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헌석 기자
  • 입력 2026.10.26 11:18

두 분기 연속 당기순이익 1조 원 돌파 속 대손비용은 감소
고정이하여신 커버리지비율 112.7%로 1년 새 17.3%포인트 급락
기업대출 중심 자산 성장 부작용 방어 및 충당금 확충 시급

AI 생성이미지.

우리금융그룹이 두 분기 연속 당기순이익 1조 원을 넘어섰지만, 자산건전성 지표에는 일제히 경고등이 켜졌다. 표면적으로는 대손비용 감축을 통해 견조한 실적을 방어했으나, 부실채권 증가와 얇아진 손실 흡수 능력 탓에 향후 잠재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금융그룹은 23일 실적 발표를 통해 올해 3분기 당기순이익이 1조 492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 분기 대비 4.4% 증가한 수치로, 1~3분기 누적 순영업수익은 8조 6,803억 원을 달성하며 역대 최대 규모를 경신했다. 실적 호조의 주된 배경에는 대손비용 감소가 자리 잡고 있다. 3분기 대손비용은 전 분기보다 28.5% 줄어든 3,140억 원이었고, 누적 대손비용도 1조 2,8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7% 감소하며 누적 대손비용률 0.42%를 기록했다.

하지만 대손비용 감축이 실제 신용위험 하락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부실 자산의 비중은 늘어나는 추세다. 3분기 말 기준 그룹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0.72%로 전년 동기보다 0.02%포인트 상승했다. 통상적으로 대손비용이 줄어들려면 차주의 상환 능력이 개선돼야 하지만, 실질적인 부실채권 비율은 오히려 악화한 셈이다.

가장 우려되는 대목은 부실채권을 방어할 완충 능력이 떨어졌다는 점이다. 부실채권 잔액 대비 대손충당금 적립 수준을 보여주는 NPL 커버리지비율은 지난해 3분기 130.0%에서 올해 3분기 112.7%로 1년 새 17.3%포인트 급락했다. 이는 부실채권 100원당 비축한 충당금이 130원에서 112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는 의미다. 대규모 부실이 터질 경우 이를 흡수할 방어막이 그만큼 얇아진 것이다.

조기 신용 이상 징후를 나타내는 주요 계열사 연체율도 일제히 올랐다. 핵심 계열사인 우리은행 연체율은 0.46%로 전년 동기 대비 0.10%포인트 상승했다. 서민과 중소 자영업자 등 취약차주 비중이 커 실물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는 우리카드 연체율은 1.95%로 전년 동기보다 0.15%포인트 뛰며 2% 선에 다가섰다. 고금리 장기화와 내수 부진 여파가 은행과 카드 부문의 동반 신용 위험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이번 실적을 이끈 원화대출금 자산 성장 기조가 향후 건전성 관리의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은행의 9월 말 원화대출금 잔액은 313조 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4.1% 늘었다. 가계대출 총량 규제 기조 속에서 기업대출을 공격적으로 확대한 결과다. 기업대출 확장은 3분기 누적 이자이익을 7조 35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5% 끌어올렸지만, 경기 침체가 길어지는 국면에서는 한계기업을 중심으로 원리금 상환 부담이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우리금융그룹 측은 지난 2년간 진행한 자산 포트폴리오 재편으로 신용위험을 관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잠정 집계된 보통주자본(CET1) 비율 역시 13.80%로 규제 기준을 넘겨 자본 여력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표상 자본비율이 일정 수준을 유지한다고 해서, 실제 차주 부실화가 빠르게 진행될 때 발생하는 충격을 온전히 막아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분기 배당금을 주당 220원으로 10% 증액하는 등 주주환원 확대에 속도를 내는 사이, 정작 실물 부실을 1차로 방어할 충당금 완충력이 110%대 초반까지 밀린 점은 위험 관리 측면에서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문제다.

결국 이번 실적은 당장의 대손비용을 줄여 순이익 1조 원을 방어했지만, 잠재적인 대손 부담은 뒤로 미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연체율이 상승하는 가운데 커버리지비율이 지속해서 하락한다면 금융당국의 충당금 추가 적립 요구는 거세질 수밖에 없다. 기업대출 중심의 자산 확장이 실제 건전성 악화로 이어지는 시점을 어떻게 통제할지, 112%대까지 떨어진 충당금 완충력을 단기간에 어떻게 복원할지가 향후 우리금융그룹의 실질적 재무 안정성을 판단할 핵심 지표가 될 전망이다.

저작권자 © 한국신용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