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헌석 기자
  • 입력 2026.10.22 11:15

법원 기각 결정으로 상장폐지 위기 일단락
경영권 인수 과정의 불투명한 자금 흐름 쟁점
200억 원 규모 전환사채 방어력 확보 필수

해성에어로보틱스 로고.

코스닥 상장사 해성에어로보틱스가 채권자의 파산신청 기각으로 당장의 상장폐지 및 강제 청산 위기를 모면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의 도화선이 된 대규모 전환사채(CB) 발행 의혹과 수익성 부진이라는 근본적인 리스크는 여전히 남아 있어 유동성 압박 우려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해성에어로보틱스는 채권자 최모 씨가 제기한 파산신청 사건에 대해 인천지방법원이 지난 21일 기각 결정을 내렸다고 22일 공시했다. 법원은 신청인이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지 않았고 수사기관의 처분 결과도 없어 채권의 존재와 파산 원인을 명확히 소명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최 씨는 앞서 지난 7월 24일 해성에어로보틱스 구본생 회장 등의 인수 및 허위 공시 의혹을 이유로 파산을 신청했다가 법원의 보정명령을 받고 지난 8월 19일 취하했다. 이후 손해배상 청구 채권을 내세워 지난 9월 14일 다시 파산을 신청했으나 결국 기각으로 마무리됐다.

표면적으로는 소수 주주의 무리한 파산신청으로 판명 났지만, 시장은 이번 분쟁의 기저에 있는 지배구조와 자금 조달 리스크에 집중하고 있다. 회사가 지난 5월 19일 발행을 결정한 200억 원 규모의 제3회 사모 CB와 최대주주 변경 과정에서의 자금 거래가 쟁점의 핵심이다.

파산신청인은 200억 원 규모의 CB 발행으로 비정상적인 자금 유출이 발생해 회사 자산이 줄고 주주 가치가 훼손됐다고 주장해 왔다. 특히 해당 CB에는 발행회사 및 특수관계인이 지분 일부를 되살 수 있는 매수선택권(콜옵션)이 최대 50%까지 부여돼 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도 조달 자금의 실질적 귀속처를 두고 의구심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경영권 변경 과정에서의 잡음도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지난 3월 구 회장 체제로 경영권이 넘어오는 과정에서 인수 계약 체결 지연 공시 논란이 일었다. 이와 함께 지배주주 일가의 개인 회사와 관계사 사이에서 불투명한 자금 이동 정황까지 불거지며, 본업의 체질 개선보다는 메자닌 증권 발행을 통한 자금 융통과 지배구조 재편에 치중한다는 비판이 지속해서 나왔다.

이런 지배구조 리스크는 회사의 취약한 기초 체력과 맞물려 신용위험을 키우고 있다. 1997년 설립된 해성에어로보틱스는 과거 '해성티피씨'라는 사명으로 승강기용 권상기를 주력으로 생산해 왔다. 그러나 전방 산업의 구조적 정체를 극복하기 위해 사명을 변경하고 로봇용 초정밀 RV감속기 사업으로 확장을 추진했다.

문제는 신사업 투자와 양산 전환이 실제 실적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연간 매출액은 151억 원에 그쳤고 영업손실 6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 기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반도체용 감속기 공급 등으로 일부 외형이 늘어났지만, 전체 매출액은 66억 원 수준에 불과하다. 신성장 동력으로 내세운 로봇용 감속기 부문의 공장 가동률도 기대에 미치지 못해 실질적인 현금창출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자체적인 영업활동으로 현금을 충분히 벌어들이지 못하는 기업이 대규모 외부 자금 조달에 의존할 경우, 채권자의 불신은 치명적인 유동성 압박으로 돌아온다. 이번에 발행된 200억 원 규모의 CB는 주가 변동이나 향후 조건에 따라 투자자의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행사 위험으로 전환될 수 있다. 연이은 파산신청과 경영권 분쟁으로 대외 신인도가 훼손된 상황에서는 기관 투자자들의 추가 자금 공급이나 리파이낸싱이 전면 중단될 가능성도 크다.

법원의 이번 기각 판결이 회사의 재무 건전성을 증명해 준 것은 아니다. 파산신청인이 회사를 법정 청산으로 몰고 갈 만한 확정 채권을 소명하지 못했다는 의미일 뿐이다. 해성에어로보틱스가 향후 도래할 사채 상환 압박과 신용경색 국면을 타개할 수 있을지는 본업인 로봇용 감속기 부문에서의 실질적인 현금흐름 개선과 불투명한 자금 운용 리스크 해소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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