발행도 4조 5,371억 원으로 전월 대비 45.9% 급증했다. 장기 투자 자금 마련은 피하면서, 당장 필요한 유동성을 만기가 짧은 단기물로 돌려막는 구조가 고착화해 시장의 단기 유동성 위험이 커지고 있다.
금융채가 시장을 장악하고 일반기업은 투자를 전면 유보하는 흐름이 길어지면 향후 산업 전반의 성장 잠재력이 훼손될 수 있다. 신용도가 낮은 기업의 차환 부담이 단기자금 시장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기업들이 14조 원이 넘는 장기 부채를 상환하며 웅크린 상황을 벗어나려면, 기준금리 인하 등에 따라 조달 비용 부담이 완화돼 신규 투자 자금 수요가 회복되는 시점이 중요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