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헌석 기자
  • 입력 2026.10.21 13:47

한도 초과 대출 5조 6,710억 원 누적
상호금융 중 부실 최고조, 부동산 PF 침체 직격탄
최저 수준 충당금에 하반기 경∙공매 손실 방어 험로

AI 생성이미지.

신용협동조합(신협)의 동일인 여신한도 초과 대출이 5조 원을 넘어서며 건전성에 적신호가 켜졌다. 기업대출 연체율이 10%를 돌파한 가운데 잠재 부실을 흡수할 대손충당금은 법정 최저 기준에 간신히 턱걸이하고 있어, 향후 부실채권 정리 과정에서 단위조합의 연쇄 자본 잠식이 우려된다.

21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송옥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올해 6월 말 기준 전국 859개 신협의 동일인 여신한도 초과 대출은 3,998건, 5조 6,71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신협 전체 여신(109조 9,978억 원)의 5.2%를 차지하는 규모다. 2023년 말 1조 5,522억 원(746건) 수준이었으나 약 2년 반 만에 금액 기준으로 3.7배 폭증했다.

동일인 여신한도는 특정 차주나 계열사에 대출이 쏠려 금융기관 전체가 흔들리는 것을 막는 기초 안전장치다. 신협은 원칙적으로 자기자본의 20% 또는 총자산의 1% 중 큰 금액 이내에서만 대출을 내줄 수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자금 회수가 불투명한 차주에게 만기를 연장해주거나 우회 대출을 내주는 방식으로 규제를 벗어난 물량이 대거 방치됐다. 같은 상호금융권인 수협(4,763억 원)이나 농협(1,017억 원)과 비교하면 신협의 쏠림 현상은 압도적으로 심각하다.

특정 차주에 대한 편중 대출은 자산 건전성 악화로 직결되고 있다. 신협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2023년 말 5.46%에서 올해 6월 말 10.24%로 치솟았다. 상호금융 5개 기관 중 가장 높다. 회수가 불투명한 고정이하여신(부실채권)은 7조 1,000억 원에 달한다. 특히 여러 조합이 위험을 분담하겠다며 함께 내어준 공동대출의 연체율은 14.64%를 기록했다. 신협 전체 여신의 89%가 부동산 담보에 쏠려 있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부실의 충격을 그대로 떠안는 구조다.

가장 큰 위험 요소는 부실을 방어할 완충력이 바닥을 드러냈다는 점이다. 올해 6월 말 기준 신협의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100.5%로 상호금융권 최하위다. 금융당국이 요구하는 법정 최소 기준선(100%)을 겨우 0.5%포인트 넘겼다. 통상 시중 주요 금융기관이 예상치 못한 충격에 대비해 130~150% 수준의 충당금을 쌓는 것과 대조된다.

신협이 충당금 적립을 최소화한 것은 실적 악화 방어와 무관하지 않다. 올해 상반기에만 1,889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냈고 누적 결손금은 7,567억 원까지 불어났다. 이런 상황에서 충당금을 추가로 쌓으면 장부상 손실 규모가 더 커져 자본력이 크게 훼손되기 때문에 손실 흡수력 확충을 미뤄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완충력 부족은 이미 개별 단위조합의 위기로 전이됐다. 경영개선 권고 기준선인 순자본비율 4%를 밑도는 취약 조합은 전체의 20.7%인 178곳에 달했다. 금융당국의 적기시정조치(권고∙요구∙명령) 대상 조합도 2023년 말 36곳에서 올해 6월 말 128곳으로 세 배 이상 늘었다. 실적 부진이 충당금 적립 여력을 갉아먹고, 부족한 충당금이 다시 자본을 위협하는 악순환에 빠진 셈이다.

향후 지켜볼 대목은 하반기 본격화하는 부동산 PF 부실 사업장 구조조정의 여파다. 신협은 부동산 담보를 확보하고 있어 부실채권 매각이 이뤄지면 건전성이 개선될 수 있다고 기대한다. 하지만 담보 가치가 하락한 상태에서 경∙공매 낙찰가율이 깎여나가면, 100.5% 수준의 충당금으로는 확정된 손실을 메우기 어렵다. 금융감독 당국이 ▲한도 초과 및 우회 대출 전수조사 결과 ▲부실채권 매각에 따른 실제 손실률 ▲단위조합 구조조정 범위를 어떻게 확정하느냐에 따라 신협의 위기 극복 여부가 판가름 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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