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형진 기자
  • 입력 2026.10.26 09:46

상반기 5개 지방은행 부실채권 1조 9,146억 원
주력 산업 부진에 지역별 기업 연체율 5배 격차
여신 축소 어려운 한계 속 선제적 대손 관리 필수

한국은행 본관.

지방 중소기업의 부실 신용위험이 커지면서 지역 실물경제와 맞닿은 지방은행의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역의 핵심 산업 유무에 따라 기업대출 연체율 격차가 최대 5배 이상 벌어지는 양극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26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8월 기준 대구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1.16%를 기록했다. 광주는 1.15%, 제주는 1.10%, 부산은 1.03%로 뒤를 이었다. 지난해 말 대구 0.81%, 광주 0.72%, 제주 0.95%, 부산 0.80%였던 것과 비교하면 8개월 사이에 최대 0.43%포인트 급등했다.

반면 첨단 산업 생태계가 자리 잡은 지역의 연체율은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반도체 등 핵심 첨단 제조업이 밀집한 충북의 8월 기업대출 연체율은 0.22%에 머물렀다. 전남 역시 0.40%로 전국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기업대출 연체율 격차가 지역에 따라 최대 5배 이상 차이 나며 신용위험의 극단적 양극화가 굳어지는 모습이다.

연체율 상승은 거점 지역 기반의 중소기업이 주도했다. 기업대출과 가계대출을 포괄한 원화대출 연체율의 8월 전국 평균은 0.69% 수준이다. 반면 제주는 1.15%, 광주는 0.96%, 대구는 0.86%, 부산은 0.83%로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같은 기간 대구가 0.34%에서 0.41%, 부산이 0.44%에서 0.55% 등 가계대출 연체율 상승 폭은 0.2%포인트 안팎에 머물렀다. 하지만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광주에서 0.46%포인트, 대구에서 0.35%포인트 치솟으며 전체 평균을 끌어올렸다.

이런 신용위험 집중은 곧바로 지방은행의 건전성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BNK경남, 부산, JB광주, 전북, 제주 등 5개 지방은행의 고정이하여신 잔액은 올해 상반기 말 기준 1조 9,146억 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과 비교해 불과 반년 만에 16.6%(2,723억 원) 불어났다. 고정이하여신은 90일 이상 원리금이 밀려 회수가 불투명해진 부실채권을 뜻한다.

고정이하여신 증가 속도는 같은 기간 이들 은행의 총여신 증가율 5.5%(159조 6,255억 원에서 168조 5,090억 원)를 세 배 이상 웃돌았다. 대출 자산이 늘어나는 속도보다 부실이 쌓여가는 속도가 훨씬 가파르다.

지방은행은 각 연고 거점 지역에서 25~30%에 이르는 여신 점유율을 차지해 지역 경제 충격을 흡수할 완충 장치가 얇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방은행 리포트를 통해 지역 특성상 중소기업 대출 비중이 매우 높아 특정 전방 산업의 불황에 따른 실적 변동성이 시중은행보다 구조적으로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반도체를 제외한 주력 산업 전반이 부진을 겪으며 지역 기업의 유동성 고갈이 심화했다. 부산의 조선 기자재 및 자동차 부품, 광주의 완성차 하청 부품사, 대구의 일반 기계와 금속 가공업, 제주의 영세 관광 숙박업 등 거점 중소기업이 일제히 타격을 입었다.

지방은행은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생산적 금융과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정책 기조 탓에 지방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공급을 마냥 줄일 수 없다. 대출을 늘릴수록 부실채권 비율이 높아지고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이 가중되지만 여신을 회수하기도 어렵다. 부실 자산 처분을 위해 상각이나 매각을 진행하려 해도 지방 소재 담보 자산의 경매 낙찰률이 떨어져 회수율이 낮아진다.

일각에서는 공적 자금과 지자체 연계 펀드로 부실채권을 조기에 정리하고, 지방은행 간 전산망 공유 등 비용 구조를 줄인 일본식 모델을 해법으로 거론한다. 하지만 국내 지방은행은 시중은행과의 조달 금리 격차와 비대면 영업 경쟁에서의 구조적 열세까지 안고 있어 단순 이식이 어렵다. 무조건적인 대출 공급 대신 정교한 여신 심사를 통해 선제적 손실 흡수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지역 중소기업의 채무불이행이 지방은행의 자본 잠식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향후 3분기 결산에서 지방은행이 고정이하여신 증가에 대응해 대손비용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통제했는지가 핵심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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