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6.10.26 09:46
9월 전업카드사 평균 금리 13.55%로 하락
고신용자 파격 할인과 중금리대출 집중이 만든 착시
저신용자 외면 심화 속 카드사 대손비용 리스크 가중

카드사들의 자금 조달비용이 뛰는 국면에서 카드론 평균 금리가 하락하는 기현상이 나타났다. 겉으로는 취약차주의 부담을 덜어주는 서민금융 지원의 결과로 포장돼 있지만, 실상은 다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체율 급등을 방어하기 위해 부실 위험이 없는 고신용자에게 파격적인 금리 할인을 몰아주고, 금융당국 압박에 따라 상한선이 묶인 중금리대출을 기계적으로 늘린 데 따른 통계적 착시라는 지적이다.
여신금융협회가 26일 발표한 공시를 보면 삼성∙신한∙현대∙KB국민∙롯데∙하나∙우리∙비씨카드 등 8개 전업카드사의 9월 말 기준 카드론 평균 금리는 연 13.55%로 전월의 14.10% 대비 0.55%포인트 떨어졌다. 채권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 대출을 내주는 카드업계 특성상 같은 기간 조달금리가 연 4.42%에서 4.61%로 0.19%포인트 상승한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금리 역주행이다. 카드사들은 금리를 올려 마진을 보전하는 대신, 실제 대출 실행 시 원가 기준가격에서 깎아주는 영업상 할인인 조정금리 폭을 8월 평균 1.22%포인트에서 9월 1.66%포인트로 0.44%포인트나 넓혔다.
이 같은 평균 금리 하락의 실체는 신용점수별 금리 인하 폭의 극단적인 양극화에서 드러난다. 신용점수 900점을 초과하는 최상위 고신용자의 카드론 금리는 8월 대비 0.98%포인트 급락했다. 전체 평균 하락 폭을 웃도는 1%포인트에 가까운 금리 할인이 고신용 차주에게 집중된 것이다. 이어 701~800점 구간이 0.62%포인트, 801~900점 구간이 0.58%포인트 각각 하락했다.
반면 급전이 절실한 700점 이하 저신용자의 카드론 평균 금리는 8월 17.20%에서 9월 16.99%로 0.21%포인트 내리는 데 그쳤다. 연체율이 치솟는 상황에서 카드사들이 은행권 가계대출 총량 규제 등으로 밀려난 우량 차주를 유치해 자산건전성을 방어하고자 마진을 포기하면서까지 혜택을 쏟아부은 셈이다.
금융당국이 강하게 밀어붙인 민간 중금리대출 확대 실적도 카드론 전체 평균 금리를 강제로 끌어내리는 데 영향을 미쳤다. 금융당국은 신용평점 하위 50% 차주를 대상으로 하반기 카드업권 중금리대출 금리 상한을 연 12.26%로 제한했다. 8개 전업카드사의 올해 3분기 누적 중금리대출 취급액은 7조 3,974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5조 6,423억 원보다 31.1% 증가했고, 취급 건수도 78만 8,233건으로 36.8% 늘어났다.
카드사들이 규제 상한선인 12.26%에 맞춘 상품 취급을 집중적으로 늘리면서 장기카드대출 통계의 가중평균 금리가 일시적으로 하향 평준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신한카드가 지난 20일 최저 연 9.9% 금리의 중저신용자 전용 생활안정대출을 출시한 것도 이런 기조를 반영한다. 3분기 누적 기준 삼성카드가 2조 1,174억 원으로 가장 많은 중금리대출을 취급했고 신한카드가 1조 4,149억 원, KB국민카드가 1조 2,939억 원, 롯데카드가 9,046억 원으로 뒤를 이었다.
이런 방식의 대출 자산 구성은 정작 필요한 취약차주가 배제되는 기형적인 신용 배분으로 이어진다는 한계가 있다. 카드사들이 고신용자를 끌어들여 외형 연체율 지표의 모수를 키우는 동안, 취약차주에게 적용되는 금리는 여전히 법정 최고금리인 연 20%에 육박하는 17%대에 묶여 있고 대출 한도는 오히려 축소되고 있다.
동시에 카드사들의 수익성 지표는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자금 조달비용은 오르는데 대출금리가 내려가면서 카드론 평균 금리와 조달금리 간의 단순 예대 마진 스프레드는 8월 9.68%포인트에서 9월 8.94%포인트로 한 달 만에 0.74%포인트 축소됐다. 향후 카드채 금리 변동성이 커지고 취약차주의 다중채무 부실화가 본격화될 경우, 포용금융 실적과 건전성 방어를 위해 인위적으로 낮춰놓은 평균 금리 이면에 쌓인 대손비용 급증 문제가 수면 위로 분출될 가능성이 높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