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형진 기자
  • 입력 2026.10.21 09:16

자동차 할부채권 기반 1,670억 원 단기 어음 발행
자산 급증 속 여전채 의존 낮추며 조달 다변화
은행 신용 의존 극복 및 부실률 통제 실적 입증

AI 생성이미지.

롯데카드가 장기 자산인 자동차 할부금융 채권을 쪼개 단기 어음으로 조달하는 방식의 자산 유동화에 처음으로 나섰다. 자체 신용이 아닌 국책∙시중은행의 신용보강 장치를 활용해 차환 실패 위험을 막은 구조다. 겉으로는 자동차 할부자산 성장에 맞춘 새로운 조달 경로 개척이지만, 거래 이면에는 구조적 유동화 위험을 은행 매입 약정으로 통제한 한계도 자리하고 있다.

롯데카드는 20일 자동차 할부금융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삼아 1,670억 원 규모의 사모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발행했다고 밝혔다. 롯데카드가 기존 주력 유동화 자산이던 신용카드 매출채권 대신 자동차 할부금융 채권을 기반으로 유동화 자금을 확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처럼 첫 자동차금융 유동화에 나선 배경에는 급증한 할부금융 자산과 채권 시장의 부담이 맞물려 있다. 롯데카드의 자동차 할부금융 자산은 올해 상반기 기준 1조 3,564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조 1,678억 원) 대비 16.1% 급증했다. 신용카드 결제와 할부금융을 결합한 다이렉트 오토 상품 등을 공격적으로 취급하며 외형을 키운 결과다. 반면 기존 주력 조달 창구인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 시장은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발행 금리와 차환 부담이 커졌고, 자산 성장을 뒷받침할 대체 조달 수단을 찾아야 했다.

이번 거래의 핵심 작동 원리는 긴 회수 기간과 짧은 만기 사이의 불일치를 해소하는 데 있다. 통상 3~5년 안팎에 걸쳐 매달 자금이 회수되는 자동차 할부채권은 만기가 길지만, 이번에 발행된 증권은 단기 금융상품인 기업어음이다. 롯데카드는 유동화 운용 기간인 42개월 동안 매월 만기가 돌아오는 ABCP를 새로 발행해 기존 투자자에게 상환하고 발행 잔액을 점진적으로 줄이는 차환 방식을 채택했다.

하지만 이런 만기 불일치 구조는 금융시장 경색 시 새 어음의 투자 수요를 찾지 못해 유동화전문회사가 부도를 맞는 치명적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 롯데카드는 이 차환 위험을 완벽히 차단하기 위해 ▲NH농협은행 ▲IBK기업은행 ▲우리은행 등 국책∙시중은행 3곳을 전면에 끌어들였다. 은행들이 체결한 ABCP 매입보장 및 신용공여 약정은 시장 매수세가 끊기더라도 은행이 직접 어음을 인수하거나 부족 자금을 대출 형태로 메워주는 안전판 역할을 한다.

이런 신용보강 덕분에 해당 ABCP는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로부터 단기 최고 신용등급인 ‘A1(sf)’을 받을 수 있었다. 이는 유동화 구조의 안정성이 롯데카드 자체의 채무 상환 능력이나 자동차 할부 차주의 채무불이행 통제력만으로 평가받은 것이 아니라, 약정을 맺은 최우량 은행들의 신용도에 전적으로 연동돼 산정된 결과다.

문제는 은행의 매입보장과 신용공여를 통한 유동화가 단순한 조달 다변화 이상의 금융비용을 부른다는 점이다. 은행 3곳에 지급해야 하는 약정 수수료, 매달 42회에 걸쳐 차환 어음을 재발행하고 결제망을 가동해야 하는 관리 비용 등은 일반 카드채 발행보다 구조화 비용을 크게 끌어올린다. 여기에 경기 침체와 가계부채 부담 확대로 중저신용 차주의 자동차 할부 연체율이 상승할 경우, 자산에서 회수되는 현금흐름이 예상에 미치지 못해 유동화 계좌 내 신용공여 한도 소진을 압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은행 신용을 덧대 첫 자동차금융 ABCP 발행을 마친 롯데카드로서는 향후 이 조달 기법을 비용 대비 효율적인 구조로 정례화할 수 있을지가 주요 과제로 남았다. 매달 진행되는 감액 차환 과정에서 부실률을 안정적으로 통제한다는 점을 실적으로 증명하고, 나아가 은행 신용공여에 과도하게 의존하지 않고도 자산 자체의 신용도만으로 조달 비용을 낮출 수 있는 구조로 진화할 수 있을지가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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