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형진 기자
  • 입력 2026.10.27 11:13

15억 달러 영구채 발행 금리 연 6.875% 확정
자본건전성 강화 이면에 막대한 고금리 이자 부담
2031년 도래하는 1차 조기상환 시점 차환 리스크

AI 생성이미지.

삼성생명이 15억 달러(원화 기준 약 1조 9,864억 원) 규모의 해외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발행 조건을 확정했다. 대규모 외화 실탄을 확보해 자본건전성을 높이고 해외 투자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연 7%에 육박하는 고금리 조달 비용과 향후 조기상환 차환 부담이라는 숙제를 동시에 떠안게 됐다.

삼성생명은 27일 공시를 통해 30년 만기 사모 형태의 외화 신종자본증권 발행 조건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납입일은 다음 달 2일이며 싱가포르 증권거래소에 상장될 예정이다. 이번 채권은 지난 8일 최초 이사회 결의 당시 제시했던 15억 달러 목표액을 꽉 채운 규모로, 국내 보험업계가 발행한 신종자본증권 중 역대 최대 수준이다. 삼성생명 측 설명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우량 기관투자가 비중을 49%까지 끌어올렸다.

신종자본증권은 회계상 영구채 성격을 띠어 기본자본(Tier 1)으로 인정받기 때문에 신지급여력제도(K-ICS) 비율을 단숨에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다. 이미 권고 기준치(150%)를 웃도는 208%(올해 6월 말 기준)를 기록 중인 삼성생명은 2조 원에 달하는 외화 실탄을 추가 확보해 지표상 방어력을 한층 탄탄하게 구축했다.

시장이 주목하는 핵심은 가혹한 조달 비용이다. 이번에 확정된 표면 금리는 연 6.875%로, 미국 국채 5년물 금리에 가산금리 205.4bp(1bp=0.01%포인트)가 더해진 결과다. 무디스와 피치로부터 최상위 수준의 신용등급을 인정받고 있음에도, 글로벌 고금리 장기화 기조 탓에 자본 조달 비용이 연 7% 턱밑까지 치솟은 것이다.

이로 인해 삼성생명이 매년 감당해야 할 금융비용은 막대하다. 발행 금액인 15억 달러에 연 6.875%의 금리를 단순 대입하면 매년 지출해야 하는 이자만 1억 312만 달러(약 1,366억 원)에 달한다. 이자는 매년 5월 2일과 11월 2일에 반기마다 나눠 지급되며 첫 지급일은 2027년 5월 2일이다. 조기상환을 행사하기 전인 5년 동안만 계산해도 누적 이자비용이 7,000억 원에 육박한다. 운용자산이익률이 3~4%대에 머무는 보험업계 자산운용 현실을 고려하면, 조달 금리가 운용 수익률을 크게 웃도는 역마진 구조를 수년간 떠안게 된 셈이다.

더 심각한 쟁점은 5년 뒤인 2031년 11월 2일에 도래하는 1차 조기상환 시점의 차환 리스크다. 계약 조건상 만기는 30년이지만 발행사가 5년 뒤부터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으며, 행사하지 않을 경우 해당 시점의 미국 국채 금리에 기존 가산금리를 다시 얹어 금리를 재설정하도록 설계됐다. 신종자본증권 시장에서는 콜옵션 미행사가 곧바로 신용 사건이나 사실상 부도로 받아들여져 시장 신인도에 치명타를 입힌다. 과거 일부 금융사의 콜옵션 미행사 시도가 금융시장 전체의 자금 경색을 촉발했던 전례를 볼 때, 5년 뒤 조기상환 후 차환 발행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콜옵션 행사가 자동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금융감독원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며, 조기상환 직후 K-ICS 비율이 최소 130%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는 엄격한 규제 조건이 걸려 있다. 만약 5년 뒤 글로벌 금융시장 환경이 악화하거나 시장 금리가 추가 상승할 경우, 차환 채권의 발행 비용은 현재보다 더 오를 수밖에 없다. 10년이 지나는 2036년 11월부터는 기존 금리에 연 1.0%포인트의 가산금리가 추가로 붙는 스텝업 조항까지 삽입돼 있어 상환을 미루는 것은 재무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선택지다.

결국 삼성생명이 확보한 2조 원은 순수 자본의 완충재라기보다 매년 1,300억 원 이상의 고비용을 대가로 빌려온 시한부 부채의 성격을 짙게 띤다. 이 거액의 자금을 해외 운용 자산이나 대체투자 등에서 조달 금리 이상의 수익을 창출하는 곳에 투입하지 못하면 당기순이익을 갉아먹는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향후 5년간 고금리 이자 지출을 어떻게 통제하고 2031년 차환 시점을 질서 있게 통과하느냐가 삼성생명의 중장기 재무 관리 능력을 판가름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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